박근혜 흔드는 박근혜

2012. 10. 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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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당 내분 조정 못하고 정치력 한계

"위기상황땐 항상 시끄러웠다"

'닥치고 뭉치자' 식 빗나간 해법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조정능력 부족 등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위기에 빠졌다. 당과 선대위가 내분 양상이지만 박 후보는 이를 조율하지도 통제하지도 못하고 있다.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와 정치개혁의 대표적 인물로 영입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직을 걸고 박 후보를 압박하는 상황이 박 후보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종인 위원장은 8일 박근혜 후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는 10일까지 이한구 원내대표와 자신 가운데 한 명을 택하라며 시한을 제시했다. 안대희 위원장도 이날 한광옥 전 의원이 국민통합위원장이 되면 자신은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당내 쇄신파들은 최경환 전 후보 비서실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지도부 추가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전직 비상대책위원들은 이날 긴급 회동을 한 뒤 이한구 원내대표와 박 후보 비서진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저녁 8시30분께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김무성 전 의원, 임태희·안상수 경선 후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선대위 의장단 회의를 열어 현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 뒤에도 별다른 대응책은 내놓지 않았다.

'박근혜 위기'는 야권 공격 등 외부 변수가 아니라 박 후보 본인에게서 비롯하고 있다. 김종인-이한구, 안대희-한광옥 갈등은 박 후보가 조정력을 발휘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인사는 "최근 위기는 최경환 전 실장 등 측근 잘못이라기보다 전적으로 후보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이 불거지면 정치력을 발휘해 조정하거나 지도력을 발휘해 통제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게 지도자의 주요 자질인데 박 후보가 이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맞닥뜨린 위기의 또다른 원인으로 비밀주의와 소통 부족도 손꼽힌다. 한광옥 전 의원 영입에 안대희 위원장이 크게 반발하는 주된 이유도 내부 소통 부재다. 박 후보가 정보 소통이나 공개토론보다 측근 몇 사람의 보고 또는 일대일 독대 식의 대화를 선호하다 보니, 보안을 유지하다 '깜짝 발표'를 하는 형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당내 의견수렴도 없이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부각돼 당내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박 후보가 브레인스토밍 등 집단토론을 꺼린다는 점도 소통 부족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당내 일각에선 이를 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 권위주의 통치 스타일이 달라진 시대 현실과 부딪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 후보의 '상황판단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당 쇄신파 의원들의 지도부 전면재편 요구를 계파 갈등이나 권력투쟁으로 보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박 후보는 이날 충북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오찬간담회에서 "위기상황 때는 항상 당이 시끄러웠다"며 "내부 권력과 자리싸움이 있는 것이 정치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경제를 바라보는 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른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를 '동일한 크기로 한 바구니에 억지로 담으려는 것'도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로 꼽힌다.

실기를 거듭한 것도 박 후보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일게 만드는 대목이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정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여론에서 밀리고 밀리다 과거사 사과를 수용한 것이나, 지도부 교체에서 찔끔찔끔 시간을 끌고 있는 것에서 보듯 상황을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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