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경했다" 직불금 받고 양도세 면탈 시도..직불금 수령 진짜 목적 확인

2008. 11. 17.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도소득세 면제는 그동안 비농업인 지주가 쌀소득보전직불금을 수령한 진짜 목적으로 의심받아 왔다. 이번에 조세심판원 결정문을 통해 쌀 직불금을 이용한 양도세 면탈 시도 사례가 발견된 것은 이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세심판원은 자경기준을 까다롭게 정해놓고 있어 향후 쌀 직불금 국정조사에서 관련 기준을 정립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쌀 직불금 악용 사례=B씨는 2006년 12월 인천 영종도의 땅을 판 뒤, 양도세가 부과되기 전인 이듬해 2월 해당 농지의 쌀 직불금 대상자를 실경작자에서 본인으로 변경 신청했다. 그가 일반적 상식과 어긋나게 땅을 판 뒤 뒤늦게 본인을 직불금 수령자로 바꾼 대목은 쌀 직불금을 양도세 감면에 이용하려는 의도임을 추정케 한다.

그러나 지방국세청은 올 1월 그의 자경을 인정하지 않고 양도세 1억594만원을 부과했다. B씨가 재차 반발, 지난 7월 심판을 청구했지만 조세심판원은 "B씨가 최근 10년간 자동차대리점을 운영하며 해마다 6억원을 벌었다"며 자경 주장을 기각했다.

C씨도 쌀 직불금 수령내역을 양도세 4058만원의 감면을 위한 근거 자료 중 하나로 제출했으나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는 2005년 쌀 직불금 29만원을 받았다는 증거를 댔고, 인근 주민 4명에게서 서울을 오가며 농사를 지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그가 전입 뒤 3차례나 주민등록이 직권말소되는 등 실제 거주가 의심스럽다며 이의를 기각했다. 이른바 부재지주로 본 것이다. D씨는 심판을 청구하면서 쌀 직불금 등이 입금된 통장사본을 제출했다. 조세심판원은 그가 ○○산업이라는 사업장을 운영했다는 점 등을 들어 양도세 감면 요청을 거부했다.

◇까다로운 자경 기준=조세심판원 결정에서 눈여겨볼 점은 자경을 상당히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부모의 대리 경작을 자경이 아닌 것으로 봤다. 경찰관 A씨는 "아버지가 해당 토지를 경작했고, A씨는 주말과 비번날을 이용해 농업을 보조했다"고 판정받아 자경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각각 부친과 모친이 본인 소유의 토지를 경작했다는 한나라당 김학용 김성회 의원 역시 자경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조세심판원은 또 일정한 직업과 소득이 있으면서 땅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자경 조건인 '농작업의 2분의 1'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봤다. 한 지방공무원은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청구인이 경작했다고 보기에는 땅의 규모(1만9628㎡)가 상당해 본인이 농작업의 절반 이상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아 양도세를 내야 했다.

서울 모 대학 교수의 부인이 인천 영종도 땅의 양도세 부과에 대해 심판을 청구했으나, 조세심판원은 역시 "통념상 청구인이 남편 및 자녀들과 떨어져 교통이 불편한 영종도에서 단독으로 거주하며 경작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기준을 따르면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최근 쌀 직불금을 수령했다고 공개한 시장과 군수들도 대부분 자경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국조에 영향 미칠듯=조세심판원은 자경을 확인하는 이웃 주민 진술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 또 해당 농지 소재지나 인접 시·군에 거주해야 자경을 인정했다. 이렇게 까다로운 자경 기준을 쌀 직불금에 적용하면 상당수 부재 지주가 직불금을 부정수령한 게 된다. 결국 이번주부터 본격화될 쌀 직불금 국조 특위는 조세심판원의 자경 기준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를 놓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행정안전부의 쌀 직불금 적법 수령 기준도 실제 자경 여부 판단에는 부족하다"면서 "현지 실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