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시간 폭우에 재난대책 허둥지둥
빗나간 기상예보에 한박자 늦은 총동원령
공무원 대거 귀향에 비상동원에도 한계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윤종석 기자 = 우리나라 수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서너시간 폭우에 물난리가 나자 정부의 수해 대응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추석 연휴 첫 날인 21일 오후에 예고 없이 쏟아진 `물폭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에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린 시간은 오후 4시30분이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서울 강서 지역과 인천시 계양구, 경기도 하남과 이천 등지에 200㎜가 넘는 집중 호우가 내려 곳곳이 침수되거나 교통이 통제되고 정전되는 등 비 피해가 속출한 이후였다.
대책본부의 단계별 동원 태세가 내려진 시점을 봐도 중앙정부가 비 피해를 막는 데 역부족이었음을 알 수 있다.
대책본부는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직후인 21일 오후 1시30분부터 상황실 근무자와 방재 기본 인력이 출근하는 비상근무 1단계 체제에 들어갔고, 서울이 물바다가 된 오후 4시 중앙부처 및 관계 기관 공무원 40여명이 동원되는 2단계로 근무 형태를 격상했다.
보건복지부 등 피해 복구와 구호 활동에 관련된 중앙부처 인원이 대폭 추가돼 근무 인원이 50여명을 넘는 3단계로 전환된 것은 이날 오후 7시였다.
이처럼 한 템포 느린 동원령 때문에 서울 화곡동과 신월동, 인천 계양구 등 비 피해 집중 지역에서 배수 요청이 빗발쳤지만 배수작업은 더디게 진행돼 추석 연휴를 물구덩이에서 지내게 된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이렇게 재난대응 태세 전환이 한박자씩 늦어진 것은 수해 대책을 마련하는 기준이 되는 기상청의 기상예측 정보가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기상청은 21일 중부지방에 30∼8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여기에 더해 추석을 하루 앞두고 공무원이 대거 고향에 내려갔거나 귀향 중이어서 비상 동원령도 큰 효과가 없었다.
21일 비가 내리기 전에는 휴일근무 체제에 들어가 재난상황실 당직자 10여명 등 20명이 안되는 근무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집중호우를 예상하지 못한 데다 워낙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려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가뜩이나 명절을 앞둔 시점이어서 신속히 공무원을 동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러나 밤샘 작업을 통해 배수 작업에 박차를 가해 오늘 오전 7시까지 배수 작업을 끝냈다"고 말했다.
이번 재난의 직접적 이유는 빗물 배수 처리 시설의 용량이 부족했던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빗물펌프장은 시간당 75㎜를 처리할 수 있고 하수관은 광화문 지역 등이 시간당 75㎜를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일부는 아직도 65㎜로 남아 있다.
10년에 한 번 올만한 큰비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이번 집중호우를 포함해 최근 기상 이변으로 인한 물폭탄 같은 폭우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문제다.
서울시는 앞으로 하수관과 빗물펌프장의 배수처리 용량을 시간당 9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는 기존 구상대로 빗물펌프장 41곳의 용량을 늘리고 나머지 70곳 중 40곳을 민선 5기 중에 2천500억원을 투자해 추가 증설한다.
또 436억원을 들여 양천구 가로공원길 등에 초대형 저류조 8곳을 설치할 방침이다. 저류조는 평소에는 주차장으로 쓰이다가 집중호우 때면 물을 담아두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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