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0년 최대 위기의 '대덕연구단지'

2008. 5. 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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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끝도없는 통합설..기관장 일괄사표 등

(대전=연합뉴스) 윤석이 기자 = 국가차원의 과학기술 육성과 산업 발전을 위해 조성된 대전 `대덕연구단지(대덕특구)'가 새 정부 출범 후 기관장 일괄사표, 각종 통폐합설 등으로 출범 30여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있다.

21일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연구원들에 따르면 자부심으로 일해왔던 정부출연연내 연구원들의 사기는 떨어질만큼 떨어졌고 불안한 연구환경에 연구자들의 프로젝트도 한없이 얼어붙었다.

특히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통폐합 등이 `설(說)'로만 떠돌고 있어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공개적인 의견 수렴절차를 거치라는 연구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밑도끝도 없는 통폐합설 = 지난 연말 대통령 선거 직후부터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개편작업이 추진될 것이란 소문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개편 작업의 주체는 물론 방향조차 파악되지 않고있다.

KAIST와 정보통신대(ICU)와의 통합 합의를 시작으로 한 생명공학연구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과의 추가 통합설을 비롯해 각종 부설 국가연구소의 폐지설, IT 및 원자력 관련 연구원 등 출연연구 기관의 기능 재편설, 기초기술연구회 및 산업기술연구회의 폐지설 등 확인되지 않은 논의만 무성하다.

최근 원자력연구원과 통합이 거론된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신재인 소장은 "통합안이 나왔다는 데 근거가 어디있는 지 모르겠다. 개편안을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주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문제가 있는 지에 대해서 논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KAIST와 생명연의 통폐합 논의도 상급 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공식적인 입장 발표도 없는 상태이다.

이상기 생명연 원장은 "현재 생명연 연구원들이 불안해서 연구를 못하고 있다. 이는 국가적인 손실"이라며 "교과부에 KAIST와 `공통연구센터' 설립을 골자로 하는 협력안을 제출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기관장 `일괄사표' = 이달초 대덕특구내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기관장들이 새 정부의 요구로 일제히 `일괄 사표'를 제출하면서 설마했던 출연연 각 구성원들은 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권 교체기에서도 일반 공기업들과는 달리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받아왔던 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사실상의 `정치적 신임 절차'로 안정적인 연구 환경과 분위기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일괄 사표에 대한 수리 또는 반려 여부가 20일 이상 결정되지 않으면서 연구 분위기는 위축될대로 위축된 상태이다.

대덕특구내 출연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기관장이 바뀌면 많은 정책 변화가 불가피한데 연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않느냐"면서 "하루빨리 기관장 신임 문제가 해결되기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출연연 기관장들에 대한 재신임 여부가 결정되더라도 전문성이 보장되야할 연구기관으로서는 좋지않은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연연(硏)연구발전협의회는 조성재 회장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출연연 기관장의 사표를 요구한 것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던 일로 해당 기관장의 명예는 물론 연구원들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해쳤다"며 "5년마다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될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정책 정립이 우선 = 지난 30여년간 정권교체 시기마다 단골 메뉴로 오르는 `출연연의 구조조정 문제'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출연연구기관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정립돼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생명공학연구원 이상기 원장은 "통합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 지 냉정하게 분석되지 않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저질러놓고 본다는 한국적 발상이기도 하다. 그러니 정권이 바뀔때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도로 원점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먼저 국가차원의 과학기술정책과 전략을 구체화한 뒤 정부출연연구원들이 어떤 기능과 역할을 담당할 것인 지를 논의해야하는 데 순서가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출연연의 구조조정 등 기능과 역할 재정립과 관련해 불필요한 `설'들이 난무하고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기업으로 따지면 경영전략을 수립한 뒤 기술개발전략을 확립해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울러 출연연 스스로도 정책수요와 환경 변화에 따라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하며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비전과 실천 계획을 수립해야한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 조성재 회장은 "출연연들이 그동안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담당해왔는 지 소통하지 못한 측면을 우선 반성해야할 것"이라며 "다만 정부 출연기관 정책에 대한 논의가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모적인 논쟁없이 출연연들이 혁신적인 연구개발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과학기술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과 관련 당사자들의 공감도 얻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seoky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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