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대상 고위공무원 교육' 현장 가보니..현업복귀 실낱 기대 '잔인한 봄'

2008. 4. 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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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정부 과천청사 중앙공무원 교육원 늘새롬관.청사 건물 중 가장 후미지고 인적조차 드문 이곳에 50대 안팎의 중년신사 197명이 여러 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은 다름아닌 '고위공무원 초과현원 교육' 대상자들.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부부처 4급 이상 간부 중 보직을 받지 못한 공무원들이다.

이들이 6개월간의 재교육 일정에 따라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지도 5월1일로 한 달을 맞는다.

당초 교육대상자는 205명이었으나 고위직 2명과 3~4급 5명 등 7명이 교육을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해 197명이 원직복귀를 꿈꾸며 교육을 받고 있다.

퇴출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좌절감 때문일까,교육 초기 결석자수는 20명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자신을 교육대상자로 낙인찍은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뭉개진 자존심 때문에 대부분이 마음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교육대상자가 된 얘기를 아내에게 고백하지 못한 공무원,자식에게 부끄러워 담배를 새로 피게 됐다는 공무원,수업시간 내내 창밖을 쳐다보는 공무원…. 교육이 시작된 첫째주 동안 교육대상 공무원들은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 4급 출신 교육생은 "1~2주 때는 자존심이 상하고 화병이 나 제대로 생활조차 할 수 없었다"며 "애들이 알까 무서워 집에 교육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평상시처럼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생은 "이달 초에 5급 사무관 150여명가량이 공무원 교육원에 추가로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린다"면서 "5개월 후 교육을 마치면 보직을 받아 부처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기획재정부 소속 고위직 1명이 건국60주년추진위 기획단장으로 보직을 받아 복귀했다는 '경사'가 전해지면서 교육관에 새로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교육생 자치회도 생겼고 원소속 부처나 업무 분야별로 소모임들도 결성됐으며 추가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생기기 시작했다.

중앙공무원 교육원의 프로그램은 비교적 다양하다.

첫째주엔 교육생들의 자신감과 자존심을 키워주는 '감정코칭''마인드 변화교육'이 집중적으로 실시됐다.

2주차엔 엑셀과 파워포인트 등 소프트웨어 교육과 홈페이지 제작 등 정보화 교육을 집중적으로 제공했다.

3주차인 지난주엔 원어민 강사들을 통해 아침에 2시간씩 영어회화 교육과 중국어 교육을 수준별로 운영했다.

4주차인 요즘 본격적으로 역량교육과 직무교육을 하고 있다.

국장급 고위정책과정 교육의 경우 원래 부처로 '컴백'할 가능성에 대비,실제 업무에 준한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교육원은 앞으로 재테크나 창업,라이프코치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강성주 중앙공무원교육원 인재양성총괄과장은 "교육생들은 무능력자도 퇴출 대상도 아닌 정부 조직개편으로 잠시 자리가 없어진 분들"이라며 "이분들이 곧바로 현업에 복귀할 준비를 갖추고 평소에 부족했던 전산기능 등을 익혀 업무효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철/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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