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요즈음 공무원들이 노는 꼴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공직사회의 기강이 땅에 떨어져 비리와 부조리의 역겨운 냄새가 여기저기서 펄펄 풍기기 때문이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감사 21명이 떼를 지어 저 먼 남미까지 외유성 해외 출장 길에 올라 물의를 빚는가 했더니 서울시 구청장 8명도 비슷한 행선지를 누비고 있고
서울시 교육청 간부와 교사 12명도 일정의 대부분이 관광인 외유성 연수를 위해 동유럽으로 떠났다고 한다. 다른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은 이들의 외유가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자 이미 세워 놓았던 해외 출장 계획들을 서둘러 취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는 일도 없이 엄청난 보수를 받는 게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감사 자리다. 이들 중 70% 이상이 정치권의 낙하산들이니 전문성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하늘이 내린 직장'의 `하늘이 내린 자리'라는 항간의 비아냥거림이 나돌기도 했자만 이번 남미 외유 건으로 빈말이 아님이 여실히 입증됐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과수폭포에 가야 `혁신포럼'이 된다니 `혁신'이라는 단어가 부끄러울 뿐이다. 교통과 친환경 시설을 견학할 곳이 없어서 남미까지 간 구청장들도 마찬가지다. 그것도 1인당 900만 원씩이나 드는 비싼 여행에 수행비서까지 대동하고 말이다. 또 교육청 간부와 교사들은 꼭 관광지에 가야 `테마연수'가 된다는 건지 도대체 납득이 안 된다. 그러나 어디 이들 뿐이랴. 해마다 고위 공무원 400여명이 1~2년짜리 장기 해외 연수에 나서지만 이중 상당수는 공부나 직무훈련 같은 원래 연수 목적은 내핑개친 채 골프와 관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은 등골이 휘는데 공무원들은 국민의 혈세를 펑펑 쓰며 향락을 즐기고 있으니 나라 꼴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문화재 보호의 총사령관 격인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릉에서 숭모제에 함석한 뒤 여주군수 등과 함께 오찬을 했다는 것도 황당하다. 목조 문화재 바로 앞에서 LPG가스통과 전자레인지, 밥솥 등을 이용해 만든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다. 목조 문화재에 화기 반입이 금지되는 것은 상식인데 문화재청장이 몰랐다면 말이 안 된다. 지난 2004년과 2005년에도 국제검사협회와
세계신문협회의 만찬을 각각 경복궁
경회루와 창경궁 명정전에서 열도록 허용했다가 말썽을 빚은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문화재청은 당시 궁이나 유적지에서 열리는 행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순간을 모면하려는 입발림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이번에는 청장 본인이 규정을 어겼으니 앞으로 일반인들도 문화재 경내에서 취사하겠다고 나서면 어쩔 텐가. 이밖에 김성호 법무부장관은 대기업 총수의 행위 치고는 너무나 치졸하게 보복 폭행을 저지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부정(父情)이 기특하다며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식으로 말해 구설수에 올랐고 충북 진천군수는 군의원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불법 판매하는 곰 요리를 간부 직원 등과 함께 먹은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게 모두 이번주 들어 터진 사건들이니 공무원의 기강 해이가 어느 정도인가는 쉽게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들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게 문제다. 이 같은 기강 해이가 정권 말기의 현상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참여정부의 남은 임기 9개월여 동안 이런 꼴을 계속 봐야 한다면 국민에게 더 이상의 고문이 없을 것이다.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 공무원의 사기를 생각해서라도 기강이 빠진 공무원들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에 터진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사회와 공기업의 기강을 확립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끝)
< 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NATE/ⓝ/ez-i >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