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긴박했던 FTA 협상
한 "쌀시장개방 불가" vs 태국 "쌀시장 개방하라"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성기홍 김범현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간 13일 `한-아세안 FTA(자유무역협정) 기본협정' 체결에 앞서 한국의 `쌀시장 개방'을 둘러싸고 한국과 태국간 `불꽃튀는 외교전'이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개최에 앞서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은 한-아세안 FTA의 핵심인 상품자유화 방식(Modality)을 협의하기 위해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통상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최대 쟁점은 한국의 쌀시장 개방이었다. `쌀시장 개방 불가원칙'을 고수한 한국측과 `한국도 쌀시장 개방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태국과의 팽팽한 접전이 계속됐다.
아세안 회원국인 태국측은 "한국측이 한-아세안 FTA를 통해 쌀시장 개방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아세안 전체 회원국을 동원해 이번 FTA 자체를 보이콧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쌀협상 비준안에 따라 태국의 경우 향후 10년간 매년 약 3만t 가량(전체 쌀쿼타의 14.6%)의 쌀 수출물량을 확보했음에도 한국의 쌀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다.
이는 한-아세안 FTA 협상을 통해 쌀시장 개방 요구를 밀어부침으로써 최소한 쌀 이외 다른 농산물에 있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태국측은 "태국 없이는 다른 아세안 회원국들도 한국과의 FTA에 사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FTA 협상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측은 `쌀시장 개방 절대 불가'라는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태국의 초강수에 초강수로 맞서면서 태국과의 치열한 기싸움에 돌입했다.
한국측은 "태국 때문에 다른 아세안 회원국과 FTA 상품자유화 방식에 대해 합의 못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한.아세안 FTA 체결시 아세안 국가들의 `이익'을 계산한 결과였다.
동시에 한국측은 "이번에 상품협정의 세부원칙에 대한 사인 없이는 한-아세안 FTA 기본협정에도 사인할 수 없다. 국회가 기본협정만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으로 태국측을 몰아세웠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김현종(金鉉宗) 통상교섭본부장은 아세안 역사상 유례가 없는 새로운 FTA 체결 형식을 제안했다. `아세안-X'(deferment of participation) 형식으로, 아세안 10개국중 준비된 국가들만 먼저 합하자는 것이다.
결과는 한국의 판정승이었다. 태국을 제외한 나머지 아세안 9개국이 40개 관세철폐 유예 품목에 한국의 쌀을 포함시키는데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상품자유화 방식에 사인한 것이다.
김 본부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쌀시장 개방 불가원칙은 우리의 FTA 협상에 있어 기본적인 협상 전략"이라며 "앞으로 태국의 참여여부는 태국쪽에 공이 넘어간 상태로 태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측은 노 대통령의 이번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아세안 FTA 기본협정 외에 내년 상반기 타결 목표인 상품협정의 세부원칙인 상품자유화 방식까지 합의한다는 목표를 갖고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태국의 경우 이번에 한-아세안 FTA의 모법인 기본협정만 체결하고자 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에 상품자유화 방식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에 상품협정 관련 협상이 끝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반드시 관철코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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