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발 암초' 한강 르네상스 '휘청'

손대선 2011. 6. 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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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대선 이재우 기자 =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감사원으로부터 경고성 지적을 무더기로 받아 사업향배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2006년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운 및 수변문화공간 조성 등을 목표로 추진해온 핵심 시책 사업이다. 본예산과 관련 예산을 합하면 사업종료시기까지 수조원에 이르는 방대한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서해뱃길사업,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 등 시의회와 마찰을 빚고 있는 사안은 모두 이 사업의 테두리 안에 속해 있다.

19일 감사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상당수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사업에 참여한 일부 민간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뼈아픈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수요는 부풀리고, 적자사업은 흑자로 계산

이번 감사내용만 따지고 보면 한마디로 '장밋빛 청사진에 기댄 사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감사원은 우선 한강 르네상스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서해연결 한강주운기반조성사업의 부실을 짚었다.

신곡(김포시 고촌읍)에서 잠실에 이르는 한강 수역에 주운수로(김포시 고촌읍∼서울시 여의도·용산까지 총연장 15㎞) 준설, 종합여객터미널(용산, 여의도) 조성, 선박 운항 및 양화대교 교량구조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감사원이 이날 밝힌 지적의 요체는 '서해뱃길' 사업으로 통칭되는 이 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수요예측과 경제적 타당성 평가 등이 시쳇말로 '뻥튀기'를 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시는 ▲국토해양부와 KDI 평가지침과 다르게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여객, 화물)를 반영하지 않았고 ▲수도권 총교통량을 부풀렸으며 ▲상위 국가계획이나 해당 사업의 추진 현황과 다르게 수요를 예측했다.

수요예측을 재분석한 결과, 일례로 수상버스 수요의 경우 55.9%~77.1% 부풀려져 예측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서울시는 심지어 수상버스가 승용차와 달리 대중교통수단으로 운영시간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전환되도록 분석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비용·편익비(B/C)가 실제 0.52에 불과한데 1.14로, 순현재가치가 -3950억 원인데도 606억 원으로 산정함으로써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B/C가 1 이하인 사업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시가 근 4000억원의 적자사업을 600억짜리 흑자사업으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선박 이용객 부족 및 사업의 경제적, 재무적 타당성 부족으로 운영적자가 누적돼 사업효과를 얻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모피쇼'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한강 르네상스의 또다른 핵심사업 중 하나인 세빛둥둥섬(Floating Island)이나 여타 사업도 감사원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사업 수행과정서 민간업자에게 과다한 혜택이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설계 업체의 불법 하도급 및 이를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재심청구 통해 시시비비 가리자" VS "정치적 고려 따른 시간벌기"

서울시는 이날 감사원의 발표에 겉으로는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성이 미흡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의 목적,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부족한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을 보완하라는 내용"이라며 "항만, 주운수로 등 항만법을 적용해 건설하는 항만사업이므로, 경제성 분석 시 비용부분에 선박구입비 및 운영비를 포함하지 않는 '항만 지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감사원에서는 선박구입비 및 운영비를 포함하는 '철도부문 지침'을 적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제성이 낮게 평가된 것"이라고 반박하며 "경제성 분석 지침 적용과 관련한 이견에 대하여는 감사원에 재심의 청구를 해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도 "사업을 중단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사업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이익을 내는 방법을 찾으라고 한 것"이라며 "항만을 다루는 데 왜 철도법으로 다루는지 손익계산을 다시 해달라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공무원 징계에 대한 문제도 재심의 결과와 연계할 예정이다. 결국 감사원과 한강 르네상스 전반의 타당성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보자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같은 반박에 대해 재반박했다. 이미 설계용역사 관계자들까지 불러놓고 조사를 한 마당에 서울시의 해명은 단순한 정치적 고려에 따른 '시간벌기'라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항만은 조성을 해놓으면 선사들이 들어오는 개념인데 주운사업은 화물이 못들어온다"며 "선사들은 여객만 해가지고는 수익성이 없으니까, 안 들어온다. 선사들에게도 확인을 다 해봤는데 안 들어온단다. 선박이 안 들어오면 수익이 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는 용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선박을 건조해서 선박이 들어오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며 "선박 임대를 하든, 신규로 건조를 하든 서울시가 해야하는 사항이다. 그러니까 항만기준은 적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감사원의 계산대로라면 수익성 확보를 위해 화물선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 경우 결국 현정부가 집권초기 추진하다가 각계의 반대로 좌초된 '대운하 사업의 복권'이 아니냐는 또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현 상태로는 수익성을 낼 뾰족한 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재심청구 안 받아들여지면 '사업난항 불가피'

서울시의 공식해명과는 다르게 이번 감사원 발표에 대해 담당부서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감사원이 경제성 부족을 지적하면서도 사업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는 서울시의 해명논리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은 제쳐놓고서라도 재심청구 결과에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 감사 결과는 지난해 10월 사실상 완료됐다. 이날 발표는 감사원과 서울시가 조사종료 후에도 무려 8개월동안 갑론을박을 벌여 내놓은 결과물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사원서 재심 안 받아들이면 관련 사업 진척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재심이 받아들여지 않으면)상당히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곤혹스런 상황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도 난감하다. (이번 결과는)꿈에도 생각도 못했다. 예산이 경인 아라뱃길 10분의 1이다. 서해뱃길이 경제성이 없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도 "우리가 충분히 설명했고 자기(서울시측)들도 다 알고 있다"며 "그쪽도 국회와의 문제 같은 게 있기 때문에 시간을 벌어야하니까 재심이라도 청구하는 것"이라고 서울시의 재심청구자체를 평가절하했다.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재심의 청구해도 형식적 요건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이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회의 관련 예산 삭감으로 인해 이미 사업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의 경우, 시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예비비를 투입해 공사를 강행하고 있지만 마냥 예비비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서울시의 예비비 사용에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자유치'라는 제3의 선택이 있지만 이미 서울시의 민자유치는 과부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MB와 담판 지어서라도" 발언은 오세훈의 노림수?

이 대목에서 오 시장의 최근 발언은 주목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17~18일 서해뱃길 프레스투어 중 기자들에게 "서해뱃길 사업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10월 경인아래뱃길 개항때까지 시의회가 반대하면 김포에 관광버스를 대절해 중국 관광객을 서울로 끌어들이고 700t급 유람선 4~5척을 띄워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의회가 끝까지 반대하면 대통령과 담판을 지어서라도 반드시 (사업자금을)끌어올 것"이라며 "시의회의 행태를 보면 구한말 쇄국주의자같다. 열면 살고 닫으면 죽는다"고까지 했다.

감사결과는 이미 6월초 서울시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감사결과를 서울시 수장이 모를 리 없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 발언의 행간을 살펴보면 기존 시의회의 결사반대와 감사원 경고라는 이중고 속에서 결국 정치적 협상을 통해 국비를 받아내서라도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측이 서울시의 재심청구에 떨떠름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이같은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경제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정치적 선택에 의해 사업이 전개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시의회 오승록 민주당 대변인은 오 시장의 사업강행 발언에 대해 "결국 국토해양부에서 예산편성해야하는데, 국회서 심의할때 민주당이 가만히 있을까. 한나라당 내부 친박계 의원들이 편들어 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서울시의 핵심사업은 또 한번의 격랑을 겪게 됐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8월로 예정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같은 선상에서 결국 오 시장의 정치력에 따라 한강 르네상스가 순항 또는 좌초로 행로가 극명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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