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전통제례 제관 맡기 꺼려 논란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원희룡 제주지사가 산신제 등 전통 제례에 제관으로 참여하는 것을 꺼려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5일 발표한 주간행사계획을 통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원 지사가 10일 오전 11시 제주시 삼성혈에서 열리는 삼성사재단 건시대제(乾始大祭) 제향행사에 초헌관을 맡아 제례를 집전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도는 원 지사가 제례가 끝나는 시점인 정오에야 건시대제에 참석하고, 애초 원 지사가 맡기로 한 초헌관은 박정하 정무부지사가 대신한다고 9일 뒤늦게 밝혔다.
이에 대해 강홍균 도 소통정책관은 "건시대제와 같은 시각에 열리는 수출의 날 행사에 참석, 축사를 하게 돼 초헌관을 부지사에게 맡긴 것"이라며 "수출의 날 행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삼성혈로 이동해 제례 이후 행사에 참석한다"고 해명했다.
건시대제는 제주도의 발전과 번영, 도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제주도제로 치르는 제례다. 480여 년 전인 1526년 '혈제(穴祭)'라는 명칭으로 시작돼 고려 때까지 국가 제례로 봉행하던 이 제례는 1973년 건시대제로 변경됐다. 제례 봉행은 매년 12월 10일 11시다.
원 지사는 앞서 지난 10월 2일 전국체전 성공 개최를 위해 제주시 아라동 산천단에서 열린 한라산신제 때도 초헌관으로 제례를 집전한다고 했다가 박 부지사를 대신 보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도는 당시 "한라산신제와 비슷한 시간에 열린 국제대회인 제주국제지구력승마대회에 참석하느라 산신제 초헌관을 맡지 못했다"고 밝혔다.
탐라국 시대부터 한라산 백록담에서 봉행하던 한라산신제는 고려 후기에 국가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국가 제례로 발전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산신제에 참가하려다 얼어 죽는 주민들이 발생하자 현재의 산천단으로 제단이 옮겨졌다. 이후 일제에 의해 금지됐다가 해방 이후 부활해 지난 2009년부터 동 단위 행사로 확대됐다.
한라산신제에 이어 이번 건시대제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자 일부에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원 지사가 종교적인 이유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전의 도지사들은 모두 건시대제나 한라산신제에 초헌관으로 참석해 왔다.
도는 도의회 부의장이 초헌관으로 참석하는 만큼 격이 맞지 않아 원 지사가 초헌관을 맡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태환 전 지사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도의회 부의장이 아헌관을 맡았지만 개의치 않고 초헌관으로 참석했기 때문이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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