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명령 내려진 익산 아파트 주민들 '불안·불만'
"삶의 터전이지만 붕괴 위험 두려워"…이주책은 미흡
(익산=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20년이 넘도록 살아 정이 들 만큼 들었지만 아파트가 언제 무너질지 몰라 항상 불안했어요."
전북 익산시가 붕괴 위험에 처한 모현동 우남아파트 입주민들에 대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0조'를 근거로 11일 오전 10시를 기해 긴급 대피명령을 발표하자 주민들은 불안감과 함께 이주책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1992년 11월 준공한 모현동 우남아파트는 2002년 구조안전진단 결과 철거대상인 D, E급 판정을 받은 후 익산시로부터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다.
이후 한 차례도 보수·보강 공사를 하지 않아 심각한 붕괴 위험상황에 직면해 있다.
박경철 익산시장은 발표문을 통해 "모현우남아파트 특별조사단의 안전점검 결과 심각한 재난안전위험이 있어 입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대형 인재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 대피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건립될 때는 신식 주거지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곳곳에 금이 간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덩어리로 전락했다.
이날 오후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벽면 게시판에는 대피 명령 공고문이 붙어 있고 시커먼 곰팡이가 핀 건물 모서리는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면서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벽면 곳곳에는 실처럼 금이 가 있었다.
이 아파트에는 400여명의 주민이 입주해 있다. 103가구 중 벌써 10여 가구는 집을 옮겼다.
50여㎡ 넓이의 아파트에 들어가 보니 천장 도배지가 벗겨진 채 콘크리트가 휑하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준공 당시 콘크리트가 적게 들어가 보통 체격의 성인 남성이 살짝 뛰면 바닥이 흔들렸다. 외부 마감도 부실해 비가 많이 내리면 벽에 물이 스며든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20여년에 걸쳐 아파트가 조금씩 내려앉으면서 베란다 쪽 창문을 열고 닫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건립 초기부터 비가 오면 지하실에 물이 찼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2003년 시공사를 상대로 수십억 원대의 소송을 벌여 일부 승소해 7억여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았지만 아파트의 전반적인 보수·보강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주민 김모(67)씨는 "비록 불안한 삶이지만 이곳에서 20여년간 살아온 사람들은 무조건 나가라는 시청의 입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주민들과 회의를 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모(72)씨는 "시공사의 부실시공 때문에 20년이 넘도록 고통을 받아왔다. 익산시가 이주비 지원과 주택 전세자금 등을 빌려준다고 하지만 형편이 되지 않으니 이곳에 사는 게 아니겠냐"면서 익산시의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익산시는 가구당 120만원 한도에서 이주비를 지원하고 주택 전세자금 대출 등 이주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아파트 철거 여부도 심도 있게 검토할 계획이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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