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사퇴] "더 이상 누 끼치기 싫다".. 안대희, 靑 만류에도 사퇴

배성규 기자 2014. 5.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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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민 검사'로 불렸던 안대희 총리 후보자는 결국 엿새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22일 총리에 내정될 당시만 해도 '직언(直言)하는 책임 총리'가 될 것인지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전관예우 논란에 휘말리면서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사인(私人)으로 돌아가게 됐다.

◇사퇴 직전에야 청와대에 알려

그는 28일 오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더 이상 정부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깜짝 놀란 김 실장이 안 후보자를 거듭 만류했지만 그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나 여권의 누구도 안 후보자에게 물러날 것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검증 국면이 힘들겠지만 잘 견디라고 격려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이날 안 후보자의 사퇴는 주변에서 거의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인사청문회 준비를 도와주던 총리실 공무원들이나 여권 관계자들도 오후 5시 회견 30분 전쯤 사퇴 발표를 눈치 챘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에도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했다.

안 후보자는 전날인 27일까지도 총리 직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관예우 논란이 커진 지난 26일 자신이 변호사 사무실 개업 이후 번 돈 중 11억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고액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지만, 윤리와 양심에 벗어난 사건을 맡은 적은 없다"며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도 보였다.

그는 자신이 대검 중수부장 시절 수사로 악연이 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박주선 의원 등에게까지 27일 전화를 걸어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에게도 전화를 했지만, 이들이 받지 않았다고 한다. 여권 핵심 인사도 28일 "아침전화 통화 때 '잘 버텨야 한다. 우리가 엄호하겠다'고 하자, 안 후보자는 '알겠다. 버틴다'고 했었는데…"라고 말했다.

◇전관예우에 가족까지 공격받자 결심

안 후보자는 사퇴의 이유로 "부족한 제가 국무총리 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저의 버팀목이 돼 줬던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버겁다"고 했다. 그는 "전관예우라는 오해나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했다"며 쏟아진 의혹에 대한 억울함을 내비쳤지만, 대국민 사과로 회견을 마쳤다.

그의 핵심 측근은 "안 후보자는 총리 내정 직후부터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내심 '아차' 했고, 마음 편치 않아했다"며 "야당과 언론이 안 후보자가 맡았던 사건 의뢰인들을 찾아가 따지고 의뢰인들이 안 후보자에게 고통을 호소하자 큰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자녀들의 8000만원 예금 논란과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아들의 직장까지 공개되자 측근들에게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다소 격정적인 성격의 그가 이 같은 상황을 감내하기보다는 벗어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자가 돌연 사퇴를 결심한 데는 대법관 재직 당시 특정업무경비 논란 등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에선 "대법관 재직 시절 급여에 비해 예금이 과도하게 늘었는데 특정업무경비를 유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안대희 비토론'이 제기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이날 "관(官)피아와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라는 게 국민의 명령인데, 안 후보자가 (거취를)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안 후보자를 끌어안고 갔다간 지방선거에 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스타 검사와 대법관 출신인 안 후보자는 평생 모범생 스타일로 살아와 마음이 의외로 여리다"며 "전관예우에 가족 문제까지 거론되자 상처를 크게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1억원 기부 약속에 대해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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