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대리점주 집에 쌓인 막걸리만 10상자"

2013. 5. 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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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쌓이고 반품 안돼 영업적자 '눈덩이'

재고 쌓이고 반품 안돼 영업적자 '눈덩이'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손현규 기자 = "집에 가끔 놀러가면 베란다에 쌓아놓은 막걸리가 10상자씩 꼭 있었어요. 다 팔지 못한 막걸리를 창고에 쌓아 놓다가 안되니까 집에 가져다 놓은 겁니다."

15일 오후 경기도 부천의 한 장례식장.

배상면주가 본사로부터 물량 밀어내기와 빚 독촉 압박에 시달렸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대리점주 이모(44)씨의 빈소에서 친척 송모(41·여)씨는 울분을 토했다.

유족들은 이씨가 주류판매 불황, 재고 증가, 현금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으며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전했다.

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씨는 모 주류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2003년 권리금 5천만원을 주고 부평대리점을 인수했다. 2006년에는 권리금 5천만원에 인천시 서구의 대리점을 추가로 인수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현금으로 본사에서 물건을 샀고, 초기 영업이 잘돼 처가를 회사에 담보로 맡기고 주류를 구매했다.

이씨의 영업수지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은 막걸리 열풍이 한창이던 2010년부터다.

이씨는 배상면주가의 신제품 막걸리를 판매하기 위해 냉동탑차 3대를 각각 2천만원에 구입했지만 제품 판매가 부진해 적자가 쌓여갔다.

이씨는 한때 월 7천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최근에는 1천200만원까지 떨어졌다.

본사의 판매 목표량보다 턱없이 부족한 판매 실적으로 재고는 쌓여갔다. 반품도 되지 않아 유통기한이 지난 막걸리는 창고와 집 안에 쌓아놓다가 버리기 일쑤였다. 본사에 상환해야 하는 빚은 1억2천만원으로 불었다.

이씨는 유서에서 배상면주가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 행위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그는 '남양유업은 빙산의 일각. 현금 5천만원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은 개판이었다. 본사 묵인의 사기였다. 살아남기 위해 행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남는 건 여전한 밀어내기'라고 맹비난했다.

이씨는 한달 전쯤부터 형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척 이모(54)씨는 "일이라고 하면 2등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회사 정책 따라서 열심히 일한 사람이 피해를 본 거다. 막걸리 판매로 힘들어할 때 그만 사업을 접으라고 몇 번 조언했지만 처가까지 담보로 잡혀 있어 빠져나가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배상면주가의 배영호 대표이사는 이날 빈소를 방문했다가 유족의 거센 항의로 조문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배상면주가가 보낸 조화는 장례식장 밖으로 내팽개쳐졌다.

경찰의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인천 삼산경찰서는 이씨의 자살 직전 카카오톡으로 유서를 받은 3명의 대리점주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배상면주가의 대리점 물품 공급 과정에서 불공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씨 시신의 부검을 의뢰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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