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길고양이 중성화 5년..천덕꾸러기 된 영물

2013. 2. 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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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만6천마리 수술.."개체 수 조절"vs"비인도적" 갈등

3년간 1만6천마리 수술…"개체 수 조절"vs"비인도적" 갈등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이슬기 기자 = "이쪽에선 짝짓기 소리에 잘 수가 없다며 민원이 오고, 저쪽에선 중성화로 번식 본능을 억제하는 건 인간중심 사고라며 항의해요."

서울 시내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중성화(TNR) 사업이 시작된 지 벌써 5년째지만 현장에서 길고양이, 동물보호단체, 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구청 직원의 한숨에는 풀리지 못한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성화 수술을 받은 길고양이는 총 1만6천여마리. 시는 예산을 확대하며 목표량도 늘려잡고 있지만 찬성 측은 '개체수 조절'을 논리로, 반대 측은 '비인도적 방법'이란 이유로 맞서고 있다.

◇ 3년간 1만6천마리 중성화…올해 6천마리 목표 = 중성화 사업은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주민이 신고하면 출동하는 경우와 정기적으로 구청이 현장에서 포획해 수술하는 경우다.

수술은 지역별 수의사회 등 위탁기관에서 이뤄지며, 수술이 끝난 고양이는 귀 뒤에 'V'자 표식이 찍혀 거리로 돌아간다.

구마다 분기별이나 연 2회 등 중성화 시행일을 지정했지만 짝짓기가 활발한 여름철이면 밀려드는 신고에 이틀에 한 번꼴로 현장에 나간다는 게 구청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길거리 동물 중성화를 시작한 지는 5년이지만 고양이만 별도로 분리해 집중 시행한 것은 2010년부터다.

시 통계에 따르면 2010년 5천896마리, 2011년 4천719마리, 2012년 5천882마리 등 최근 3년간 총 1만6천497마리의 길고양이가 중성화됐다.

지역별로는 구로구가 3년간 1천456마리로 고양이가 가장 많았고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용산구(1천649마리), 강남구(1천264마리)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시내 전체 목표량은 6천마리로, 예산도 역대 최대치인 9억원이 투입된다.

◇ "인간에 피해…개체 수 조절" vs "비인도적 행위" = 개와 달리 고양이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히 갈리며, 중성화 사업에 대한 찬반 논쟁도 여전히 뜨겁다.

길고양이의 존재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거리 위생과 고양이 특유의 울음소리를 근거로 든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올린 누리꾼은 "음식물 쓰레기통을 엎거나 헤집어놓는 건 기본이고 저층에 사는 사람들은 울음소리에 잠을 못 자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반면 길고양이에 정기적으로 먹이 주는 '캣맘' 김모(52ㆍ여)씨는 "사람들이 분양한 고양이를 책임지고 키우기만 해도 길고양이가 절반은 줄었을 것"이라며 "고양이가 없으면 파충류나 들쥐가 기승하는 만큼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성화 사업에 대한 찬반도 갈린다.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의 이원창 정책국장은 "고양이와 사람 모두를 위해 개체 수는 조절돼야 하고 그러려면 중성화가 필요하다"며 "사전 관찰, 수술, 보살핌, 방사 후 관리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중성화 사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누리꾼 '헌**'는 "길고양이들은 세력싸움, 사냥, 도피를 통해 살아가는데 수컷의 경우 중성화로 남성호르몬이 없어지면 공격성 저하, 근육량 감소, 활동성 저하 등을 겪는다"며 "중성화 수술은 비인도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 전문가들 "중성화가 가장 현실적 대책" = 전문가들은 그래도 중성화가 가장 나은 차선책이라는 게 주된 입장이다.

서울대공원 동물기획과 김민수 주무관은 "중성화를 해서 방사하면 번식은 못 하고 평균 수명인 3년여 후 자연스럽게 죽어 개체 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주무관은 "아무래도 사람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인도주의적으로 보더라도 안락사보다는 중성화가 차선 중에는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이 보호 측면에서도 중성화를 통한 개체 수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한수의사회 손은필 부회장은 "중성화를 해서 개체 수를 관리하는 게 동물보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며 "길고양이들이 계속 번식하다 보면 결국에는 엄청나게 개체 수가 늘어 생태계가 망가지고 고양이들도 영역 다툼을 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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