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制 한다면서..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다

김민철 기자 입력 2013. 1. 18. 03:22 수정 2013. 1. 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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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選 전에는 "모든 노인에 20만원", 大選 끝나니 "모든 노인은 아니고.."

새누리당의 핵심 대선 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에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대통령직인수위도, 새누리당도, 보건복지부도 모두 입을 굳게 닫고 있어 혼란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서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바꾸어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하면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현재의 2배인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만 월 9만7000원을 주고 있다.

대선 후 새누리당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공약을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지만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기초연금 일부 재원을 국민연금에서 충당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국민연금이 유일한 노후 수단인 가입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정재영 경로국장은 "노인들은 기초연금에 관심이 많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답답하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취임 후 내놓더라도 큰 방향이라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 누구도 큰 방향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인수위에서는 진영 부위원장이 당 정책위의장 자격으로 당 회의에 참석해 "(기초연금에 대한 잘못된) 보도가 큰 혼란을 주고 있다"고 한 것이 전부다.

박근혜 당선인 주변 인사들은 "언론이 잘못 알고 있다" "나중에 다 밝혀질 것"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들은 아예 전화기를 꺼두거나 "결정된 것이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

복지부 관련 간부들은 요즘 아예 전화조차 받지 않고 있다. 복지부 담당 국장은 며칠째 전화를 받지 않고 '이해 바란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어렵게 통화한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가 어떻게 왈가왈부할 수 있겠느냐. 인수위에서 정책이 정해지기 전에는 기초연금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연금 전문가는 "새누리당 공약과, 지금까지 인수위와 새누리당에서 나온 얘기만으로는 기초연금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짐작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기초연금 공약 실현에 내년부터 4년간 19조7139억원 (지방비 포함)이 들 것으로 추계했다. 그러나 최병호 보건사회연구원장은 16일 열린 새 정부 복지 정책 토론회에서 새누리당이 제시한 돈의 2배인 39조361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새누리당 계산에 큰 허점이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여권 관계자가 모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인수위와 새누리당에서 나온 얘기에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 기초연금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잡아보면 다음과 같다.

Q:새누리당 공약은 정확히 어떤 내용인가.

A:현행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바꾸어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하고,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즉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현재의 2배(20만원) 수준으로 인상해 지급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Q: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할 경우 국민연금 지급에 영향이 없나.

A:새누리당은 국민연금에서 기초연금 재원의 30%를 가져오는 방안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연금은 2배로 인상하더라도 기존처럼 재원은 세금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위 30%에게 주는 기초연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고려대 김원섭 교수는 16일 복지 정책 토론회에서 "기초연금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국민연금기금에서 기초연금 필요액의 15~30%를 지원하는 방안"이라며 "그럴 경우 가입자들이 받는 국민연금 수급액이 현재 소득의 40%에서 몇 %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Q:여권에서 거론하는 소득별 차등은 무엇인가.

A:지금까지 기초노령연금을 받아온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는 공약대로 20만원을 지급하지만, 상위 30% 고소득층은 차등 지급하겠다는 방안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부자일수록 적게 주는 개념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삼성 이건희 회장 같은 고소득층은 받지 않게 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Q:어떻든 새누리당이 '전 노인에게 2배 준다'는 공약을 뒤집는 것 아닌가.

A:새누리당 관계자들은 공약을 뒤집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득 하위 70%에 대해서는 기초연금을 2배로 인상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고, 소득 상위 30%는 지금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2배 인상 공약은 상위 30%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Q:굳이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화하고, 2배로 인상하려는 이유는 뭔가.

A:소득 하위 70% 노인은 1988년 도입한 국민연금을 납부할 충분한 기간을 갖지 못했고, 자녀 세대로부터 부양을 받지 못해 노후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2배로 인상하더라도 월 20만원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것이 새누리당과 상당수 전문가의 주장이다. 기초노령연금은 2008년도에 임시방편으로 도입한 것으로, 불완전한 제도이기 때문에 이를 연금화해서 제도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Q:현재 우리나라 노인 중 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은 어느 정도인가.

A: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수는 536만명이다. 이 중 26.7%인 143만명이 국민연금을, 3.8%인 20만명이 공무원·군인·사학 연금을 받고 있다. 따라서 약 30%의 노인만이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을 받아 노후 대비를 한 셈이다.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노인까지 합할 경우 약 85%의 노인이 각종 공적 연금을 받고 있다.

Q:언제쯤 기초연금 실시 방안의 윤곽이 나오나.

A: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인수위에서 내주쯤 대선 공약 이행 계획을 짤 때 기초연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현재 복지부,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다양한 상황에 대한 모의실험을 하는 단계여서 언제쯤 윤곽이 나올지도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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