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VIEW] '증세 없는 복지' 또 의지 보인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增稅)는 없다"는 원칙을 재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27일 "지금 증세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대선)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 세금을 거둘 것부터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먼저 최대한 낭비를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등의 노력을 중심으로 가능한 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증세 불가 원칙을 다시 밝힌 것은 정부 지출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의 첫발도 떼기 전에 섣불리 증세 이야기를 꺼낼 경우 전열이 흐트러질 가능성을 경계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방만한 재정 지출이나 비과세 감면을 정리하지 않고 곧장 증세 얘기를 꺼내면 정부가 의도한 재정 개혁은 물 건너갈 우려가 있다"며 "지출 축소를 통한 재정 개혁으로도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이 부족하면 그다음에 증세 얘기를 거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전문가는 증세 없는 재원 확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잡은 지출 축소나 세원 확대 목표치는 절반도 달성하기 어렵다"며 "솔직하게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렵지만 올바른 방향이고, 정부의 의지만 강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도 많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새 정부가 재원 확보의 큰 방향을 잘 잡았고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 것도 긍정적"이라며 "빨리 실행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에서 공약 재원 확보 방안을 검토한 핵심 관계자는 "어렵기는 해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정치적인 타협점만 찾는다면 시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성공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복지에 경쟁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인 스웨덴 등 북유럽 모델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모든 학교와 병원의 성과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사기업의 참여를 허용함으로써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복지를 끌어내는 실험을 성공시켰다. 이에 따라 스웨덴의 경우 복지국가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소득세 최고세율을 84%에서 57%까지 낮출 수 있었다.
올해 예산 가운데 정부가 임의로 용도를 정해 쓸 수 있는 돈은 약 180조원인데, 정부는 분야별 지출 축소로 이 돈의 10% 안팎인 18조~20조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위에 참여했던 핵심 관계자는 "내년부터 이 계획을 실행하면 5년간 70조~80조원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의 6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에 참여했던 다른 관계자는 "작년에 축소한 비과세 감면 비율이 전체의 5%였던 것을 감안하면 여야 간 합의만 된다면 추가로 축소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5년간 세수 20조원 안팎을 확보할 수 있다. 국세청은 여기에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5년간 30조원(매년 6조원)을 더 거둘 수 있다고 인수위에 보고한 바 있다.
관건은 정치권과 관료의 협조다. 한 친박 핵심 관계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조세개혁소위를 만들어 비과세 감면 문제에 대해 야당과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류성걸·안종범 의원 등 실세들이 입각하지 않고 국회에 남은 것은 여야 합의로 재원 문제를 풀라는 대통령의 의도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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