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자랑스런 동문? 대구공고 자료실 논란

2012. 6. 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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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구공고 동창회, 학교에 전두환·노태우 자료실 열어 논란

시민단체 "공립학교서 내란수괴죄 인물 치켜세우다니" 발끈

대구공업고등학교에 이 학교 출신인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한때 재학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료실이 개관돼 입길에 오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예산 20억원을 들여 취업지원센터 건물을 지으면서, 동창회 쪽에 이들의 자료실을 마련할 수 있도록 증축을 허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공립학교에서 전씨와 노씨의 행적을 미화할 수 있느냐'며 '자료실을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19일 오후 찾은 '전두환 자료실'은 대구 동구 신암동 대구공고 운동장 뒤쪽 5층 건물에 있었다. 승강기를 타고 5층에 내리면 '자랑스런 동문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이라는 문구와 상반신 흉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330㎡ 남짓한 자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1994년 4월 전 전 대통령이 모교인 대구공고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강연했던 동영상이 벽면에서 상영되면서 육성녹음이 흘러나온다. 옆에는 대구공고 24회 졸업생인 전 전 대통령의 학생 시절 성적표가 전시돼 있다. 1학년 때는 60명 중 10등, 2학년 때는 14등, 3학년 때는 8등을 했다는 빛바랜 성적표를 유리관 안에 전시해놨다. 이밖에 장군 군복과 칼(지휘도), 12대 대통령 취임선서 사진, 1980년대 신문스크랩 등 대통령 재임 시절 업적을 미화하는 내용의 전시물에다 북한의 땅굴 사진 등으로 채웠다. 자료실 한켠 10여㎡ 크기의 별도 방은 의자·책상을 두고 좌우로 국기와 대통령 휘장을 걸어놓아 대통령 집무실처럼 꾸며놨다. 5분짜리 홍보영상물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대구공고를 다니다 경북고로 전학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이 건물 4층에 별도의 전시관을 마련해놨다. 대구공고 동창회 사무실 옆에 있는 노태우 자료실은 크기도 훨씬 작고, 홍보물도 전 대통령의 10~20%밖에 안 된다. 대구공고 동창회 쪽은 '처음에 전두환 자료실만 만들려고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노태우 자료실도 함께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자료실은 대구공고 동문들이 7년 동안 모은 32억원 가운데 일부로 지었다고 동창회 쪽은 밝혔다. 김진해(60) 대구공고 총동창회장은 "국민들이 볼 때는 두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대구공고가 배출한 인물이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개관식 때는 전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가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대구지역 기관장과 기업인, 대구공고 동문 등 수백명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 자료실이 들어선 건물 3층은 대구시교육청 취업지원센터가 들어서 있다. 1층과 2층을 중공업관과 경공업관으로 꾸밀 예정이라지만 준비가 덜 된 탓인지 텅 비어 있었다. 대구시교육청은 "3층까지는 20억원을 들여 시교육청이 지었고, 4층과 5층은 동창회가 7억1900만원을 내어 증축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료실 건축비는 동창회가 부담했지만 땅을 무상으로 쓰는 것이므로 20여년 뒤엔 시교육청에 기부채납하거나 땅 임대료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발끈했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공립학교 안에 내란수괴죄로 사형 언도까지 받은 인물을 치켜세우는 자료실을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교육감이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도 "공립고등학교 안에 전씨와 노씨를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홍보물을 전시해서는 안 된다"며 "학생들의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2010년 10월 이 학교 동창회 체육대회 때는 참석자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큰절을 해 입방아에 올랐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사진 대구공고 동창회 인터넷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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