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하)전문가들 " 한·중 FTA체결시 한·미 FTA 때 보다 국내농업 피해 더 커"

이인준 2012. 5. 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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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 진행속도 너무 빠르다" 지적도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2~3년 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국내 농업분야 피해에 대해 관계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피해 규모를 예상하기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중 FTA 협상의 핵심이 민감품목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민감품목을 정하는 1단계 협상결과를 지켜 봐야 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FTA를 진행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에는 한결같이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지난 5년간 한·EU(유럽연합) FTA와 한·미 FTA 2개의 대형 FTA를 체결하는 데 성공하며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아직 FTA 체결에 대한 효과를 판단하기에도 이른 시점에서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으로 불리는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중국과 또 다시 FTA 협상에 나서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한·중 FTA에 따른 농업 분야 피해규모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문한필 부연구위원은 "중국은 우리와 기후나 지리적인 측면에서 유사하고 재배하는 작물도 거의 같다"며 "한·미 FTA와 같은 수준으로 (농업 분야에서) 시장을 개방한다면 한·미 FTA보다 피해액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한·미 FTA로 인한 농어업 분야 피해액은 15년간 12조원 수준이다.

그는 다만 "정부가 한·미 FTA의 절반 수준의 개방을 목표로 한·중 FTA를 추진 중이기 때문에 그 수준으로 협상이 타결될 경우 피해 규모는 더 적어질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민감품목을 (농업분야에서) 30%라도 잡으면 상당히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KREI와 달리 민간 농업연구소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정부가 한·중 FTA 발효시 생산감소 예상 등 자료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측 발표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한·중 FTA 협상 개시를 앞두고 농업계에서 걱정이 커지자 정부는 한·중 FTA 피해 규모 등에 관한 자료를 대외비로 해달라고 관련 기관들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장경호 부소장은 "피해규모에 대해 누구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은 민감품목이 얼마나 될 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당장은 민감품목이 현안이긴 하지만 2단계 협상으로 넘어가서 (민감품목에 대해) 재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산 농산물의 관세는 10~20년 동안 계속 낮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장 부소장은 "중국은 우리와 기후가 유사하고 재배하는 품목도 같은 데 결국 모든 농산물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는 결국 한·중 FTA에서도 농업을 양보하고 자동차 등 산업에서 이익을 얻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업분야 피해규모를 결정할 변수는?

문 부연구위원은 한·중 FTA에 따른 피해규모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변수로 '수입위생검역 조건'과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들었다.

그는 "중국에서는 FTA와 검역조건 문제를 같이 다루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둘을 별도로 다루겠다는 입장"이라며 "중국산 농산물의 관세가 낮아지더라도 품목별로 검역조건을 높이면 국내 시장 개방에 따른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시장개방을 한다고 해도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농산물의 파급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중국도 임금이 상승하면서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어 양국 농산물의 가격 격차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줄어들 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장 부소장은 한·중 FTA에 따른 피해는 직접적인 피해보다 간접적인 피해를 더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녀름은 올해 3월 발간한 '한·미, 한·EU, 한·중 FTA가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 분석자료를 통해 "(중국산 농산물) 수입 증가에 따른 작목 전환으로 해당 작목에 공급과잉이 발생해 가격이 하락하고 (농가)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소비경쟁관계에 있는 품목들의 가격 하락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도 함께 지적했다.

예를 들어 오렌지가 대량으로 수입되면 감귤뿐만 아니라 방울토마토, 참외 등 다른 과채류들의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체 농가 소득감소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비료, 농약 등 각종 농자재 등 농업 전·후방 산업에도 간접적이지만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녀름은 예측하고 있다.

홍수조절, 산소공급, 경관유지 등 농업의 공익적 기능도 일부 축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 부소장은 "어떤 의미에서는 한·중 FTA에 따른 간접적인 피해가 더 큰 문제"라며 "FTA에 따른 영향은 연쇄적인 파급을 감안해야 하는 데, 정부는 이런 간접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예방 대책은?

정부는 앞선 FTA에서 농업 분야 피해예방 대책 중 하나로 낙후된 국내 농어업 생산시설을 현대화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격보다 품질로 수입 농산물에 맞서겠다는 전략의 하나다.

친환경 인증제도나 원산지 표시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수입 농산물과 품질 경쟁을 벌이겠다는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이에 대해 문 KREI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앞으로도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결국 장기적으로 품질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농가 생산비 절감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우리 농산물의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정책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농가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녀름의 장 부소장은 이 같은 정부의 정책지원에 대해 "국민 세금으로 왜 FTA 피해 대책을 세워야하는 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는 "FTA는 강자와 약자 사이의 차이를 심화시키는 시스템"이라며 "정부가 피해를 요구할 수 있는 산업이 농업 밖에 없으니 매번 농업이 FTA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피해보전 대책 자금은 FTA로 이득을 보는 산업들에서 나온 것이어야 한다"며 "매번 국민 다수의 세금으로 메워 나가는 것은 형평성이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한·중 FTA 타결은 언제?

한·중 양국 통상장관은 오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1차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양국은 먼저 자국의 민감품목군을 정한 이후 협상에 나서는 2단계 협상 방식으로 진행하게 된다.

민감품목은 다시 일반민감품목과 초민감품목으로 나뉜다. 여기서 장기관세철폐, 부분감축, 양허 제외 등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게 된다.

문 부연구위원은 "한·미 FTA 협상 타결까지 3년이 걸렸고, 한·EU FTA도 2년 정도 끌었다"며 "이번 정부에서 한·중 FTA를 마무리 짓기는 어렵다"고 예측했다.

그는 "FTA는 산업군별 이해관계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입장이 아예 바뀌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MB정부가 지난 5년간 한·미 FTA와 한·EU FTA, 두 가지 대형 FTA를 체결하는 데 성공하며 숨가쁘게 달려온 만큼 이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그동안 FTA에 대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왔는데 농업 분야만 봤을 때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한·중 FTA는 농업 분야에 영향이 큰 만큼 한·미, 한·EU FTA의 효과를 보면서차분하는 게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조언했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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