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위 학생간 수능성적 격차 커졌다..양극화 심화

권형진 기자,김재현 기자 2017. 12. 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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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수학성적 분석결과..1-9등급 격차↑
"'수포자 늘어' 절대평가, 양극화 해소 힘들어"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김재현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영역에서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 간의 점수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이 확대되면서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늘어난 것이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도 난이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성적 양극화 현상이 완화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뉴스1과 미래교육자유포럼이 최근 10여년간의 수능시험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학에서 최상위 1등급과 최하위 9등급의 평균점수 차이와 양극화지수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의 자료협조를 받아 미래교육자유포럼이 자체 개발한 예측분석시스템 '아폴론'을 활용해 분석했다.

수능에서 최상위 1등급과 최하위 9등급 간의 성적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 데이터로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수능 중에서도 수학은 특히 학생 간 실력차이가 뚜렷히 드러나는 과목이다.

◇자연계 수학 가형의 경우 1등급 평균점수 86.4 대 9등급 9.0 점

상위권과 하위권의 성적격차는 자연계 학생이 응시하는 수학 가형에서 두드러졌다. 상위 4%에 속하는 1등급과 하위 4%인 9등급 학생의 평균점수를 비교했다. 2009학년도 수능에서는 1등급 학생의 평균점수(86.4점)가 9등급 학생(9.0점)의 9.6배였다. 2012학년도에는 10.5배로 벌어지더니 2017학년도에는 10.8배로 커졌다.

인문계 학생들이 응시하는 수학 나형도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 간의 성적차이가 크게 줄지 않았다. 수학 나형의 경우 2009학년에는 1등급과 9등급 학생의 평균점수 격차가 14.0배였다. 2011학년도에 15.6배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7학년도에는 11.6배로 낮아졌다. 좁혀지긴 했지만 격차 자체는 수학 가형보다 크다.

경제학에서 소득분배 불평등 측정에 주로 사용되는 양극화지수를 활용해 수능성적 양극화 현상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2009학년도 수능의 양극화지수를 100으로 잡아 환산했을 때 양극화지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수학 가형의 성적 양극화지수는 2017학년도 수능에서 116.3으로 늘었다. 2014학년도 122.5, 2016학년도 116.3에 비해서는 약간 내려갔지만 여전히 성적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양극화지수는 100 안팎에서 형성되는 게 일반적인 현상으로 알려졌다.

양극화지수는 수학 나형에서 더 심각하다. 2009학년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10학년도 120.6, 2012학년도 131.6, 2015학년도 167.5까지 치솟았다. 2017학년도에는 123.0으로 내려오긴 했지만 수학 가형에 비해 양극화 정도가 심하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수능에서 특히 수학성적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입시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입시제도의 변화로 상위권 학생들은 수학 공부를 해야 하지만 하위권은 안 해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위권 학생 수학 못해도 되는 입시환경도 큰 영향

한 입시 전문가는 "국어나 영어는 공부하면 뒤집을 수 있는데 수학은 그렇지 못하다. 상위권을 변별하기에 좋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들이 정시모집에서 수학의 비중을 꾸준히 늘린 게 한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 입시전문가는 "상위권 대학이 수학 비중을 늘리니 상위권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문계도 학생들이 선호하는 경제, 경영계열은 수학 비중이 높다"라고 말했다.

거꾸로 하위권 학생들은 굳이 수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입시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대입에서 수시모집 확대다. 수시 비중은 2009학년도 56.7%에서 2017학년도 70.5%, 2018학년도 74.0%로 뛰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10개 대학의 수시모집 비중도 마찬가지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수시모집 비중이 늘면서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도 늘었다"라며 "수시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대개 2~3과목이어서 국어, 영어, 탐구영역만 공부하고 1학년 때부터 수학을 포기하는 고등학생도 많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상위권 학생은 한두 문제로 희비가 갈리기 때문에 수시모집에 원서를 내고도 정시모집까지 준비해야 해서 수학을 할 수밖에 없다. 하위권 학생들은 수시 확대로 굳이 수학을 공부해야 할 이유가 없는 입시구조가 양극화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수시는 학생부종합전형 등 학교생활기록부가, 정시는 수능성적이 중심이다.

문제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도 성적 양극화 현상이 완화되지 않으리라는 데 있다. 절대평가에서는 원점수기준 90점 이상이면 1등급이다. 90점 주변에 몰려 있는 학생들은 안정적으로 1등급을 받기 위해 사교육에 더욱 의존할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는 내년 8월까지 2022학년도 이후의 수능체제 개편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영어와 한국사에만 적용하고 있는 절대평가를 다른 과목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공정성 논란을 빚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 등 입시제도 개선안도 함께 내놓는다.

이 소장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수능 영어에서 90점 이상 1등급 비율이 지난해 7.8%에서 올해 10.0%로 늘었다"며 "절대평가에서 난이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절대평가로 바꾼다고 수능성적 양극화 해소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수능성적 분석을 총괄한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교육학)는 "수능시험에서 학생 간 성적에 양극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번 분석은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환경에 있거나 도시와 농촌 간의 성적격차는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라며 "공정한 사회와 평등한 교육을 위해서는 과정의 공정함도 중요하지만 학교교육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수능성적에서도 학생 간 성적 양극화나 격차가 심화되지 않도록 교육부나 교육청, 학교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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