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끝나고 붕 뜬 마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냐

입력 2017. 9. 25. 20:16 수정 2020. 2. 2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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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수능 최종 체크 포인트
'2018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가 시행된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6개 대학에 수시 원서 내고 나니까 수험생활 끝난 기분이 들어요. 수능이 코앞이지만 친구들도 마음이 풀어진 것 같다고, 집중 안 된다고 다들 그래요.”

서울 동대문구 경희여자고등학교 3학년 안세민양의 말이다. 안양 역시 9월 모의평가(이하 모평), 수시 원서 접수 등 바쁜 나날을 보낸 뒤 “이제 큰 산은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9월27일 기준으로 수능까지 남은 시간은 50일. 전문가들은 “수시에 방점을 찍었다고 해도 수능은 버려선 안 된다”며 이 시기에 수능 마무리를 제대로 할 것을 권한다.

서울 마포구 숭문고등학교 윤태영 교사는 10월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에게 “이제 수시는 잊으라”고 당부한다. 오는 11월16일 치러지는 수능 전, 수시 1단계 발표에서 탈락한 경우와 합격한 경우 모두 ‘책에서 손 떼기 좋은 타이밍’이다. 탈락한 학생은 의기소침해지며 학습 의욕을 잃고, 합격한 학생은 들뜬 마음에 정시 준비를 소홀히 하게 된다.

윤 교사는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의 경우 주의해야 한다”며 “지난해 서울 소재 한 대학이 발표한 입시 결과를 보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만족하는 인원이 약 55%에 불과했다. 특히 논술전형에서 최종 탈락을 결정하는 요소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기 때문에 정시 준비를 손에서 놓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8학년도 수능 50여일 남아

전문가들 ‘올해도 불수능’ 예측

국어 어려운 문제 나올 가능성 커

과학·철학 등 독해에도 신경 써야

영어, 절대평가라고 ‘쉬울 것’ 오해

수학 시간 투자해 오답 정리도 하길

영어 등급 경계 있다면 기출 열심히 풀기

6월·9월 모평은 올해 수능 난이도를 예상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특히 지난 6일 시행한 9월 모평은 수능 전 마지막으로 치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고사인 만큼, 이 시험에 대한 영역별 분석을 꼼꼼하게 해봐야 한다.

올해 수능의 가장 큰 체크 포인트는 ‘영어 절대평가’. 수험생과 학부모가 흔히 하는 오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영어 절대평가=쉬운 영어’라는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는 “9월 모평 영어 지문을 보고,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좀 황당했다”며 “상위권 학생들도 ‘영어 다시 봐야겠다’며 조급해하는 등 꽤 난도가 높았다”고 했다.

비상교육 이치우 입시평가실장은 “영어는 원래 주요 과목이다. 절대평가로 바뀌었다고 쉬운 문제가 나온다거나, 등급 받기 수월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영어에서 꾸준히 95점 이상을 받는 상위권 학생은 문제없지만, 86~92점, 76~82점 등 등급 경계에 있다면 기출을 통해 몰랐던 단어부터 확인하고 2등급, 3등급 등에 안착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이 실장은 “9월 모평의 교훈이 ‘영어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 정시 모집에서 영어를 반영하고, 수시전형 수능 최저학력기준에도 걸려 있는 과목이 영어”라며 “절대평가로 전환한 영어가 어렵게 나올 수 있다는 걸 꼭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어·탐구영역 지문 길고 까다로울 듯

보통 대학입시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수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입시전문가들은 “국어와 탐구영역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한다. 경기 파주시 문산고등학교 최승후 교사는 “국어가 의외로 복병이고 가장 어렵다. 지문은 길어질 것이고, 과학·철학 지문도 까다롭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 수능, 2017 수능 및 2018학년도 6월 모평까지 종합하면 국어 표준점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수능 영역 가운데 국어의 난도가 가장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 교사는 “한마디로 학생들이 국어를 어려워한다는 것”이라며 “난도가 높으면 표준점수가 높아지는데 2016 수능 국어 에이(A)형이 134점, 2017 수능에서는 139점이다. 올해 6월 모평에서는 국어 표준점수 만점이 143점을 기록하는 등 점점 오르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와 평균점수의 차가 얼마나 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시험 난도가 높아 평균이 낮아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진다.

절대평가인 영어도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영역이지만, 국어와 탐구영역에서 등급이 많이 갈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교사는 “긴 지문에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국어는 철학·과학 지문에서 등급이 오르내리는데, 자꾸 틀리는 아이들의 특징이 지문 내용을 꼼꼼히 분석하지 않고 문제만 푼다는 것”이라고 했다. “수능특강이나 수능완성에서 철학·과학 지문만 빼낸 뒤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내용 정리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원자력발전이나 인공지능 등 최근 1~2년 동안의 시사 이슈를 심도 있게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탐구는 지난해 수능과 6월 모평보다 쉬워졌다는 평가가 있지만, 수능 당일 시험지를 열어보면 난이도가 조정된 문제지를 받아볼 가능성도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 3학년 유시현양은 “6월 모평 과탐이 꽤 어려워서 방학 동안 이 영역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번 9월 모평에서 쉽게 나와 맥이 풀린 느낌”이라고 했다. 윤태영 교사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변환 표준점수를 적용하는 탐구에서 갈릴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며 “전반적으로 지난해 ‘불수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9월 모평 결과를 놓고 여유를 갖기보다는 자신의 취약 파트를 찾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생명과학의 경우 유전, 화학에서는 계산, 지구과학은 천체운동 등을 어려워합니다. 쉬운 문제는 꼼꼼하게 살펴보고, 상위권 학생은 ‘틀려도 1등급 받을 수 있어’라는 배포가 있어야 오히려 결과가 잘 나올 것입니다. 특히 교과서 핵심개념을 꼭 정리하고, 전체 흐름을 파악해보세요.”

수학, 등급별 전략으로 실수 줄여야 해

수학의 경우 9월 모평에서 순간 멈칫하게 되는 문항이 꽤 있었다는 평가다. 유시현양은 “평소 문제를 풀어온 흐름대로 가야 하는데, 중간에 5~10초씩 시간을 잡는 문항이 있어 당황했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경기 부천시 소명여자고등학교 오수석 교사는 “확률 빈칸 추론 문제, 수능 연계 교재에서는 깊게 다뤄지지 않은 단원별 내적 문제 해결 등의 부분에서 아이들이 당황했을 것”이라며 “개념을 알고 있어도 조금만 낯선 방식으로 출제하면 어렵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오 교사는 “수학은 등급별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득점 학생의 경우 수학 문항 1~2개에서 등급이 나뉘는데, 의외로 상위권에서 계산 실수가 잦다. 1~2등급 학생은 ‘킬러 문항’에 집중하고, 3~4등급의 경우 수능 연계 교재와 그동안 치른 모의고사 3점·4점짜리 문제 중에서 오답 문항의 공통분모를 찾은 뒤 해당 개념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는 것이다. 오 교사는 “시간이 좀 들더라도 수학은 오답을 모아 개념 정리를 반드시 해봐야 한다. 무료로 볼 수 있는 <교육방송> 인터넷 강의 가운데 취약한 단원을 찾아 다시 들어볼 것을 권한다”고 했다. “16~17번에서 다음 문제로 넘어갔을 때 턱턱 걸리는 문제들이 있거든요. 그때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됩니다. 그런 경우 바로 주관식 문항으로 넘어가는 게 나아요. 주관식 앞부분에 나온 눈에 익은 문제를 풀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나중에 다시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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