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석달 전 알고도 방치..'대란' 불렀다

윤희일 선임기자 2017. 8. 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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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비펜트린 검출 은폐 의혹

정상 계란도 폐기 지난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한 계란도매업체 직원들이 정상 판정을 받아 유통했다가 반품돼 쌓여 있는 계란을 폐기처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발 ‘살충제 계란’ 공포가 한국 사회를 덮쳤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기만 했다. 당국은 검사 결과조차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공개하지 않아 ‘은폐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산란계 농가 대상 전수조사에서 사용이 엄격히 금지돼 있는 살충제인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 성분이 검출됐지만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충격적인 소식은 경북 영천과 경산에서 나왔다. 2개 농가에서 0.028㎎/㎏과 0.047㎎/㎏의 DDT가 각각 검출된 것이다. 비록 기준치(0.1㎎/㎏)를 밑도는 것이기는 하지만, DDT 농약이 갖고 있는 맹독성 등을 생각하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게다가 DDT 성분이 검출된 계란은 친환경 계란을 생산하는 농가에서 나와 그 충격이 더 클 수 있었다.

정부는 그러나 지난 18일 실시된 검사 결과 발표에서 이 내용을 전혀 발표하지 않았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이낙연 총리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의 계란을 제외한 나머지 계란만 유통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유통되는 계란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일부 계란에서 DDT라는 살충제가 나온 사실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농식품부는 DDT 검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 2곳에서 기준치 이하의 DDE(DDT가 체내에 들어간 뒤 변해서 생긴 물질)가 검출됐다”면서 “친환경 인증 기준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인증표시 정지 등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며 은폐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또 지난 4~5월에 이뤄진 친환경 계란에 대한 검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뒤 해당 농가의 계란을 폐기 처분하도록 했으면서도 상세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지난 4월25일에서 5월26일 사이 시중에 유통 중인 계란을 대상으로 검사를 벌여 충남 홍성지역의 농가가 생산한 계란에서 비펜트린 성분이 허용 기준치(0.01㎎/㎏)를 초과한 0.03㎎/㎏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는 이후 친환경 인증표시를 제거하고 유통 중인 계란을 폐기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당시 검사에서는 충남 서산과 충북 충주의 농가에서도 비펜트린이 검출됐지만 기준치를 넘기지 않아 친환경 인증표시를 제거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이런 상세 검사 결과를 일반에 발표하지 않았다.

당시는 살충제 계란 논란이 일기 전이어서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별도로 발표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입장이지만, 당시 내용을 상세하게 발표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더라면 농가들이 살충제 사용에 보다 신중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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