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톡톡 플러스] "지치다" "찌들다" "눈치보다"..'프로야근러' 어쩌나

김현주 입력 2017. 7. 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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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9)씨는 "우리나라는 '보여주기식 야근'이 너무 많다. 의자에 엉덩이 오래 붙이고 앉아 있어야 일 열심히 하는 직원으로 인정해주는 직장문화 자체가 문제"라며 "이런 꼰대들 때문에 야근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간부부터 바뀌어야 조직이, 나라가 산다"고 지적했다.

B(35)씨는 "진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애들 자고 있는 새벽에 출근해서 밤 늦게 집에 오는 팍팍한 삶이 너무 힘겹다"며 "주말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상사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간접적으로 업무 지시를 한다"고 토로했다.

C(26·여)씨는 "모 대기업에 다니는 2년차 여자 신입사원이다. 계산해보니 하루에 19시간을 추가 수당 없이 회사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재취업이 안될까봐 무서워 내 인생을 버렸다. 이게 있는 그대로의 팩트고, 현실이다"라고 하소연했다.

D(40)씨는 "일이 많거나, 혹은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생길 경우 야근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제대로 야근수당을 주지 않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라며 "3명이 할 일을 1명에게 시키니 초과근무를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몸과 마음이 상해 병원비만 많이 나오고, 삶의 의욕도 사라진다"고 고개를 떨궜다.

퇴근시간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국내 특유의 직장문화에 지친 한국인들에게 있어 '저녁이 있는 삶'은 이미 사치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정시퇴근에 대한 간절한 바람은 이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엿볼 수 있다.

22일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기업 다음소프트가 2014년 1월부터 지난 5월 23일까지 △블로그(4억9475만5585건) △트위터(89억9064만1515건) △뉴스(3250만5298건)를 대상으로 야근 및 정시퇴근 관련 언급량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야근 언급량은 2014년 36만2640건에서 지난해 67만4576건으로 86% 늘었다. 같은 기간 정시퇴근 언급량은 12만2191건에서 20만4379건으로 67% 증가했다.

긴 근로시간으로 인해 이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프로야근러','사축'과 같은 단어는 신조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가 되고 있다.

'프로OO러'는 특정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프로야근러는 야근을 매우 자주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사축은 회사에서 길러지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직장인들이 자신의 현실을 자조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팍팍한 직장생활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 2030대,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경우 많아

팍팍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박차고 나온 젊은이들은 안정적이고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공무원으로 일하기 위해 스스로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되는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공무원 시험 언급량은 2014년 141만485건에서 지난해 155만4014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야근은 줄어들고 정시퇴근은 늘어나길 바라는 직장인의 소망은 키워드 감정 분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트위터상 야근과 관련한 감성어를 분석한 결과, 부정적 감성어와 긍정적 감성어의 비율이 각각 65%, 35%로 부정적인 언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보람·보상·기쁨 등 긍정적인 감성어 사용 빈도 낮아

부정적 감성어는 '싫다'(1만1815건), '지치다'(8146건), '찌들다'(8064건) 등이 빈번하게 사용됐다. 긍정적 감성어는 '보람'(8836건), '보상'(6248건) 등의 사용빈도가 잦았다.

반면 정시퇴근 관련 감정 분석에서는 부정적 감성어와 긍정적 감성어의 비율이 60.5%, 39.5%로 긍정적인 언급이 많았다.

서울 시내 한 빌딩에서 직원들이 야간 근무를 하고 있다.

부정적 감성어는 '눈치보다'(2463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긍정적 감성어는 '좋다'(2007건), '기쁨'(1748건), '정상적'(1130건) 등의 단어 사용이 눈에 띄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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