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20주년] ③친중국화 덕 경제 성장..양극화 심화

입력 2017. 6. 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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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확대에도 성장둔화·양극화·자산 거품 부작용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최근 아시아 최대 부호인 홍콩 리카싱(李嘉誠·88) CK허치슨홀딩스(長江和記實業) 회장이 차고 있는 시계가 중화권에서 화제가 됐다.

외신과 인터뷰를 하면서 고가의 스위스 명품시계를 차고 있던 여기자에게 자신이 4년 전부터 차고 있던 400달러(45만 원)짜리 일제 시티즌 시계를 보여주며 "10년 넘게 차도 괜찮을 것"이라고 자랑했다는 것이다.

한때 홍콩에서 1달러를 쓰면 5센트는 리카싱의 주머니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홍콩 경제에서 막강한 비중을 차지하는 리 회장의 근검함과 실용적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다. 리 회장은 또 시계를 실제 시간보다 30분 앞당겨 맞춰놓고 일을 한다는 말로 신용을 중시하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리카싱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CK허치슨은 "리 회장의 은퇴와 관련된 구체적 일정표는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르면 올해 안에 퇴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홍콩을 대표하는 아시아 1세대 화상(華商) 기업인의 퇴임설이 내달 1일 홍콩 주권반환 20주년을 맞는 즈음에 나왔다는 점은 공교롭다.

반환 20년을 기점으로 그간 중국과의 관시(關係)를 등에 업고 홍콩 경제를 주도해온 구세대가 물러나기 시작했다는 상징적 의미로 읽힌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추진한 개혁개방에서 기회를 잡아 중국의 주요 항만개발 투자를 통해 부를 쌓아온 리카싱 사업의 성쇠는 홍콩 경제의 부침, 그리고 중국 경제의 체질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홍콩 경제는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지 20년 사이에 적잖은 굴곡이 있었다. 반환 첫해 아시아 외환위기를 시작으로 9·11 사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발, 중국기업 상장 러시, 글로벌 금융위기, 후강퉁(호<삼수변에 扈>港通·상하이와 홍콩 증시 교차거래) 개통 등이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그 사이 홍콩 경제는 총체적으로는 성장을 이어갔다. 20년 전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일취월장했다.

국내총생산(GDP)은 1997년 1조3천650억 홍콩달러에서 2016년 2조4천913억 홍콩달러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GDP 증가율도 3.3%로 각종 위기와 충격에도 비교적 평온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1인당 GDP도 1997년 2만7천달러에서 2016년 4만4천달러로 늘었다.

중국 정부의 홍콩 파견 대표격인 장샤오밍(張曉明) 주홍콩 중국연락판공실 주임은 이를 두고 "일국양제(一國兩制)가 거둔 거대한 성공"이라며 "홍콩에 각종 어려움이 있었으나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은데도 여전히 지속해서 안정적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홍콩의 실업률은 3.3%로 완전고용 실현 단계까지 올랐다. 선진국들이 7∼8%의 실업률을 보이는 동안 홍콩의 실업률은 사스 발생 기간 8.3%로 치솟았던 때를 제외하면 2012년부터 지금까지 3.3%에서 3.4%를 유지해왔다.

이와 함께 지난해 홍콩 증시의 기업공개(IPO) 공모액은 1천948억 홍콩달러로 상하이증시, 뉴욕증시를 멀찌감치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아울러 세계 최대의 역외 위안화시장으로 홍콩은 위안화로 결제된 무역액의 70%를 처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전폭적인 인프라 지원과 홍콩의 적극적인 중국 밀착이 홍콩의 성장에 큰 몫을 차지했다. 후강퉁에 이어 선강퉁(深港通), 채권퉁이 잇따라 개설돼 홍콩 금융업에는 지속해서 '실탄'이 공급되고 있다.

2004년부터 발표된 중국과 홍콩 간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 협정'(CEPA)도 홍콩 상품의 중국 수출을 확대하며 홍콩 경제의 꾸준한 성장을 이끄는 밑바탕이 됐다.

결국, 홍콩이 반환 이후에도 서방의 우려와는 달리 국제금융 중심지와 중국 본토 전진기지로서 위상을 더욱 굳히고 경쟁력도 강화했다는 것이 중국과 홍콩 당국의 일반적 평가다.

실제 영국 통치 시절부터 구축한 자유로운 경제시스템과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이 주권반환 이후에도 유지되면서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서 위상을 굳히는데 도움이 됐다.

홍콩 정부의 공공지출 예산도 1997년 2천350억 홍콩달러에서 2016년 5천10억 홍콩달러로 20년 사이 2.1배로 늘어나며 민생복지도 크게 개선됐다는 게 홍콩 정부의 주장이다. 20년 사이 76만호의 임대주택 건설을 비롯해 서민 200만명에게 살 집을 제공했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하지만 홍콩 경제가 의존해온 중국이 20년 사이 고도성장과 함께 큰 체제 변화를 겪으며 홍콩 경제의 속 내용은 이전과는 달라졌다.

무엇보다 20년전에 비해 홍콩 경제의 성장둔화와 불균형 확대가 확연하다.

1977년부터 주권이 반환된 1997년까지 20년간 홍콩의 평균 GDP 증가율은 6.6%, 1인당 소득 증가율은 4.8%를 기록한 반면 반환 이후 1997년부터 2016년까지 19년동안은 각각 3.3%, 2.6% 증가에 그쳤다.

반환 이전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반 토막 난 셈이다.

반면 지난 20년 사이 중국의 경제규모는 7조9천억 위안(1997년)에서 70조 위안(2016년)으로 9.6배 늘어났다. 중국의 성장 열매를 홍콩이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 양극화도 심화했다.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76년 0.432에서 1996년 0.477, 2006년 0.533, 2016년 0.507로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0.5를 넘었다.

실제 2014년 홍콩 도심을 점거한 '우산혁명'도 홍콩의 중국화에 대한 불안감을 기조로 사회 양극화와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심리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20년 사이 중국인 구매자들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인 홍콩의 주택가격과 임대료는 유례없는 상승기를 겪으며 젊은층의 '좌절감'이 더 깊어졌다.

그 결과 홍콩은 라이벌인 싱가포르에도 각종 경쟁력에서 뒤지기 시작했다. 생산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요소 생산성 측면에서 홍콩은 싱가포르보다 1980년대 13.8%, 1990년대 46.8%, 2000년대 5.9% 앞서 있다가 2010∼2014년 들어서는 싱가포르보다 오히려 5.7% 뒤지며 역전당했다.

아울러 중국 도시들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홍콩의 중국 내 위상도 약화하고 있고 존재 가치도 퇴보했다는 자평이 나온다. 동서양을 잇는 무역기지 역할도 중국 도시들에 넘겨주며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홍콩의 GDP는 이미 2009년에 중국 상하이(上海)에 역전당했다.

리카싱 회장이 이끄는 CK허치슨도 갈림길에 서 있다. 이미 홍콩과 중국 본토의 부동산 사업이 중국 업체들에 위협받고 있고 대규모 해외 인수합병 계획이 무산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리 회장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00억 위안에 달하는 중국 부동산을 매도하자 중국 철수설이 제기됐다. 지난해 9월 중국 관영 매체는 "리카싱이 달아나도록 놔두지 말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출범 이후 리 회장이 댈 수 있는 끈이 끊기면서 시 1인 체제를 강화하는 시 주석의 통치 방식에도 불안을 느낀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 내 부동산 자산과 홍콩 내 항만, 소매 사업을 줄이는 대신 유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핵심 투자지로 삼은 곳이 과거 홍콩을 통치했던 영국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리 회장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앞서 수년간 수백억 파운드를 들여 영국의 가스, 수도, 전력, 운수, 철도, 통신, 유통 등 업종을 사들이며 영국의 최대 해외 투자자가 됐다.

인수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영국 2대 이동통신업체 O2 매수에 나섰던 2015년에는 "리카싱이 영국 전체를 사들이려 하고 있다"는 영국 데일리메일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중국과 거리를 두고 유럽으로 향하는 리카싱과 중국에 달라붙어 열매를 나누기로 한 홍콩 경제의 가는 길이 엇갈린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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