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재외동포 결산> ③러시아 이주 150년(끝)

2014. 12. 1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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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랠리·음악회·포럼 등 다양한 기념행사 열려 "열악한 환경에 처한 국내 고려인 보살피는 계기가 되길"

자동차 랠리·음악회·포럼 등 다양한 기념행사 열려

"열악한 환경에 처한 국내 고려인 보살피는 계기가 되길"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연해주 주둔 동시베리아 개척부대 검열관 올덴부르크 대령은 1864년 9월 26일 주 군무지사에게 "남녀 65명으로 구성된 한인 14가구가 올 1월 조선에서 연아무르주(당시 연해주 명칭)로 이주해 성공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보고서를 작성해 올렸다.

재러 한인들은 이 기록을 근거로 1914년 '러시아 한인 이주 5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100년이 지난 올해에도 '러시아 한인 이주 150주년'이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아시아의 독립국가연합(CIS)은 물론 국내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특히 국내에서는 여야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150주년 기념제 및 페스티벌, 음악회, 학술 포럼, 문화행사 등이 펼쳐졌다.

그러나 기념사업은 행사 위주로 전개돼 러시아 한인들의 한 맺힌 이주사와 한민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 등을 조명하지는 못했고, 나아가 개혁개방 이후 국내에 들어와 체류하는 고려인들의 열악한 정착 환경과 차별 등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한 해 동안 이어진 기념행사 '풍성'

국내에서는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이하 150주년 추진위)를 중심으로, 현지에서는 고려인 단체인 '전(全)러시아고려인연합회' 주관으로 기념행사가 마련됐다.

이주 150주년의 의미를 살린 것은 지난 6월 러시아 극동 지역에 거주하는 고려인 130명의 방문. ㈔고려인돕기운동본부, 고려인문화농업교류협력회 초청으로 방문한 고려인들은 독립기념관, 기아자동차, 안중근기념관, 평창동계올림픽 주경기장 등을 둘러보고 돌아갔다. 방문단 가운데는 독립유공자 최재형·김경천·박밀양 선생 후손들이 동행해 관심을 끌었다.

현지 고려인들의 생활상을 살펴보는 탐방 행사도 분위기를 돋웠다. ㈔동북아평화연대는 3박4일 일정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를 방문하는 역사문화 탐방 행사를 150주년 추진위와 마련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독수리전망대·신한촌 기념비·혁명광장 등을 탐방하고 우수리스크에 있는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생가와 이상설 기념비 등 독립운동 관련 유적지를 순례했다.

사할린주에서는 남북한과 러시아가 함께하는 '태권도 축제'도 처음 개최됐다. '고려인 이주 150주년·사할린 한인 해방 69년'이라는 주제 아래 16명씩 팀을 이뤄 실력을 겨뤘고, 태권도에 안무를 가미한 춤 등 다양한 볼거리도 곁들여졌다.

러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한반도를 종주하는 고려인 자동차 랠리는 기념행사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 랠리 팀은 한인들의 러시아 이주 경로를 거슬러 러시아∼중앙아시아∼남북한을 잇는 약 1만5천km의 대장정을 펼쳤다.

북한과 접경한 러시아 국경 지역인 극동 하산군의 크라스키노에 도착한 랠리 팀은 철로를 이용해 북한에 들어갔고, 백두산·원산·금강산 등을 거쳐 평양에 도착했다. 광복절 이튿날인 16일 '분단 69년' 만에 처음으로 자동차 랠리라는 이름으로 남북한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 남으로 넘어왔다.

랠리 팀은 국내 거주 고려인 동포들로 구성된 오토랠리 참가단과 함께 서울∼부산 종단에 나섰고, 한 달 반 동안의 험난한 여정은 8월 19일 부산에 도착하면서 막을 내렸다.

전시회도 이어졌다. 독립기념관은 광복절부터 한 달 동안 특별기획전 '러시아 한인 이주 150년, 황야에서 들꽃을 피우다'를 열었다. 전시회에는 '해조신문' 창간호를 비롯해 대한국민의회 선언서, 망명자의 수기 등 실물 자료 40점과 관련 사진 자료 120점, 러시아 이주 한인이 부른 애국창가 등이 선보였다.

국회의원회관에서는 150주년 추진위와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주최로 고려인 수난사를 담은 사진이 전시됐다. '고려인, 유라시아 평화의 길을 내다'란 주제로 마련된 사진전에는 올해 펼쳐진 자동차 랠리, 고려극장 내한 공연 등 각종 기념행사 관련 사진도 공개됐다.

150주년의 기점인 9월은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는 러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이 펼쳐졌고, 서울 국립국악원에서는 카자흐스탄의 고려극장이 기념 무대를 꾸몄다. 고려극장은 1932년 연해주에서 '조선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으나 1937년 옛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무대를 옮겼다. 2002년부터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자리하고 있다.

경기 안산의 광동로에서는 '카레이츠, 고려인 페스티벌'이 마련돼 안산 지역 거주 5천여 명의 고려인을 위로했다.

재외동포재단은 세계 한인의 날(10월 5일)을 맞아 개최한 '코리안 페스티벌'을 고려인 이야기로 꾸몄다. 고려인 소녀가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오프닝 퍼포먼스에 이어 뮤지컬 '영웅' 출연진의 갈라쇼, 원로 언론인 김호준 씨가 들려주는 '고려인 이주 이야기 영상' 상영, 고려인 3·4세 부자 예술인 바실리 강·안톤 강의 클래식 협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역경과 성공의 한인 러시아 이주사를 음악으로 풀어낸 갈라 콘서트가 펼쳐졌다. 국립남도국악원 공연단이 꾸미는 아리랑의 애절한 가락과 살풀이춤의 처연한 춤사위가 무대에 선보였고, 유명 민요 가수 나제즈다 바브키나를 비롯한 러시아 음악인들도 출연해 흥을 돋웠다.

10월 초에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고려인 언론사 주필들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서 사상 첫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내년 4월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두 번째 고려인 동포 언론사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열악한 환경에 처한 국내 고려인 보살피는 계기 되길"

1년 내내 기념사업은 많았지만 정작 국내 정착한 고려인들의 어려운 환경과 차별 등은 제대로 조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남대 한상연구단 단장인 임채완 교수는 '국내 거주 고려인 동포 실태 조사'에서 "고려인들은 강제 해고, 임금 체불에 시달리며 고달프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21개 지역의 고려인 동포 486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1.9%는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있고, 직업이 있더라도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단순 노동자가 무려 67%에 달했다. 음식점 종업원 등 서비스 종사자가 6.5%, 기능 종사자 4.9%, 마트 판매원 등 판매 종사자가 4.1% 등으로 뒤를 이었다.

또 하루 평균 8∼10시간 일하는 고려인은 46.5%, 10∼12시간 33.1%, 12시간 이상이 7.8%로 나타나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10명 중 6명은 한 달 벌이가 15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100만 원 미만도 13%로 나타났다.

고려인 동포 가운데 61.8%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는 28.3%,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는 9.2%였다.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항목에서도 '진료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답이 26.6%로 가장 많았다.

임 교수는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의 정착과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비영리단체(NGO) 간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다면적으로 법과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구홍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이사장은 "150주년을 맞는 올해만 고려인에 관심을 두지 말고, 중앙아시아에서 살다 연해주로 돌아와 어렵게 정착해 사는 현지 고려인들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면서 "특히 고국에 정착해 녹록지 않은 삶을 사는 고려인 동포들을 보살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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