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결항..제주, 태풍 '너구리' 피해 속출

박경우 정재환 안아람 2014. 7. 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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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30mm 폭우에 강풍 몰아쳐

한라산·올레길·해수욕장도 전면통제

세월호 실종자 가족 일부 대피 않고

이동식 주택 머물며 팽목항 지켜

제8호 태풍 '너구리'의 직접 영향권에 든 9일 제주도를 비롯한 전남과 부산, 경남 등 남부 지역에는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되고 1만3,000여 가구가 정전되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에선 오후 9시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 459.0㎜, 어리목 271.0㎜, 진달래밭 281.5㎜의 비가 쏟아지는 등 시간당 평균 30㎜ 안팎의 비와 초속 20~35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강한 파도로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건설 현장 남방파제에 설치한 길이 25m, 폭 40.6m, 1만800톤짜리 케이슨 2기가 10여m 이상 떠밀려 내려갔다.

오전 5시쯤 서귀포시 강정동 일대 2,000여 가구가 강풍으로 한때 전기가 끊기는 등 모두 1만3,00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 해안에서는 돌돔과 참돔을 양식하는 가두리 시설이 유실돼 5억6,0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한 농가의 비닐하우스 11동이 벗겨져 수확을 앞둔 방울토마토 1,000㎏을 손해 입었고, 대정읍 무릉리 금귤 하우스 330㎡가 파손되는 등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서는 대정향교 동재(東齋) 건물 벽이 무너져 내려 마루와 기왓장 등이 유실돼 2,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서귀포시 서홍동 새연교와 서귀포층패류화석지 인근 주차장에는 강풍과 높은 파도로 돌덩이 수백여 개가 날아 들어 차량과 관광객 출입이 전면 통제됐고, 도내 곳곳에서 간판과 가로등, 가로수가 바람에 날려 파손되는 등 수십여 건의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한라산과 올레길, 해수욕장 출입은 전면 통제됐고, 국제선 36편과 국내선 200편 등 총 236편의 항공기가 결항됐다. 바닷길도 막혀 여객선과 도항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도내 항·포구에는 선박 2,000여척이 대피했다. 제주도내 일부 학교는 휴업하거나 등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도 심한 바람과 함께 장대 같은 굵은 비가 내렸다. 대부분의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태풍을 피해 진도실내체육관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실종자 가족 4명과 이들을 응원하러 온 희생자 가족 4명 등 8명은 "태풍이 오더라도 바다 속 가족 가까이에 있겠다" 며 이동식 주택에 머물며 팽목항을 지켰다. 실종자 가족의 아픔을 나누고자 내려왔다는 단원고 2학년 장준영군의 아버지 장훈씨는 "사고 해역의 높은 파도가 걱정된다. 실종자들이 유실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태풍으로 남부지방에 비바람이 몰아친 이날 서울과 광명, 과천, 수원, 평택 등 경기 남서부 지역, 강원 원주, 영월, 홍천 등지에는 30도가 넘는 찜통 더위로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남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며 "폭염은 태풍의 직간접 영향을 받는 10일 오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도=박경우기자 gwpark@hk.co.kr

제주=정재환기자 jungjh@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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