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껍데기만 선진한국..'不信지옥'에 빠지다
[이데일리 김정민 김재은 기자] 침몰한 배는 '세월호'만이 아니었다. 이 나라 전체가 세월호였다.
'신뢰'의 위기다. "배는 안전하니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선장의 지시를 따랐던 아이들만 희생당한 현실에 대한민국은 불신의 늪에 빠졌다. 안전한 사회를 장담했던 박근혜 정부의 약속 또한 세월호 참사 앞에서 헛구호가 됐다. 정부가 자랑하던 위기관리 시스템은 최악의 사고가 터지자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사고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세월호 승무원들과 정부의 행태 또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사고 발생 당일 "단원고 학생 전원 무사 구조"라는 발표에 안심했던 국민들은 끝없이 늘어나는 사망자 수와 사고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력·무기력·무책임'한 모습에 상처를 입었다
국민들은 또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세월호 승무원들의 모습을 보며 인성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거주하는 이수연(25)씨는 "정부가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이렇게까지 불신이 쌓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 부처 간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며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시스템이 아닌 소수 리더의 판단과 리더십에 의존해 성장해 온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형상 선진 사회로서 기본적인 의식과 제도, 관행들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장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과거의 후진적인 방식이 조직과 정치, 행정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외부에 표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인 연세대 정신건강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전 국민이 상실감·좌절감·분노 등과 같은 감정들을 매일 느끼고 있다"며 "분노와 무력감에 빠져 있기보다는 피해자들을 도와주는 방법을 찾는 게 일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재은 (alad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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