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 않고 지도교수 불참.. "학교 무책임" 비난 빗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115명의 사상자가 난 부산외대는 행사 전 총학생회와 갈등으로 버스비를 제외한 재정지원을 중단한 채 연중 최대 규모의 대학 행사를 무책임하게 방치해 참사를 불러왔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채 피지도 못한 귀한 자식을 잃은 학부모들은 "대학 측의 안일한 행사진행이 학생들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8일 부산외대와 재학생 등에 따르면 대학 측은 지난해까지 총학생회와 공동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했으나 올해는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외부 오리엔테이션을 반대, 교무처장과 직원 2명 등 단 3명만 행사에 동행했을 뿐 실무를 맡은 과별 지도교수는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대학 측은 폭설이 내리기 전 한 차례 형식적인 사전점검을 했을 뿐 정작 현장에 50㎝ 이상의 폭설이 내린 이후에는 현장점검을 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주와 울산, 포항, 강릉 등 동해안 지역에 기상청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눈이 내렸다는 예보에도 대학 측은 신입생 등 10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를 학생회 주관으로 이루어지도록 사실상 방치한 것이다. 총학생회 측도 학생들의 안전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채 행사를 진행해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진행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아 대부분의 대학이 외부 행사를 꺼리는 점을 감안하면 1000여명이 참여하는 1박2일의 대규모 오리엔테이션은 이례적인 일이다.
학교 측은 "행사 전 리조트를 사전 점검했는데 이런 참사가 날 줄을 몰랐다. 학교 측 불찰"이라고 말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날씨가 안 좋은 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올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외부 행사 대신 오는 26일 입학식과 함께 시설이 좋은 부산 금정구 남산동 신설 캠퍼스에서 하겠다고 밝혔으나 총학생회가 우겨 학생회 주관으로 경주로 간 것"이라며 "최근 2년간 경주 한화콘도 등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했지만 음주나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있어 외부행사를 반대했다"고 해명했다. 일부에서 '대학이 예산지원을 하지 않아서 낙후된 숙박시설을 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총학생회는 당초 경주 모 콘도에서 하기로 했으나 다른 대학에서 먼저 예약하는 바람에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행사를 열기로 한 것이다. 학생회 측은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이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외관이 비교적 새 건물이고 리조트의 풍광이 좋은 점 등을 감안해 오히려 다른 콘도에 비해 비싼 숙박비를 감수하고 잡았다"고 말했다.
"친구야 미안해" 침통한 부산외대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진행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가 붕괴 사고의 화를 면한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18일 남산동 캠퍼스 만오기념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숨진 학생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부산=이제원 기자 |
현장 참석 교직원들의 사고수습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학생들은 사고 당시 교수와 직원이 아예 리조트를 떠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음주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식당과 객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정해린 총장을 위원장으로 유족 등이 함께하는 임시 장례위원회를 꾸려 장례절차를 논의 중이다. 또 교내 만오기념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학생과 교직원, 시민 등이 조문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관계자는 "장례는 유족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에서 모든 절차를 주관하는 학교장으로 치를 계획이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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