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일 검찰에서 무슨 일이.. 수사팀장, 국정원 직원 체포 사전 보고하면 외압 가능성 우려

정제혁·장은교 기자 입력 2013. 10. 19. 06:04 수정 2013. 10. 19. 06: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 팀장 전결로 극비리 압수수색.. 남재준 격노·항의에 청·대검 발칵직원들 전격 석방한 후 경위 조사.. 검찰 "전결처리 검찰청법 위반"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끌던 윤석열 여주지청장(53)의 절차를 밟지 않은 국정원 직원 압수수색 및 체포가 '검찰 조직 윗선에 대한 불신'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18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윤석열 지청장은 '작심하고' 체포 및 압수수색 사실을 검찰 수뇌부에 사전보고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법무부·청와대의 수사 외압' '수사기밀 노출에 따른 국정원의 사전 대비'에 대한 우려였다.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사법처리를 놓고 제기됐던 법무부·청와대의 수사 외압 논란이 다시금 제기된 것이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원 전 원장의 신병처리를 놓고 수사팀과 갈등을 빚었다. 이번에 또 일선 수사팀장으로부터 공개적인 '불신임'을 받은 셈이어서 지도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이번 일을 보고받은 청와대도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 청와대 '발칵' 남재준은 '격노'

지난 17일 특별수사팀은 하루 종일 급박하게 움직였다. 수사팀은 트위터를 통해 대선에 개입한 국정원 직원 4명의 체포 및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오전 7시쯤부터 집행했다.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국정원 직원 4명 중 3명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1명은 도주해 체포되지 않았다. 압수수색 및 체포는 극비리에 진행됐다.

체포 및 압수수색은 윤 지청장 전결로 국정원에 사전통보되지 않고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대검 수뇌부는 물론 수사팀 지휘라인에 있는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도 사전에 전혀 몰랐다. 이날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황교안 장관도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이 이뤄진 직후에야 김주현 검찰국장의 보고를 받고 사태를 파악했다. 황 장관 등 법무부 간부들은 이날 국감에서 체포 및 압수수색 문제가 불거질까봐 내내 긴장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날 오전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된 뒤에야 상황을 파악했다. 이런 사실을 보고받은 남재준 국정원장은 격노했다고 한다. 남 원장의 지시를 받은 국정원장 법률보좌관이 "체포·압수수색 전에 국정원에 통보를 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국정원의 이의제기를 받은 대검은 발칵 뒤집혔다. 대검은 윤 지청장을 상대로 체포 및 압수수색 사실을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조사했다. 윤 지청장은 '체포·압수수색 사실이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에 보고되면 법무부·청와대도 알게 돼 수사에 외압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고, 국정원이 수사에 대비할 수 있다'는 취지로 대검에 소명했다. 윤 지청장은 구체적인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체포·압수수색 전에 서울지검장과 사전 논의했다"

이날 오전 수사팀에 체포된 국정원 직원 3명은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밤까지 조사를 받았다. 당초 수사팀은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이 국정원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3명 모두 조사를 마친 뒤 오후 9시에서 11시 사이 석방했다.

이날 밤 조영곤 지검장은 윤 지청장에게 직무배제명령서를 보내 그를 수사팀장 직무에서 전격 배제했다. 체포 및 압수수색을 사전보고하지 않은 데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진한 2차장은 "검찰이 주요 사건의 체포 및 압수수색 사실을 사전에 수뇌부에 보고하지 않고 수사팀장 전결로 처리한 사례는 없다"며 "긴급한 경우에는 수사팀장이 전결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상위 결제권자가 없어야 하고 중요 사건은 전결사항도 아니다. 검찰청법 및 공무원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조 지검장은 수사팀에 소속된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이 수사팀장을 맡도록 조치했다.

윤 지청장은 이번주 초 조 지검장에게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의 청구 필요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지검장은 "생각해 보자"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지청장은 시간을 끌면 수사상황이 유출돼 외압이 들어오거나 수사가 무산될 것으로 판단, 보고 없이 체포와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튿날인 18일 오전. 수사팀은 원세훈 전 원장 등의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공소장 변경 신청 역시 사전보고 없이 이뤄졌다. 수사팀 소속 박형철 공공형사부장이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뒤 이진한 2차장에게 사후보고했다.

오는 21일 서울고검과 중앙지검에 대한 국감을 앞두고 수사팀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강경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지청장은 서울고검 국감 출석 대상이다. 윤 지청장에 대한 감찰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길태기 대검 차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지시했다.

< 정제혁·장은교 기자 jhjung@kyunghyang.com >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