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車로 개조해 주는 키트·AI 블랙박스 앱.. 오토테크 스타트업이 뜬다

한국일보 2016. 7. 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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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의 뜬 트렌드 잡기]

사고 예방ㆍ안전운전 앱 속속 개발

자율車로 개조 기술 스타트업들

거액 투자 유치ㆍ대기업에 인수

지난 5월7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자율주행차 인명 사고로 지구촌이 시끄럽다. 조슈아 브라운은 테슬라 모델S를 자율주행 모드로 타고 가다 트럭 트레일러와 부딪혀 사망했다. 이 사고로 지난해 10월 공개 이후 찬사를 받아온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아직 멀었으며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이 큰 도전에 직면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런 사고가 오히려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기술 발전과 관련된 제도 정비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최완기 아이티클 대표는 “이 같은 사고들을 통해 자율주행차 기술이 더 보완되고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하고 있는 오토테크 스타트업들을 정리한 CB인사이츠의 그래픽. CB인사이츠 홈페이지

사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는 ‘오토테크’(자동차 기술)다.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이용자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커넥티드카, 차량 공유, 디지털 지도 등 각종 첨단 자동차 관련 기술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는 전기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자동차가 점점 전자제품화하고 있고, 감지기(센서)와 소프트웨어의 보강으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인공지능(AI) 컴퓨터 로봇’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가 반영돼 있다.

이러한 첨단 기능을 맛보기 위해 꼭 고급 자동차를 새로 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예방하면서 자동차운행을 보다 똑똑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신생 창업 기업(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다. 기존 자동차에 센서와 컴퓨터 장치 등을 추가로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자율주행차로 개조할 수 있는 유지보수용 조립용품 세트(애프터마켓 키트)를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 회사는 자동차가 완전자율주행으로 가는 과도기에서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 운전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인간의 운전부담을 줄여주고 교통시스템을 효율화한다. 이 같은 해외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넥사의 앱 실행 화면. 이 앱은 주위 차량의 사고 이력을 조회해 보여준다. 넥사 홈페이지

‘넥사’라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 카메라를 대체하는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회사다. 이 회사의 앱은 ‘인공지능 블랙박스’로 볼 수 있다. 앞에 가는 자동차들 중 위험하게 운전하는 차를 발견하면 차 번호를 기억해 저장한다. 그리고 이 정보를 무선 인터넷을 통해 회사 서버로 전송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미 700여만대의 주행 정보가 입력됐다.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 근처에 위험한 차가 보이면 운전자에게 이를 알려 준다. 또 사고가 많이 나는 지역이나 도로를 저장해뒀다가 운전자에게 미리 귀띔해주기도 한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앱은 스마트폰 감지기를 통해 우버 운전사의 안전운전 이력을 감지해 보여준다. 우버 홈페이지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는 최근 우버 운전사의 운전 스타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스마트폰의 우버 앱을 통해 급가속 같은 운전 습관을 측정, 얼마나 안전하게 운전하는지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운전자가 주행할 때 급브레이크를 어느 정도 밟는 지도 알 수 있다.

이 앱은 또 스마트폰의 방향 측정(자이로스코프) 센서로 주행 중에 운전사가 문자 등을 보내기 위해 휴대폰을 들고 움직이는 것도 확인해 경고한다. 너무 오래 쉬지 않고 운전하면 쉬라고 경고 메시지도 보낸다. 이런 방식으로 우버 운전사 100여만명의 안전 운전을 유도한다.

비슷한 시도는 한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SK텔레콤은 19일 전면 무료화하는 내비게이션 앱 ‘T맵’에 주행 이력을 바탕으로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안전습관’ 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구글이 2013년 1조원을 들여 인수한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도 최근 흥미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웨이즈 이용자 중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는 웨이즈 카풀서비스의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이미 카풀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버, 리프트 등과 경쟁을 시작한 셈이다. 특히 웨이즈는 범죄율이 높은 지역으로 운전해 들어갈 때 경고해 주는 기능도 탑재하기로 했다. 최근 브라질에서 한 여성이 웨이즈에 주소를 잘못 입력해 범죄율이 높은 지역으로 들어갔다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크루즈 오토메이션의 자율주행 조립 용품을 장착한 아우디 자동차. 크루즈 오토메이션 홈페이지
크루즈 오토메이션의 자율주행 조립 용품을 장착한 아우디 자동차. 크루즈 오토메이션 홈페이지

기존 자동차를 자율주행차로 바꾸는 도전에 나선 스타트업들도 있다. 이들은 기존 자동차에 센서와 컴퓨터 키트를 붙여서 비교적 값싸게 자동 운전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얼핏 들으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이런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거액에 인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자동차를 자율주행차로 개조하는 3,500달러(약 405만원)짜리 키트를 개발한 ‘크루즈 오토메이션’이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은 지난 3월 GM에 인수됐다. 인수가는 10억달러(1조1,600억원)이상으로 알려졌다. 직원 수가 겨우 40명 정도인 3년차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데 1조원 이상을 지불한 셈이다. GM은 자율운행 기술을 빠르게 향상시키기 위해서 이런 거액의 딜을 감행했다.

콤마아이의 자율주행 조립 용품을 장착한 아큐라자동차. 콤마아이 홈페이지

스타트업 ‘콤마아이’는 한술 더 뜬다. 아큐라 자동차에 장착하면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1,000달러(약 115만원)짜리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쇼퍼’라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사용자들의 운전 습관 데이터를 모아 자율주행 기능을 더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넥사처럼 블랙박스 앱으로 작동하면서 운전 중에는 주위 데이터를 수집하고 동시에 우버 앱처럼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분석해 차량의 자율주행기능이 향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콤마아이를 창업한 조지 호츠는 2007년 아이폰을 첫 번째로 해킹한 경력이 있는 천재 개발자다.

자율주행트럭 조립 용품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오토의 트럭. 오토 홈페이지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앤서니 리반도우스키와 테슬라 및 애플 출신 개발자들이 모여서 만든 ‘오토’라는 스타트업은 기존 대형 트럭을 자율주행차로 만들어주는 애프터마켓 키트를 개발 중이다. 트럭운전사들이 고속도로에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운전대나 액셀, 브레이크 페달 없이 주행하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타트업 ‘죽스’는 모두 2,300여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규제에 승차 공유 등 발목

주행 관련 데이터 분석 쉽지 않아

오토테크 시장서 소외 우려

이런 식으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는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간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운행하는 완전 자율주행차는 언제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자동차 주행을 더욱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각종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수집되는 각종 정보가 첨단 기술과 거리가 먼 평범한 자동차 운전자들의 안전까지 담보해주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자율주행관련 센서 기술은 ‘모빌아이’라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가장 앞서 있다. 최근에는 BMW, 인텔과 협업해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도 이 모빌아이의 센서를 쓴다. 원래 그래픽카드 칩으로 유명한 엔비디아도 자동차용 자율주행칩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구글, 테슬라, 애플 등에서 자율주행이나 디지털지도 관련 일을 하던 핵심 인력들이 빠져 나와 속속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의 투자사들로부터 거액을 투자 받고, GM 등 대기업에 더 큰 금액에 인수되는 선순환이 시작됐다. 이런 변화는 완성차 판매 이후 형성되는 애프터마켓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과거에 생긴 규제로 인해 승차공유나 카풀 서비스가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행 관련 데이터 분석도 쉽지 않다. 자율주행차량 기술도 취약하며 관련 법령도 정비되어 있지 못하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급변하는 전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한국만 외톨이로 전락할 수 있다. 글로벌 변화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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