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령회사와 MOU.. 황당한 농식품부

세종 입력 2015. 4. 20. 02:41 수정 2015. 4. 20.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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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식품클러스터' 해외 투자자 유치 실체 불분명한 '페이퍼 컴퍼니'와 체결

농림축산식품부가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할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실체가 불분명한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부는 법인으로 등록된 지 채 2주일도 지나지 않은 이 회사와 MOU를 맺으면서 사업영역, 매출액 등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해외 투자 유치의 좋은 사례"라며 홍보까지 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비롯해 국내외 107개사와 모두 7917억원 규모의 MOU를 체결했지만 재확인 결과 이 중 19개사(투자 규모 2871억원)만 투자 의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가 나머지 88개사의 투자 유치 부분을 허위·과장한 셈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전북 익산의 358만㎡ 부지에 식품 전문 국가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가졌다.

19일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 2월 "체코 맥주 생산 기업 '프라하의 골드'와 국가식품클러스터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보도자료에서 "프라하의 골드는 현재 체코에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일보 확인 결과 프라하의 골드는 체코 현지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농식품부와의 MOU 협상 당시에는 법인 설립조차 돼 있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이 회사의 모회사 격인 '실버라인 캐피털'이 맥주 생산 업체라고 해명했지만 실버라인 캐피털 역시 자본금 1000코루나(약 4만3000원)에 불과한 개인 투자회사로 이 회사 역시 맥주 생산과 아무 연관이 없었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 77억원을 투자해 체코의 전통적인 맥주를 생산·공급하겠다고 약속한 회사가 맥주산업과 아무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이 건뿐 아니라 농식품부는 총 사업비 5535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국가 산업단지 조성 사업의 핵심인 투자 유치 부문을 부실하게 추진·관리하고 있었다. 농식품부가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초 MOU를 맺은 회사를 상대로 투자 의향을 재확인해보니 10곳 중 8곳은 투자를 포기하거나 유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또 1년여 전 회사 이름이 바뀐 일본과 국내 MOU 체결 업체의 새로운 명칭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농식품부가 MOU 체결 업체로 국회에 보고한 국내사 2곳은 "우리는 그런 MOU를 맺은 적이 없다"고 이를 부인했다. 황 의원은 "국가식품클러스터 MOU 체결 전반에 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조민영 기자

익산=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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