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기피' 관습때문에 보증금 떼인 사연
법원 "'4층 502호' 등기부ㆍ주민등록 호수 달라 보호 못받아"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숫자 4를 꺼려 4층 주택을 500대 호수로 표기하는 관습 때문에 임차인들이 떼인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박모(26)씨는 2008년 9월 25일 광주 남구 월산동 모 빌라 4층에 입주했다.
4층짜리 건물의 등기부상 402호에 입주한 박씨는 보증금 1천3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계약서에는 현관문에 적힌 호수대로 502호로 기재했다.
박씨는 이대로 전입신고를 해 주민등록상 주소도 바꾸고 계약서에 확정일자도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건물주가 금융기관에 빌린 돈을 갚지 않아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발생했다.
박씨는 경매절차가 진행되자 임차인으로서 권리를 주장했지만 낙찰금 배당에서 제외됐다. 등기와 주민등록상 호수가 달랐기 때문이다.
박씨는 "현관문, 우편함에 502호라고 적혀 이대로 전입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고, 호수에 4라는 숫자가 들어가면 좋지 않다는 동양적 미신 때문에 400단위 호수를 생략하기도 한다"며 배당이의 소송을 냈다.
소송에는 2천100만원, 1천400만원의 보증금을 각각 날린 503호, 505호 이웃도 참여했다.
광주지법 민사11단독 고상영 판사는 그러나 "공동주택에서 주민등록상 동ㆍ호수가 등기부와 다르게 기재된 경우 그 주민등록은 공시방법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등기부상 호수와 일치하지 않는 원고들의 주민등록은 공시방법으로 유효하지 않아 주택임대차 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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