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라이더' 공효진, 칭찬은 '공블리'를 춤추게 한다 [인터뷰]

황서연 기자 2017. 3. 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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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더, 공효진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드라마 '질투의 화신',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를 통해 연이어 독특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인 배우 공효진. 그가 영화 '싱글라이더'를 통해 수더분한 아이 엄마가 됐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변신이 된 이 영화, 공효진은 변신을 선택한 이유로 '칭찬'이라는 의외의 요소를 꼽았다.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제작 퍼펙트스톰)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기러기 아빠 강재훈(이병헌)이 회사에서 부실 채권 사건이 터지며 위기에 놓이고, 이를 계기로 가족을 찾아 호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공효진은 강재훈의 아내인 이수진 역을 맡았다.

'싱글라이더'는 중년의 재훈이 맞닥뜨린 인생의 위기, 그리고 이로 인해 되돌아보게 된 삶의 가치에 대해 역설한다. 회사에서 실패를 겪고 가족들을 찾아 호주로 떠난 재훈은 아내 수진이 옆집 남자와 함께 다정하게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친 충격적인 진실에 재훈은 고통을 겪는다. 이처럼 영화 자체가 재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가기에 평범한 가정주부인 수진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항상 존재감이 강하거나 독특한 캐릭터 위주의 작품을 맡아온 공효진에게는 이 또한 하나의 변신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출연을 결심한 것은 탄탄한 시나리오 때문이라고. 공효진은 "시나리오가 한 편의 단편 소설처럼 너무 좋았다"며 "요즘은 어지간히 슬픈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고서는 후유증이 남지 않는데, '싱글라이더'는 대본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울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감정에 취해 있었다. 영화가 주는 쓸쓸한 느낌, 특히 재훈의 캐릭터가 자아내는 외로움에 매료됐다"라고 말했다.


'싱글라이더' 속 수진은 남편의 오랜 무관심과 타지 생활에 지쳐있는 아이 엄마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외로움을 느끼는 그에게 다정한 이웃집 아이의 아버지가 다가오고,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험난한 세상살이를 견뎌낸다. 어쩌면 부적절한 관계로도 보일 수 있는 애매모호한 관계의 줄타기가 이어진다.

공효진은 "이번에는 관객의 지지를 받을 자신이 없다"며 수진에 대한 이야기를 써냈다. "캐릭터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며 자신조차 수진에게 100% 공감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솔직한 이야기도 털어놨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 처음으로 미운 캐릭터를 연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배우로서의 의무에 더욱 충실했다는 공효진이다. 그가 정의 내린 '싱글라이더' 속 수진의 쓰임새는 '재훈의 외로움을 극대화하는 장치'였고, 장치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더욱 여기에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가끔은 캐릭터의 감정이 내 감정과 다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극 안에서 캐릭터가 맡은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내가 이해할 수 없으니 못 하겠다'라고 말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그다.

"사실 캐릭터만 놓고 보면 복잡한 성격의 캐릭터를 더 좋아해요. 숙제가 더 많지만, 잘 해내면 주위에서 '정말 잘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으니까 더 도전 의식이 생기거든요. 수진이는 감정선도 단조롭고, 미화나 군더더기가 붙은 역할도 아닌 평범한 캐릭터였어요. 그래도 선택을 한 건 결국 시나리오 때문이었죠. 결국은 수진이를 연기해야 하는 나만의 이유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만들어 나가야 했어요."


공효진은 이주영 감독과의 상의 끝에 수진에 대한 세세한 캐릭터 설정을 잡았다고 말했다. 공효진의 마음속 수진은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해왔지만 막상 결혼 후에는 아이를 키우느라 자연스레 악기를 손에서 놓게 되고, 남편의 무심함 속에서 아이를 건사하는 것만이 유일한 낙이었을 사람이라고.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잘한다는 칭찬을 받는 것은 중요한 일인데, 수진에게는 그게 바이올린이었다. 그걸 잃었으니 삶에 재미가 있었겠느냐"는 되물음도 돌아왔다.

"그냥 그렇게 살다 보면 다 까먹는 것 같아요. 뭐가 재밌는지, 어떤 감정이 해소가 안돼서 문제가 생기는 건지 모르고 사는 거죠. '싱글라이더'라는 영화는 결국 중요한 것을 까먹은 사람의 이야기예요. 그건 중년 남자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감정을 숨겨야 하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거죠. 그런 부분에서 공감을 찾았어요."

공효진은 "예전에는 '밋밋한 역할을 맡아도 내가 살려내야지, 나를 강렬하게 기억에 남겨야지'라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을 때가 있었다. 그런 튀는 모습이 대중들을 공략하는 포인트라고 잘못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캐릭터라는 나무 한 그루보다는 숲 전체를 보려는 시도를 한다. 수진 역시 그런 시도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나라는 배우를 각인시켜야 하는 시기가 분명히 있지만, 지금은 그 시점을 넘어선 것 같다. 그래서 작품의 전체 색깔에 대해 더 생각하고, 사람들이 잘 모르게끔 나를 슬며시 희석해 풀어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강렬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음에도, 평범한 가정주부인 수진의 옷을 입자 튀지 않고 작품 속에 스며들 수 있었다는 것에 오히려 만족감을 느꼈다는 그다.

공효진은 이런 순간들을 겪으며 배우로서의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매 작품마다 성취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숙명인 직업이지만, 그렇기에 성공의 열매가 더욱 달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변신에 도전하는 것 또한 그래서라고. "매번 '지난번보다는 나았으면, 사람들이 많이 칭찬해 주셨으면'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모험을 감행한다"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사람들에게 기대를 받고 칭찬을 받는 것도 일종의 중독 같아요. 그래서 '보통'보다는 더욱 잘하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할 것 같고, 그런 각오가 의외성이 있는 모험을 선택하는데도 영향을 줬어요. 그 모험들이 제가 변화하거나 발전하는 데 좋은 작용을 준 것 같아요. '싱글라이더' 역시 기분 좋은 모험이었고요.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공효진|싱글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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