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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영화 '밀정'이 베일을 벗었다. 차가운 스파이들의 세계를 그려 내려고 했던 김지운 감독의 노력은 시대적 배경을 만나 뜨겁게 달아올랐다.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제작 영화사 그림)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 공유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영화다. 송강호가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 공유가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 김우진 역을 맡았다. 한지민은 여성 의열단원 연계순, 신성록은 의열단의 자금책 조회령, 엄태구는 일본 경찰 하시모토를 연기했다.

김지운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스탠드'를 연출한 데 이어 3년 만에 '밀정'을 들고 충무로에 돌아왔다. 그는 '밀정'이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설명하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등 서구의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 걸작들을 생각했다. 그래서 '밀정'을 설명할 때 '콜드 누아르'라는 명칭을 썼고, 차갑게 스파이 영화를 만들어 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만들다 보니까 영화도 뜨거워지고 인물도 뜨거워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다 보니 촬영 도중 잠시 혼란이 오더라. 이 영화가 일제 강점기가 배경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며 "서구 열강의 스파이전은 강대국의 파워게임이고, 이건 나라를 잃은 이들이 조국을 되찾으려 하는 일이었다. (가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영화였고, 차갑게 시작해서 뜨겁게 끝난 영화가 됐다. 평소 내 스타일을 내려놓고 인물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쫓아가는 영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배우들 역시 촬영을 하며 가슴이 뜨거웠던 경험들을 풀어놨다. 조선인 일본 경찰인 이정출을 연기한 송강호는 '밀정'을 통해 '조용한 가족' '반칙왕' '놈놈놈'에 이어 김지운 감독과 네 번째로 만났다. 그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밀정'은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많은 분들의 갈등 인간적인 고뇌,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춰 더욱 독창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다. 아픈 시대를 관통해온 열정적으로 살아온 인간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는 촬영 소감을 전했다.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 역 김우진 역을 맡은 공유는 "시대극이 처음이라 어려움도 많았고, 어떤 영화보다도 고민도 많이 했다"며 "때로는 송강호 선배님 앞에서 주눅도 들어보고, 아직 부족하구나 자학도 하고 박탈감도 느끼는 과정들이 있었다. 그 과정을 다 거치고 나니 '녹록지는 않았지만 좋은 결과를 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 내 직업 덕분에, 연기로나마 작품으로나마 그런 혼돈의 시대에 들어가 볼 수 있어서 흥미로운 시간들이었다"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유일한 여성 의열단원으로 출연해 독립을 위해 싸우는 여인 연계순 역을 맡은 한지민은 "기술적으로 테크닉에 집중하기보다는 캐릭터 자체에 집중했다"며 촬영에 임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독립투사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기술이 필요한 일도 아니었고, 독립을 해야 한다는 의지만으로 목숨을 내놓으신 분들이다. 그런 선열들이 독립을 위해 싸우셨던 신념, 순수한 마음을 잊지 말자는 각오로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은 '밀정'을 통해 차가운 머리로 스파이들의 냉철한 싸움과 긴장감을 자아내는 심리전을 그려냈고, 그 위에 조국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독립투사들의 뜨거운 마음을 더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진 '밀정'이 추석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는 오는 9월 7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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