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는 배우다'는 배우 이준을 남겼다

김지혜 기자 2013. 11. 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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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욕, 담배, 성행위. 아이돌의 3대 금기라고 하더군요. 근데 오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선 이 세 가지를 다 해야 했어요. 소속사에선 뜯어말렸죠.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하고 싶었어요. 대표님을 설득, 또 설득한 끝에 출연할 수 있었죠"

영화 '배우는 배우다'를 연출한 신연식 감독은 '엠블랙' 출신의 연기자 이준에 대해 "열정이 재능을 앞서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백치미 캐릭터로 또 짠돌이 캐릭터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하며 얼굴을 알렸지만, 이준의 몸에는 분명 배우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데뷔는 '엠블랙'이 아니라 비의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을 통해 이뤄졌다. 이준은 할리우드로 날아가 오디션을 봤고 당당히 합격했다. 어린 시절 비를 연기했던 그의 분량은 10분이 채 넘지 않았지만, 존재감은 주인공 못지 않았다.

이후 4년간 이준은 엠블랙 활동 틈틈이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활동했다. 하지만 영화배우로 다시 스크린에 설 기회를 좀처럼 잡을 수 없었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못한 것도 있고, 또 소속사 의견과 제 의견이 달라 놓친 작품들도 있었죠.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 속상했어요. 무엇보다 놓친 작품이 잘됐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죠"

널리 알려졌다시피 이준이 '배우는 배우다'를 만난 건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에 출연하고 난 후였다. 당시 함께 출연했던 김기덕 감독이 이준에게 시나리오를 건넸고, 이준은 오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났다.

'배우는 배우다'는 배우 탄생의 뒷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낸 영화. 주인공 오영은 톱스타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이다.

"평소에 시나리오를 많이 읽는 편인데도 '배우는 배우다'는 이제껏 읽은 것 중에 가장 빨리 읽었어요. 무척 재밌었거든요. 수위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어요. 다만 오영이라는 복잡미묘한 캐릭터를 내가 잘 살릴 수 있을까. 잘못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겠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그의 말대로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김기덕 감독이 쓴 시나리오는 정상과 추락을 맛본 인물의 추한 면모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연기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지닌 신인 배우, 인기와 돈에 취해 타락하는 톱스타의 모습을 이준은 다 보여줘야 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답게 수위도 높았다.

"소속사에선 당연히 말렸죠. 하지만 이 역할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를 꿈꾸는 나에게 다시 없을 기회 같았죠. 어려운 캐릭터지만 하고 나면 나에게 플러스가 될 것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수위 면에서 아이돌의 금기를 깨는 것이진 하지만 내가 새로운 문을 여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었어요"

영화 속 등장하는 세 차례 베드신은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부터 뜨거운 화제를 불러모았다.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담은 성애 장면이 아니라 가학적인 면모를 부각한 폭력적인 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준은 첫 베드신 임에도 오영의 감정에 몰입해 이야기에 충실한 베드신을 연기해 보였다.

"민망한 것보다는 연기 자체가 어려웠어요. 몸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야 했는데, 쉽지 않았죠. 여배우에게 미안해서라도 엔지를 많이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베드신, 액션 등 어려운 과제들이 많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오영의 심리를 표현해내는 감정 연기였다. 이준은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등장하지 않는 신이 없어요. 분량이 제게 집중돼있다가 보니 촬영장을 뛰어다니며 초인처럼 연기했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는 배우다'를 찍을 당시 이준은 그야말로 에너자이저 같은 힘을 발휘해야 했다. 엠블랙의 멤버로서 연말 시상식을 준비했고,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도 소화했으며, 동시에 영화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이준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어요. 그야말로 로봇과 같은 생활을 했는데 그럼에도 할 수 있는 한 다 잘하고 싶었어요. 녹초가 돼 촬영장에 와도 대본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대충하면 큰일 날 영화라는 걸 아니까 대본을 손에서 뗄 수가 없더라고요"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25살의 아이돌 스타의 행보가 놀라운 한편 이해할 수 없는 욕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한우물만 팠다면 좀 더 편하고 빨리 정상에 오를 수도 있을 텐데 그는 왜 이리 배우를 갈망하는 것일까.

"현대 무용을 했다는 이력 때문에 제 어린 시절 꿈이 무용가인줄 아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전 중2때 연기 공부부터 시작했어요. 예고에 진학할 때도 연기를 전공하고 싶었는데, 중학교 때 은사님이 무용에 소질이 있으니 대학때까지만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그때 연기를 하라고 하셨죠. 물론 무용이 싫어서 관둔 것은 아니에요. 더 늦기 전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준은 자신의 첫 주연작을 극장에서 두 번 관람했다. 볼 때마다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것이 더 눈에 띈다고 했다. 개인의 혹독한 평가와 달리 평단과 대중의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그는 '배우는 배우다'를 통해 아이돌 출신 배우의 연기폭을 확장했다.

"이런 칭찬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게들 봐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제 팬들은 은근히 냉정하세요. '눈에 힘 좀 빼라', '긴장을 많이 한 것이 눈에 보인다'라고 혹독하게 평가해줘요. 칭찬과 비판 모두 다 열심히 새겨듣죠"

첫 주연작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한 이준은 벌써 차기작 '보톡스'의 출연을 확정했다. '배우는 배우다'의 흥행 성적과 별개로 벌써 그를 찾는 제작자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저 정말 오래 쉬었거든요. 이 영화를 하면서 그 긴 공백기가 메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또 쉬면 힘들어 질거에요.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요. 체력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 엠블랙 활동도 또 배우 활동도 모두 열심히 할 겁니다"

ebada@sbs.co.kr

< 사진 = 김현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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