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의 주인공, 스칼렛 요한슨과의 대담

2016. 5. 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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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커리어를 가졌지만 튀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스칼렛 요한슨. 여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주인공이 안 팔릴 것 같은 창업 아이디어와 자궁경부암 검사, 그리고 남자에게 문자를 보내고 싶은데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순간이 언제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드레스)Valentino, (귀고리)Cartier

 15년 전 <판타스틱 소녀 백서>의 주인공이었던 신인 스칼렛 요한슨을 처음 인터뷰했을 때, 당시 매니저였던 그녀의 엄마는 기세 좋게 딸의 휴대폰 번호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우리 엄마가 왜 그랬을까요? 아마 그때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거예요. 그래서 번호를 뿌리는 게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 몰랐던 거죠.” 2011년 해킹으로 개인적인 사진이 노출돼 한바탕 후폭풍을 치러야 했던, 이제는 거물 스타가 된 그녀가 말한다. 처음 인터뷰를 했던 그때 그녀는 16세였고, 우리는 주로 남자 얘기를 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 셀렙 리스트의 1위는 패트릭 스웨이지다.

맨해튼의 카페에서 만난 스칼렛은 재미있고 경계심 없는 모습이 그대로였다. 우리의 대화는 또다시 깔때기로 거른 듯 남자 얘기로 흘러갔다. 그러다 나는 과거의 남자가 아직도 밤늦게 문자를 보내곤 하는데 그때마다 항상 답장하는 나 자신이 싫어진다는 얘기까지 털어놓았다. 블랙 스키니 진과 모터사이클 재킷으로 무장한 그녀는 앞에 놓인 아이스티를 홀짝이더니 “최고의 대처법은 그냥 무시하는 거예요”라고 조언한다. “예전에 저도 너무나 만나기 힘든 남자와 사귄 적이 있어요. 근데, 만나기 힘들다는 것 자체가 또 그렇게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녀는 그 상대가 자레드 레토, 베니치오 델 토로, 숀 펜 등 그녀와 로맨틱한 사이였다는 소문이 돌았던 남자 중 누군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원한 독신남 자레드 레토일 거라는 데 한 표!) 그러면서 그녀는 나를 향해 친한 여자 친구에게나 할 법한 삿대질까지 시연했다.

“한계점까지 가봐야 해요. 바닥을 쳐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뜻이에요.” 내가 어쩌면 이미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선 건 아닐까 되묻자 “아니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바닥을 쳤다는 건, 새벽 1시 반에 친구들은 모두 바 안에 있는데 혼자 몰래 밖으로 빠져나와 그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내가 돌았군’ 하고 깨닫는 거예요. 혹은 말도 안 되는 시간에 그를 만나겠다고 택시를 타고 달려가면서 ‘이건 내가 아냐’라고 깨닫거나요. 바로 그때가 상대방을 확실하게 끊어내야 하는 순간이에요. 안 그러면 그런 남자는 당신의 피를 다 빨아먹을걸요?” 그녀는 안쓰럽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 확신이 들 때까지 아마 당신은 계속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이제 31세가 된 스칼렛은 20대 시절 자신의 일면에 대해서도 편안하게 얘기를 꺼냈다. 2008년, 불과 몇 년 만에 파경을 맞은 라이언 레이놀즈와의 결혼 생활은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는 자신을 리드하려고 하는 남자는 자신과 잘 맞는 상대가 아님을 깨닫고 당당하게 그 관계를 깨고 나왔다. “배우인 누군가와 함께 인생을 계획한다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었죠. 어떻게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전적인 이해가 필요해요. 특히 두 사람의 커리어가 비슷한 수준으로 흘러가고 있을 땐 더 그렇죠. 만약 한 사람이 더 인기가 많거나 바빠도 힘든 건 마찬가지예요. 서로 경쟁심 같은 것도 생길 수 있거든요.”

2014년, 그녀는 현대미술 아트 딜러이자 큐레이터인 로메인 도리악과 재혼해 현재 20개월 된 로즈라는 딸을 두고 있다. 할리우드 밖의 인물인 그를 스칼렛은 친구들을 통해 만났다. “그는 제가 나온 영화를 많이 안 본 것 같았어요. 제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가 좋아하는 스타는 아니었던 거죠.” 그녀는 그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두 사람은 현재 그녀가 거주하던 맨해튼과 그가 살던 파리를 오가며 지낸다. 

“우린 둘 다 아무 데서나 잘 살아요. 뉴요커들의 습성이기도 하죠. 그도 파리의 중심부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우리처럼 도심 정글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쳐요. 평생 남는 습성이 되죠.” 그녀의 전남편 라이언과 그의 아내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현재 도심에서 벗어난 베드포드에 가정을 꾸렸지만, 스칼렛은 당분간 도심을 벗어날 계획이 전혀 없다. “자연에 둘러싸여 사는 것도 멋지지만, 사실 전 그런 곳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것 같아요. 큰 도시에 끌려요.” 

이 커플은 ABC 채널의 창업 프로그램 <샤크 탱크>를 즐겨 본다. 가끔 둘 사이에 분란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남편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우리 이걸로 <샤크 탱크> 나가도 될 것 같아!’라고 하더군요. 제가 동의하지 않았더니 그가 ‘뭐라고? 뭐가 별로라는 거야?’라면서 화를 내더라고요. 전 ‘우리가 대체 왜 이런 걸로 싸우고 있는 거죠!’라고 했고요.”

흔히들 스칼렛 요한슨을 ‘남자들에게 인기 많은 여자의 전형’이라 여긴다. 파티에 데려가면 모든 남자의 눈길이 쏠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남자 친구에게 소개시켜서는 안 될 그런 타입의 여자 말이다. 그런 생각은 지금까지도 영화 <어벤져스>에 나온 ‘블랙 위도우’ 캐릭터의 꼭 끼는 검정 슈트보다 그녀에게 들어맞는 이미지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건 명백히 틀린 얘기다. 그 첫 번째 근거는 이거다. “단 한 번도 유혹적인 역할을 노려야겠다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속 캐릭터도 섹시한 건 아니었잖아요. 다만 그녀가 젊은 여자고, 이 업계가 대체로 그러하듯 ‘우리’ 여자들은 매우 쉽게 정형화돼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어쩌면 제가 젊고 굴곡 있는 몸매를 가졌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그 너머의 것을 볼 생각은 전혀 없는 거죠.” 두 번째 근거는, 그녀가 명백히 여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그녀가 나에게 전한 연애 조언을 보라. 그리고 여성 멤버로만 이루어진 그녀의 밴드(밴드명이 원래 ‘싱글스’였는데 같은 이름의 밴드와 법적인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공개적으로 그 밴드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노래를 들어보라. 그녀의 여성주의적인 정치 성향은 또 어떤가? “전쟁, 테러, 지구 온난화 같은 문제가 산재해요. 그래서 쉽게들 말하죠. ‘가족 계획부예산을 삭감해야 한다, 여성 건강 진흥을 위한 지원도 없애야 한다!’라고요. 그런데 정말 그런 것들이 최우선적으로 없어져야 할 건가요? 말도 안 되는 처사죠. 자궁경부암이나 유방암 예방 서비스를 없애라는 거잖아요. 저나 제 친구들도 다 가족계획부에서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를 받으며 자랐죠. 피임 교육뿐 아니라 자궁경부암 검사나 유방암 진단 같은 것 말이에요. 음지에서 불법으로 행해지는 임신 중절이 늘었다는 얘기를 들어봤을 거예요. 여자들이 스스로를 불구로 만드는 선택을 하고 10대들이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도움을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는 거죠. 대체 왜 이래야 하는 거죠?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퇴보하고 있잖아요.”

할리우드야말로 이런 문제가 산재해 있는 뷔페와도 같다. “성별, 나이, 급여… 제기랄, 우리 완전 망했네요!” 스칼렛은 그 모든 문제의 심각성을 두고 농담하듯 말한다. 젠더 문제로 얘기를 시작해보자. 영화 제작의 이면을 살펴보면,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영화에는 여성 각본가나 여성 감독이 턱없이 적다는 사실을 그녀는 예리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엄청난, 말도 안 되는 불균형이죠.” 카메라 앞에서는 ‘나이’ 문제가 끊이지 않고 대두된다. 나는 그녀가 지금껏 한 번도 상대역으로 그녀 또래의 남자 배우와 연기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그녀와 잠깐 러브 라인을 형성한 마크 러팔로는 그녀보다 17년 연상이다. “정말 구시대적인 발상이죠. 대부분 여자들은 아름다운 꽃에 비유하면서 금방 시들 거라 치부하고, 남자들은 해가 거듭할수록 더 매력적으로 변하는 거대한 소나무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저도 젊은 남자들과 연기해보고 싶다고요!” 

남녀 간 임금 격차로 주제가 넘어가자 얘기가 좀 더 미묘해진다. “여성 전체를 두고 전반적으로 따져보지 않고 저의 사례로만 얘기하기엔 좀 애매해요. 일단, 전 운이 좋은 편이라 돈을 많이 버는 축에 속하고 현재 저와 비슷한 급의 남자 배우들과 비슷한 수준의 돈을 받는 여배우라는 게 매우 뿌듯해요.”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과거에는 아마 남자들보다 덜 받았을 거라는 데에 동의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이 거대한 문제에 대해 제 개인적인 경험만 빗대어 말한다면, 건방지게 보일 수 있으니 자제하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이건 그저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대화의 한 부분일 뿐이니까요.” 

(드레스)David Koma, (귀고리)Piaget, (팔찌, 반지)David Yurman

또 다른 안건으로 넘어가보자. 이번엔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코믹 프랜차이즈 영화에 대한 것이다. 박스 오피스를 휩쓸었던 영화 <어벤져스> <아이언맨>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에서 그녀는 ‘블랙 위도우’ 역을 맡으며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배우가 헤드라이너로도 손색없음을 입증했다. 그녀 또한 ‘블랙 위도우’가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함께 등장하는 영화 외에도 그녀만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그런 시리즈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마블코믹스의 영화에 참여한 건 그녀에게 소중한 경험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내용의 대부분이 그녀의 임신 기간에 촬영됐다. “뭔가 비현실적이었어요. 하지만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는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죠. ‘그래서 뭐? 해야지 어쩌겠어’라고 생각했죠. 아마 임신한 상태라서 심하게 얻어맞거나 내동댕이쳐지는 장면이 줄기도 했겠지만, 저를 이전과 다르게 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녀는 자신을 조심스럽게 다뤄준 사람은 같이 출연하는 남자 배우들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제가 자신들을 아주 남성적인 남자라고 말해주기를 바라겠지만, 사실 그들은 오히려 여성스러운 편이에요. 몇 명은 분장실에서 저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요. 그게 크리스 헴스워스라고 콕 집어 말하지는 않을게요.”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마치 다른 사람이 그 이름을 내뱉었다는 듯 연기했다. “뭐라고요? 크리스 헴스워스가 그랬다고요?”

스칼렛 요한슨이 액션 위주의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 자신조차 놀라게 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녀의 초기작이었던 <판타스틱 소녀 백서> 또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긴 했다(물론 좀 덜 폭발적인 종류의 것이긴 했지만). 현재 그녀는 차기작인, 일본 망가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SF 스릴러물 <공각기동대>를 위해 열심히 훈련 중이라고 한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사이보그 경찰 역을 맡았다. 그녀는 최근 자신의 일상을 설명하다 웃음을 터트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리얼 한 그릇을 우유에 말아 먹고 아기를 돌본 다음에 아기랑 놀아주는 게 끝나면 나가서 싸우고, 킥복싱하고, 필리핀 봉술을 하다가 전술 무기 사용 훈련을 받죠. 맞고 싸우고 뒹굴다가 저녁이 되면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아기를 씻기고 재운 후 잠자리에 들고요.”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난 듯 스칼렛은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그녀의 딸 로즈를 돌보다가 트레이닝의 하나인 “혼 빠지게 얻어맞을 또 다른 하루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이런 육체적으로 힘든 작품에 계속해서 참여하게 하는지를 묻자 그녀는 “이 캐릭터들은 풍요로워요. 강하면서도 연약한, 다면적인 존재죠. 그들은 추진력도 강해요. 물론 싸움을 잘해 통쾌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흥분되는 점은 지극히 평면적일 수 있는 장르의 캐릭터들에게 제가 깊이감을 부여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제게 부여된 권한인 셈이죠”라고 말한다. 툭 까놓고 말하면 그녀가 받는 개런티도 꽤 될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이제 그녀의 남편은 결국 그녀의 전작을 챙겨 봤을까? “대부분은요. 제가 성가시게 굴었거든요.” 물론 그는 굳이 그녀의 출연작을 모두 챙겨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배우이자 활동가이자 아내이자 엄마이자 친구 역할을 수행하는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하나의 세계는 마블의 확장 유니버스만큼이나 거대한 까닭에 그는 평생 스릴 넘치는 삶을 보장받을 테니 말이다.

글 제이다 위안 , James White editor 박지현 fashion director Aya Kanai hair Mark Townsend for Dove Hair Care makeup Frankie Boyd using Dolce & Gabbana Beauty at Tim Howard Management manicurist Mei Kawajiri for Orme Square prop stylist Todd Wig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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