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해서웨이가 풀어낸 방정식

2014. 11. 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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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에서 종말을 앞둔 인류를 구원할 중력 방정식의 답은 결국 사랑이었다. 인생의 블랙홀에서 빠져나와 자신만의 행로를 찾은 앤 해서웨이의 여정에도 사랑의 마법이 필요했다.

(위)

<인터스텔라>에서 긴박감 넘치는 얼음 행성의 해일 장면은 아이슬란드의 얼음장 같은 바닷속에서 촬영했다.

(아래)

<인터스텔라> 뉴욕 프리미어 행사에서 남편 애덤 셜먼과의 다정한 모습.

내 비밀스러운 소망은 앤 해서웨이가 부르는 노래를 직접 듣는 것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인터스텔라> 개봉을 앞두고 브루클린에 있는 야외 카페에서 만난 앤 헤서웨이. 뮤지컬 영화도 아니고 가수 역할을 맡은 것도 아닌 그녀가 인터뷰 도중 노래를 부른다는 건 기적에 가까웠으나 행운의 여신은 내게 미소지었다!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패티 스미스의 회고록 <저스트 키즈>를, 가장 좋아하는 음반으로 패티 스미스의 &ltHorses>를 꼽은 그녀가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리드미컬한 고갯짓과 함께 내 귓가에 충분히 들릴 만한 목소리로! 주변의 시선을 모으며 약속 시간에 정확히 등장한 그녀는 스크린에서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커다란 눈과 입도 실제로는 더 섬세하고 정교했다. 롤업한 리바이스 배기 진에 생 로랑의 슬립온을 신고 밀리터리 재킷을 걸쳤고 단발은 귀 뒤로 말끔하게 빗어 넘겼다.

서른셋, 톱 스타라기보다 브루클린의 멋스러운 아티스트처럼 보이는 그녀는 빠른 어조로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이야기했다. HBO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남편(애덤 셜먼)에게 "만일 피터 딘클리지(티리온 역)가 죽는다면 이 시리즈와는 끝이야"라고 선언했다는 친근한 일화도 들려줬다. 이렇게 유쾌하고 똑똑하고 관대한 배우가 '가식적이고 오만하다'는 소문에 시달린다는 게 믿기 어려웠다. '해서-헤이터스(Hatha-haters)'라 불리는 인터넷 안티 팬들은 그녀를 집요하게 공격해 왔다. 앤을 향한 독설들은 과거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과거로부터 배운 건 좀 더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어릴 적에는 삶의 비밀을 찾는 데 필사적이었지만, 요즘은 이해 불가한 것들은 굳이 파고들지 않고 경이로운 채로 두려고 해요." 그녀는 평화로운 일상을 추구한다지만 작품 선택에 있어서는 줄곧 도전을 중요하게 여겨온 배우다.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요. 첫 번째는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인가?', 두 번째는 '내가 도약할 수 있는 역할인가?' 하는 거죠. '감독도 그저 그렇고 역할도 별로지만 돈을 많이 준다면?' 세 번째 질문에선 아직까지는 '안돼!'를 외치고 있어요(웃음)."

짐작하듯이 놀런 감독이 제안한 <인터스텔라>는 아주 쉬운 결정이었다. "그가 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놀런의 서재에서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읽었죠. 제대로 읽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맨 앞부터 다시 읽어야 했어요." 놀란 감독의 프로젝트 대부분이 그렇듯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개봉 직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그녀가 인류를 구원할 우주 탐사에 나서는 과학자로 분한다는 사실만 겨우 전해지고 있었다. "어릴 때 오빠한테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네 수학 점수를 올려야 할걸'이라고 했어요. 수학을 못해도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재미있는 만큼 힘들기도 했어요. 무중력 상태에서 많은 일들을 해내야 했거든요. 18kg짜리 우주복을 껴입고 말이죠." 함께 출연한 매튜 매커너히(쿠퍼 역)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그녀는 그의 텍사스 억양을 흉내내기도 했다. "그의 말투는 아주 시적이에요. 촬영 중 문제가 발생하면 이렇게 말했죠. '우리가 이걸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남은 인생에 위대한 스토리가 될 수도 있어!'"

할리우드의 성공한 여배우인 그녀는 황금 트로피를 어루만지며 휴식을 취하는 대신 끊임없이 작품에 매달려왔다. 로버트 드 니로와 호흡을 맞춘 <더 인턴 The Intern>과 인디 로맨틱 코미디 <송 원 Song One>이 2015년에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록 밴드 '토킹 헤즈'를 이끌었던 데이비드 번과의 비밀스런 음악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08년, 전 남자친구인 이탈리아 출신의 사업가 라파엘로 폴리에리가 사기 혐의로 체포돼 언론에서 떠들썩했을 때도 앤은 <신부들의 전쟁> 촬영에 매진했다. 현실 속의 '나'를 잃었을 때, 캐릭터의 삶 속에 빠져드는 것이 그녀에게는 유일한 도피처였다. "유명세는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어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죠. 모든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어요." 2013년 <레미제라블>의 '판틴'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안티 팬들의 비난은 그녀가 이룬 가장 영광스런 성과마저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했다. 가장 힘든 것은 자신을 싫어하는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건 굉장히 불안하고 두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남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지라도 내 삶은 계속돼죠. 중요한 건 내 생각과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에요. 그리고 어떤 위기든 결국 결론은 스스로 내려야 하는 거예요."

그녀가 새로운 자신감을 얻게 된 데는 사랑의 힘이 컸다. 배우 겸 주얼리 디자이너인 남편 애덤 셜먼을 가리켜 '지금껏 내가 만난 가장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2012년 두 사람은 뉴욕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할리우드에 새 보금자리를 차렸다. 뉴욕에서는 어딜 가나 파파라치들이 진을 치고 있기도 하고, 그녀가 전에 없이 LA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앤은 보드라운 햇살 아래 펼쳐지는 히피스러운 삶을 즐기고 있다. 일요일이면 친구들과 그들의 아기와 애완견들까지 모두 초대해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하고 함께 수영장으로 뛰어든다. "예전에는 늘 무언가에 억눌려 있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안전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어요. '이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까?' 하는 생각도 멀리 사라졌어요. 앞질러 걱정하는 건 어리석을 뿐이죠." 서로에게 운명이 된 두 사람은 2008년 친구를 통해 만났다. 당시 그녀는 밴드 예 예 예스(Yeah Yeah Yeahs)의 'Maps'를 듣고 있었다. 친구로부터 이 노래의 배경이 된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영화처럼 그가 걸어 들어왔다! "오랫동안 어둡고 절망적인 것들에 대해 고민하느라 지친 상태였죠. 그를 바라보면서 생각했어요. '그는 이런 나를 받아들일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만일 그와 함께라면, 난 틀림없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두 사람은 삼나무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캘리포니아 빅 서(Big Sur)의 사유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앤은 발렌티노가 그녀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옅은 핑크 컬러의 튈 드레스를 입었다. "의상 스케치를 처음 건네받고 울음을 터트렸어요. 그에게 내가 옹브레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걸 잊고 있었거든요. 나를 그토록 잘 알고 있다니, 믿을 수 없었죠."

자녀는 몇 명이나 갖고 싶은지 물어보자 그녀는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가능하면 많이! 하지만 정말 언제가 될지 몰라요." 그때까지 부지런히 좋은 영화에 참여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앤 해서웨이. 인생의 블랙홀을 빠져나온 그녀의 미소는 예쁘다는 말 그 이상의 광채를 띠고 있었다. "더 이상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하지 않아요.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도 나를 꼭 좋아해줄 필요는 없어요. 이런 생각이 나를 자유롭게 해줘요. 이건 진짜 큰맘 먹고 털어놓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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