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알고 있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잊어라

2014. 11. 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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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1989>를 발매한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 뉴욕으로 이사를 했고, 페미니스트적인 각성을 경험했으며, 현재 남자를 만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해야 할 시기다.

(드레스)Valentino, (귀고리)Derek Lam & Jamie Wolf for NYC Ballet, (반지)Melinda Marie, Sylvie & Cie, Dana Rebecca Designs, Soffer Ari, Eva Fehren, (팔찌)Jennifer Fisher

다른 세상에서 온 커버 걸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지닌 테일러 스위프트가 발렌티노의 금빛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할리우드에 위치한 코스모 커버 촬영장으로 들어선다. 테일러가 촬영장에 도착하기 직전, 그녀의 새 싱글 <shakeIt Off>가 빌보드 사상 발매 당일 가장 높은 라디오 방송 노출 순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25살 생일을 앞둔 테일러 스위프트는, 14살의 나이에 가장 어린 싱어송라이터로 소니와 계약을 맺은 이래 발표하는 앨범마다 대박 행진을 줄줄이 이어가고 있으니까. 일곱 번의 그래미상 수상과 멀티 플래티넘 기록을 달성한 4장의 앨범, 그리고 추정 자산 1억2500만 파운드(약 2200억원)로 요약할 수 있는 그녀의 성공은, 범접할 수 없는 그녀의 외모만큼이나 다른 세상 얘기처럼 들린다.

일주일 후, 나는 핸섬한 경호원의 안내를 받으며 웨스트 런던 호텔의 로비를 비집고 들어갔다. 바로 전날 밤 전용 제트기를 타고 영국에 도착한 테일러 스위프트는 대체 어떤 루트를 통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등장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나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경호 펜스를 타고 기어오르는 스토커 팬들과 군대를 방불케 하는 파파라치들을 마주해야 했다. 그러니 그녀의 일상에서 철통같은 경비는 매우 중요하다. 178cm가 훌쩍 넘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하이힐을 신고 있으니 마치 슈퍼모델처럼 보인다. 그녀를 만난 건 벌써 네 번째다. 흠잡을 데 없는 재능과 미모, 그리고 어마어마한 재력에 위축돼 서먹할 것 같겠지만, 그녀를 만날 때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금방 느끼게 된다. 이번에도 테일러는 따뜻하고 망설임 없는 포옹으로 나를 맞이하며 "옷이 너무 귀여워요!"라고 외친다. 그녀의 이런 정겨운 인사치레는 월드 스타와 일반인의 망망대해 같은 거리감을 순식간에 압축시킨다. 만난 지 5분 만에 우리는 단지 '솔로'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우리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짜증 나는 일인지에 대해 격하게 공감하며 수다의 포문을 열었다. "사람들은 제가 지금 남자 친구가 없다고 말하면, 자기가 누군가를 소개해주겠다고 하죠. 그러면 전 꼭 이렇게 얘길 해요.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지금 전혀 외롭지 않을뿐더러, 남자 친구를 찾고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세상에, 그렇게까지 얘기해도 사람들은 전혀 내 말을 받아들이질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솔로인 게 병은 아니잖아요?" 수백만 장의 음반을 팔아치운 저력이 된 바로 그 공감대를 형성하는 '걸 코드'가 그녀에게서 발화되는 순간이다.

(왼쪽) 코스모 코리아 12월호 커버, (오른쪽) 코스모 영국 12월호 커버

"내가 '선수'라고요?"

그렇다. 이른바 팝계의 '선수'라 불리는 테일러 스위프트는 현재 솔로다. 그녀가 '선수'라는 별명을 얻게 된 연유는 데뷔 이후 8년간 4~5명의 (유명한) 남자와 사귀었다는 것인데, 따지고 보면 이는 그 나이 또래 여자의 평균적인 수치보다 적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잘생겼거나 자신과 데이트하고 싶어 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주체성을 버리고 누군가를 만나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하든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어요. 이젠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테일러 스위프트의 새 앨범 <1989>는 이런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음반이다. ('1989'는 그녀가 태어난 해에서 따온 앨범명이자, 여러 의미에서 '장벽을 무너뜨린' 마돈나의 <likeA Prayer>와 같은 1989년의 팝 신을 기리기 위한 제목이기도 하다.) "사실 지난 앨범에서는 제가 겪은 아주 어둡고 슬프고 강렬했던 이별에 대한 곡을 주로 썼어요. 이번 앨범은 그걸 다 지나온 '이후'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답을 깨닫게 된 바로 그때요. 혼자 있는 것이 좋아졌지만 그게 사랑의 상처를 받았거나 슬픔을 이겨내지 못해서가 아니에요. 그저 스스로가 자유롭기 때문인 거죠." 확실히 이번 앨범에서는 지난 앨범에 담긴 '엿 먹어라, 전 남친!' 류의 이별 노래는 찾아볼 수 없지만, '관계'에 대한 곡은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신의 유명한 연애담을 노래한 것이 분명한 곡이 몇몇 눈에 띄기도 했다(적어도 우리의 추측으로는 그렇다!).

"지금 제 상황을 감안할 때, 제가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려면 정말 특별한 상대여야 가능할 거예요." 여기서 그녀가 말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을 받는 것을 말한다. 레스토랑에 들어갈라치면 수십 개의 폰카가 그녀를 향하는 식으로 말이다. 스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그녀는 보안 요원 없이는 혼자 데이트는커녕 집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다. "누군가가 저의 이런 세계 속으로 들어와 연인 관계를 지속하거나 나아가 가정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지금으로선 전혀 모르겠어요. 그저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혼자 지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 같아요." 그래도 로맨스는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연인과의 로맨스가 없다고 하더라도, 제 삶은 충분히 로맨틱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대로의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달을 때마다 그 사실에 매료되고 있거든요."

(드레스)Reem Acra, (귀고리)Jennifer Meyer, (반지)Melinda Marie, Sylva & Cie, Dana Rebecca Designs, EF Collection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우정!

혼자 지내기에는 그녀가 현재 거주하는 뉴욕만큼 좋은 곳도 없다. 14살 때부터 컨트리음악의 본고장인 내슈빌에서 살았던 테일러는(일을 할 때는 비벌리힐스에 머물기도 했지만), 지난 6월 뉴욕에 있는 1250만 달러짜리 펜트하우스로 거처를 옮겼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크리스마스트리 농장에서 엄마와 함께 포도잼을 만들며 자란 시골 소녀에게는 일생일대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뉴욕으로 이사한 건 제가 지금껏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인 것 같아요! 일 년 전쯤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나에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요. 그리고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오래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것, 새로운 장소를 찾아 놀러 다니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었죠." 그러면서 테일러는 자신의 친구들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가장 친한 친구인 모델 칼리 클로스는 테일러의 새집에 자신의 방까지 하나 두고 있을 정도다. 투어를 마치고 여름 내내 쉬는 동안 테일러는 최대한 자신의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저녁을 즐기고 여행을 다니며 '평범한 인간답게' 어울리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와 로드가 함께 선보인 '의자 댄스'는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둘은 너무 정겨운 사이처럼 굴어 만약 실제로 한 프라이빗 파티에서 둘이 한 몸처럼 딱 달라붙어 있는 것을 목격하지 않았더라면, 카메라 앞에서 가식을 떠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로드는 무서울 정도로 똑똑하죠. 그런 로드를 보며 위기감을 느끼는 대신, 그녀가 내 인생의 친구가 되었다는 게 오히려 더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테일러는 학창 시절 충분히 예쁘거나 멋져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래 여학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들은 어린 소녀가 컨트리음악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로 그녀를 놀려댔다. 하지만 이제는 또래의 여성들이 그녀를 가장 신뢰하고 숭배하기에 이르렀다. "나이가 들어 자아에 대해 각성하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져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테일러는 또래 여성들의 변화된 반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녀의 또 다른 친구이자 드라마 <걸스>를 통해 페미니스트 아이콘이 된 레나 던햄을 언급한다. "최근 몇 년에 걸쳐 그녀의 인생관이 저를 변화하게 만들었어요. 그녀는 다른 여성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삶 자체에 아주 열정적인 사람이거든요. 마치 따뜻하고 거대한 '포옹'이 사람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여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각성하다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무슨 대화를 나눌까? "페미니즘이라든지, 남자와 여자를 평가할 때의 불평등한 시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에요. '사랑하고 떠나기를 반복하며 마치 어장 관리를 하듯 여러 명의 여자와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남자에겐 그가 짓궂지만 재미있고 섹시한 남자라고 하면서, 왜 여자가 8년간 4~5명의 남자와 사귈 경우엔 '선수'라는 오명을 씌워 인터넷상에서 12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 그녀를 두고 '걸레'라고 욕하는 글까지 올리는 거지?'라면서 분개하곤 하죠. 남자들의 연애는 비난받지 않아요. 그런데 여자들은 늘 비난의 화살을 맞죠. 그게 현실이랍니다." 예전에는 "페미니스트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말을 돌리곤 했던 테일러는 이제 확신에 차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 엠마 왓슨이 UN에서 양성평등에 관한 연설을 한 후, 테일러는 이렇게 얘기하며 공개적으로 성원을 보낸 바 있다. "내가 12살이었을 때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가 TV에 나와 지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통렬하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바라봅니다. 그랬다면 좀 더 일찍 그 단어의 의미를 깨닫고 저 또한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테일러는 모든 여성, 아니 모든 인류를 돕고 지지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그녀는 크리스마스를 최고의 명절로 친다. 사람들이 이유 없이 너그럽게 베푸는 거의 유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번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하는 테일러 스위프트. "제 남동생은 선물 포장 실력이 정말 엉망이에요. 검정 쓰레기봉투에 선물을 넣어준 적도 있다니까요?" 행복에 겨운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테일러의 선물 포장 실력은? "저는 완벽하게 각을 잡아 포장하고 모든 선물에 각각 다른 리본까지 달아준답니다. 포장에 집착하는 제 모습이 좀 짜증 나나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테일러 스위프트를 마주하면 "절대 그렇지 않아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짜증 날 정도로 모든 면에서 완벽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표현할 줄 아는 그녀를 미워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깨닫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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