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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빚을 지는 이유
리빙센스 | 2012.12.07 10:09
대한민국에서 빚지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빚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열심히 벌어서 저축하고 살아도 결혼 자금은 물론 주거 공간조차 마련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왜 빚을 지고 사는 건지 < 빚지기 전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의 저자이자 재무컨설턴트인 백정선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빚은 누구에게나 부담이고 큰 짐이다. 나 역시 빚을 졌고, 지금도 그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내가 빚을 진 이유는 보증 때문이다. 지인에게 보증을 선 것이 문제가 되어 35억원이라는 빚을 그대로 떠안게 되었으니 억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연히 가족들에게도 피해를 줬고, 어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았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다 살기 위해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빚을 줄이기 위해 5년간 치열하게 살았다. 지금은 다른 이들의 재무 관리를 컨설팅해주고 있으며 이제 빚은 올해 12월이면 모두 갚게 된다. 누구나 빚을 질 수는 있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 부채를 갚아나갈 수 있는지, 애초의 문제점만 정확히 알면 무리하지 않고 빚을 갚아나갈 수 있다.

◆ 빚은 옆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국민의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2012년 현대경제연구소에서 2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이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절반에 가까웠다. 또한 자신이 중산층 또는 고소득층에 올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려 98.1%에 달했다. 최저생활비는 계속 오르는 데 반해 가계 수익은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빈곤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심리적인 문제도 빚을 지는 데 영양을 미친다. 옆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비교 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은 경쟁과 비교가 심한 나라다. 어렸을 때부터 몇 번의 '입시'를 거쳐야 한다.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해야 하고 엄마들은 학원에, 사교육에 열을 올린다. 한글도 잘 모르는 아이들을 1백만원이 훌쩍 넘는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특별히 누구를 지정해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한때 모든 중고생이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었던 것처럼, 내 옆의 사람들을 보며 시작되는 것이다. 여자들이 가장 크게 비교의식을 느끼는 부분은 결혼이다. 누군가 결혼을 하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결혼식은 어디서 해?", "신혼집 동네가 어디야?"다. 남한테 꿀리는 게 싫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얻고 호화 결혼식을 하면서 신혼 초부터 빚을 지는 것이다.

◆ 내적 가치가 사라지는 순간 빚은 늘어난다

내적 가치란 내면의 도덕적 가치를 말하는데, 이런 내적 가치가 사라지면 빚이 늘 수밖에 없다. 일반 직장인 커플을 예로 들어보자. '남들이 하니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최고급 웨딩드레스에 리무진, 호텔 예식 등을 하려고 하면 100% 빚을 질 수밖에 없다. 빚을 지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결혼식에 사용할 금액을 정해놓고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들이 정한 한도 내에서 의식적으로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결혼 비용을 아껴 함께 작은 중고차를 구입한다면 그 커플은 빚을 지지 않는 동시에 차까지 얻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남들과 비교하는 순간 그들은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둘이서 물질이 아니라 마음을 맞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성취해 나가며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비교의식도 필요 없고, 나와 내 가족 스스로가 내적 가치를 정확하게 세워놓고 흔들리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빚지지 않고 살 수 있다.

◆ 빚을 빚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빚을 지게 된다

사람들의 소비가 점차 늘어나게 된 구조적인 이유를 꼽자면 할부와 대출이다. 할부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할부와 대출을 빚이라고 인식하지 못해 마구잡이로 써버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할부, 리스 등을 활용한다. 미국의 경우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다만 신용카드를 잘못 사용하면 자칫 파산에 이른다는 사실을 개인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신용카드 사용 가능 금액이 제한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IMF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학생과 백수에게도 신용카드를 발급해줬다. 이렇듯 사회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했고, 개인들은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되었다.

할부는 돈이 없는 상태에서 다달이 얼마씩 갚아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외상'이다. 따라서 할부를 모두 갚을 때까지는 빚인 셈이다.

친구들이 아이 유모차를 1백만원짜리 산다고 하면, 나도 그 정도 유모차는 사야 한다는 생각에 현금이 20만원밖에 없으면서 1백만원짜리를 할부로 구입한다. 만약 20만원짜리 유모차를 샀다면 현금으로 구입하고 부채 없이 정리되었을 것을 1백만원짜리 유모차 때문에 순식간에 부채가 생긴 것이다.

할부를 부추기는 원인 중 가장 문제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원터치 시스템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복잡한 단계를 거처야 결제를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할부 결제가 가능해졌다. 그러다 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할부라는 빚을 기본으로 안고 있다. 대출도 마찬가지. 사람들이 대출을 가장 많이 하는 이유는 집 때문이다.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언제든지 전셋집을 빼서 갚으면 된다고 생각해 대출을 받지만 이것도 모두 옛말이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보유자산 가치가 상승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더라도 집값이 오르니까 그 돈으로 대출금을 값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집값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금은 고사하고 이자를 갚을 능력조차 되지 않아 '하우스 푸어'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결국 빚이 빚인지도 모른 채 빚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좋다 하는 보험을 다 들어놓는 것도 빚의 원인이 된다. 내게 어떤 보험이 필요한지 따져보지도 않은 채 남들이 좋다고 하는 보험만 따르다가 비싼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빚을 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는 40~50대가 되어 '그때는 사는 게 너무 바빠 노후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변명을 하는 것이다. 보험은 실손 보험과 정기 보험만 있어도 된다. 이럴 경우 보험료는 한 달에 10만원이면 충분하다. 그 나머지 돈은 노후를 위해 적금을 들면 현재나 미래에나 빚을 지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빚을 지는 건 잘못된 사회 구조의 문제가 큽니다. 그렇다고 넋 놓고 따라가면 안 되죠. 무엇보다 내적 가치를 키우고 신용카드의 즐거움 대신 마음의 가치를 즐기세요. 차근차근 빚을 줄여나가되 애초에 빚을 지지 않도록 노력하는게 중요합니다.

◆ 빚지는 것도 갚는 것도 순서가 있다

신혼집을 얻기 위한 전세자금 대출이나 학자금 대출 등 어쩔 수 없이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과연 몇 퍼센트까지 빚을 져도 되는지 알아봐야 한다. 먼저 전세자금 대출은 전세금의 30% 이내에서 대출을 받고, 자신의 소득을 감안해야 한다. 전세금의 30% 이내이면서 원리금을 기준으로 월 소득의 20% 수준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 25%를 초과하면 가계 부담이 커진다. 그 다음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서 막아야 한다. 결혼식 비용, 유아용품, 자동차 할부금 등은 선택의 문제다. 일단 꼭 지출해야 하는 항목과 잠시 내려놓아도 되는 것을 분류한 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빚을 갚을 때도 순서를 정리해야 한다. 신용카드 할부금이나 마이너스 통장 등 단기 부채부터 정리하는데, 정리 기한을 정하는 것이 좋다. 일단 빚에 대한 구분부터 해야 하는데 통제 가능한 빚인지, 통제 불가능한 빚인지를 나눠 통제 가능하다면 대출 이자가 높은 것부터 상환한다. 그중에서도 단기 부채부터 상환하고 나머지도 우선순위를 정해 계획적으로 갚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빚을 빠르게 갚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 빚을 안고 있지 말고 풀어놓자

우선 생활수준을 완전히 낮춰야 한다. 지금 자존심을 버리면 그 자존심은 나중에 분명히 회복된다. 그리고 빚은 혼자 해결하기엔 벅찬 일이다.

가족들에게 상황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도록 한다. 가족들에게 자존심을 버린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빚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족이 모두 위기를 인지하고 공유해야만 생활 패턴을 바꿔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고, 처분 가능한 자산을 정리해서 빚을 갚아나갈 수 있다. 이때 단기 부채라면 가족이 함께 갚아 나가면 되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부채라면 가족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자칫 모두가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은 빚은 생활비 통장, 저축과 투자 통장, 저수지 통장(비상금 통장) 등으로 나눠서 관리하며 지출을 통제해 빚을 갚고, 동시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내적 가치를 굳건히 다지고 충족시켜야 한다.

 

 

진행:박미란 기자 | 사진:강민구(이미지), 최혜정(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