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기 못펴는' 일본 화장품, 가격 인하에 사업 정리까지
[머니투데이 안정준기자][일본산 화장품 수입액 4년 연속 감소 확실시…제품 경쟁력도 떨어져]
일본산 화장품이 국내시장에서 4년 연속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엔화 약세로 판매 증대와 수익 개선을 기대했지만 일본산 브랜드의 국내 수입액은 4년 연속 감소가 확실시되고 있다. 일본 화장품 원료의 방사능 오염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데다 제품 경쟁력 자체도 예전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8일 관련업계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일본산 화장품 수입액은 2억1500만 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보다 약 9.2% 줄어든 규모다.
일본산 화장품 수입액은 2010년에 전년보다 20.6% 증가한 것을 마지막으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연 평균 8.1%씩 매년 줄었다.
올해는 엔화 약세로 일본산 브랜드의 판촉에 유리한 여건이 형성됐지만 수입액 둔화 행진을 잡진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화 환율 기준 수입액이 엔화 가치 절하 때문에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일본산 브랜드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수입제품 전체 중량이 전년보다 10% 이상 줄어든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각 브랜드의 유통채널별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년전만 해도 면세점 선두권 브랜드였던 SK-Ⅱ는 올해 롯데면세점 판매량 10위권에 겨우 턱걸이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채널에서도 일본산 브랜드 판매 부진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산 브랜드의 국내법인 매출 역시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한국시세이도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643억원으로 2011년에 비해 10.8%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사업을 아예 정리하거나 사업 규모를 줄이는 브랜드도 나온다. 오르비스는 한국 진출 13년 만인 내년 2월 국내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DHC는 지난해 직영 매장을 정리하고 공식 온라인몰과 CJ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에서만 판매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축소했다.
SK-Ⅱ는 '가격인하'로 부진 만회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 면세점 판매가를 평균 2.6% 내린 SK-Ⅱ는 다음 달 1일부터 가격을 또 4~5% 인하할 예정이다. 엔화 절하 분을 반영했다는 것이 SK-Ⅱ의 입장이지만, 과거 '잘 팔리던 시절' 가격인하에 인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일본산 브랜드의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브랜드의 부진은 표면적으로 일본 화장품 원료의 방사능 오염 우려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막대한 R&D 투자를 배경으로 쏟아져 나오던 혁신적 일본산 제품의 명맥이 끊겼다는 점이 보다 본질적인 원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안정준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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