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배우 박선영 결혼 5년 차 보고서

입력 2014. 11. 27. 09:40 수정 2014. 11. 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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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눈매도, 환한 웃음도 그대로였다. 1년 6개월이라는 공백을 깨고 컴백하는 배우 박선영 얘기다. 오롯이 한 남자의 아내로 살면서 사랑 에너지를 한껏 충전해온 그녀를 만났다.

반가웠다. 외교관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그녀는 안방극장을 종횡무진 누비던 여배우였다. 거의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줄기차게 작품 활동을 해오던 그녀가 훌쩍 떠났다가 오랜만에 돌아와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결혼 생활 5년 차로, 이제는 어느덧 살림꾼이 된 그녀는 우리가 기억하는 해맑은 모습 그대로였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까르르 웃다가도 카메라 렌즈가 그녀를 향하면 오롯이 여배우가 된다. 스무 살 무렵부터 줄곧 여배우로 살아온 그녀의 내공이었다. "자, 시작해볼까요?" 박선영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어제는 드라마 타이틀 촬영차 제주에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현장에 나가보니 반가운 얼굴이 많더라고요. 친구들이라면 '이야, 오랜만이야'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원래 흩어졌다 다시 모여서 작업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성인이 되고 난 뒤 줄곧 배우로 살아서인지 어색함 같은 건 안 느껴졌어요"

그녀는 새롭게 시작하는 SBS 아침드라마 <폭풍의 여자>에서 주인공 한정임 역을 맡았다. 전작 <미친 사랑> 이후 1년 6개월 만에 선택한 컴백작이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로 평범한 행복을 꿈꾸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딸이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겪어보지 않은 것을 연기하는 건 상상력을 많이 동원해야 해요. 하지만 그런 일을 겪어보지 않아도 연기를 할 수 있는 건 삶의 연륜이 있기 때문이죠. 저는 결혼을 하고 나서 경험치가 쌓였어요. 삶이 더 깊어지고 넓어졌죠. 결혼을 앞뒀을 땐 '내가 과연 한 남자의 아내로 잘 살 수 있을까?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무엇이든 하면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하는 타입이라 결혼할 때도 많이 망설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결혼해보니 사람이 꼭 완벽하게 준비되어야만 결혼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살면서 배우고, 느끼는 거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박선영은 7년간의 열애 끝에 지난 2010년 5월 결혼했다. 연애 기간이 긴 편이라 중간 중간 결혼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외교관 남편과의 결혼은 베테랑 여배우인 그녀에게도 인생의 큰 전환점인지라 고민이 많았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해외에서 지내야 하는 일이 많아 그녀가 배우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막연히 두려웠어요. 단순히 다른 나라로 여행 가는 것이 아니고 아예 제 삶을 송두리째 옮겨가는 거니까요. 그런데 막상 가서 지내보니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친구들이 많이 없으니 남편이 제일 좋은 친구가 돼줬고, 그러면서 부부 사이가 돈독해진 것 같아요.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서로 더 챙기게 됐고요."박선영의 달달한 신혼 생활이 우연찮게 공개된 적도 있다. 남편과 함께 미국 프로농구 NBA 경기를 관람하러 갔다가 미국의 중계방송 카메라에 포착된 것. 박선영을 알아본 누리꾼들이 이 장면을 캡처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고, 이것이 기사화되면서 그녀의 미국 생활이 화제가 됐다.

"미국에선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는 일이 좀 덜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잘 알아보시는 거예요. 그래서 더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속도제한을 꼭 지키고, 교통 법규도 훨씬 잘 지키죠." 남편의 직업 덕에 외국 생활을 할 수 있어 좋겠다며 부러워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막상 겪어보면 이만큼 힘든 직업도 없다는 것이 그녀의 속내다. 외국에 나가 2~3년 정도 지나 조금 지낼 만하다 싶으면 또다시 한국에 들어와야 하고, 국내 생활에 익숙해졌다 싶으면 또다시 외국으로 나가서 일해야만 한다. "시부모님도 외교관 부부셨어요. 그래서 저희 부부를 가장 잘 이해해주시죠. 저희 내외에게도 힘든 일은 잘 시키지 않으려고 배려해주세요. 보통 며느리들은 명절이 제일 힘들다고 하는데, 저희 시댁 어른들은 서구식 문화에 익숙하셔서 그런지 스트레스를 전혀 안 주세요. 오히려 제가 일하는 것도 응원해주시죠."

성인이 되자마자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녀에게 살림도 쉽지만은 않았을 터. 결혼 전엔 요리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외국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살림꾼이 됐다.더구나 외교관들은 서로 집으로 초대해 식사하는 일이 많아 요리 실력이 많이 늘었다. 30대 후반이지만 여전히 동안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는 활동을 쉬는 동안에도 꾸준히 운동을 했다. "나이가 드니까 운동을 안 하면 살이 많이 찌더라고요. 요즘은 유튜브를 보면서 근력 운동 같은 걸 하루에 30분씩 따라 하곤 했어요. 시간 날 땐 남편과 함께 짐(GYM)에 가서 트레드밀 같은 것도 걸었고요. 사실 저 성형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요즘은 '뭐라도 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적지 않은 나이에 금슬 좋은 부부이니 2세 계획이 없는지 궁금했다. "사실 미국에서 아기를 가져볼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가족이 한 사람 더 생긴다는 건 또 한 번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잖아요. '내가 생명을 낳아서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게 돼요. 제가 그런 걱정을 하면 다들 이렇게 말해요. '넌 결혼 전에도 아내로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잘하고 있잖아. 아기를 낳는 일도 똑같아.' 요즘은 아이들을 보면 참 예뻐요. 남편과 둘이 있는 시간도 좋지만 이제 조금은 용기를 내보려고요."

한 남자의 아내로 살면서 일에 대한 그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미국 생활 중에도 <밀회>는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본 드라마다. "배우들의 최종 목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박선영이 나오는 드라마는 믿을 만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배우로 오래도록 인정받을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남편의 사랑 에너지로 가득 찬 박선영은 한층 성숙된 연기로 이제 곧 다시 도약할 예정이다.

기획_하은정 기자 | 취재_정희순 기자 | 사진_덕화 | 스타일리스트_이윤미 | 헤어_이현(제니하우스 올리브점) | 메이크업_오윤희(제니하우스 올리브점) | 의상협찬_봄빅스엠무어, 랑방 컬렉션, DKNY, 제이에스티나, ck주얼리, 캐롤리나헤레나, 타임, 조셉, 꼼뜨와데꼬또니에, 아이잗컬렉션 | 장소협찬_페퍼민트 스튜디오(종로 평창점, 02-747-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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