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킴과 흥얼거리던 인터뷰

2014. 11. 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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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제 막 정규 2집을 발매한 '신성'이다. '재벌 2세'나 '엄친아'란 수식어에도 굴하지 않고 덤덤히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가는 로이킴과 하루를 함께했다

컴백 첫 무대를 버스킹으로 시작한 것이 인상 깊었다.

팬들과 가까이에 마주 앉아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데뷔하고 나니 거리에서 공연한다는 게 여러 가지 사정상 쉽지 않은데 나만의 전통을 유지하고 싶은 이유가 컸다. 방송은 노래만 부르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라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한다. 또 자료 화면으로 남을 수 있다 보니 '잘 나와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링처럼 신경 쓸 것이 많다. 반면 버스킹은 내 팬 이외에도 지나가다 서서 즐기는 사람들도 섞여 있기 때문에 사람들과 호흡하는 맛도 재밌다.

타이틀곡 '홈'은 어떤 노래인지?

사람들은 각자 힘들다 보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고 느낀다. 다른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은 헤아리지 못하지만, 반면에 가족은 '힘들지?' 하며 공감해준다. 사람들이 '홈'을 들으며 가족이나 집과 같은 푸근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래를 들으며 각자의 '홈'을 찾았으면 좋겠다.

감미로운 발라드 왕자지만 실제로 보니 거친 감성이 느껴진다.

실제 성격이나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 그렇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노래만 좋아하지는 않는다. 1집 땐 감미로운 노래에 맞춰 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내가 봐도 오글거렸다. 2집 앨범은 파격적인 변신을 한 것은 아니지만 타이틀곡 '홈'을 비롯해 다른 시도를 하려고 노력했다. 가성보다는 진성을 많이 사용했고. 웅장한 느낌이 들도록 작업했다. '날 사랑한다면'이란 곡도 안타까운 사랑 얘기지만 예쁘게 부르기보다 좀 더 경쾌한 리듬으로 담담하게 감정을 표현했다.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은 동료, 선후배가 있다면?

친하게 지내는 '짙은'이란 형과 작업을 하고 싶다. 그 형의 어쿠스틱 장르도 좋아하고 또 노랫말이 굉장히 철학적이라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바가 많다.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EDM(Electronic Dance Music)을 추구하는 그룹 글렌체크나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와도 하면 좋을 것 같다. 존경하는 이소라 선배님과도 함께 무대를 할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다.

데뷔한 지 2년이다. 설마 아직도 무대 위에서 떨리는지?

매번 떨린다. 그럴 때마다 '팬들이 떠는 모습을 보려고 온 게 아닌데'란 생각을 하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 '까짓것, 가자!'라고 큰소리치고 올라간다.

명문 조지타운대학교에서 다섯 과목 올 A를 받았던데 공부 비법을 알려달라.

비법까진 아니고 요령을 좀 얘기하자면, 교수님 중에 점수가 후한 분 위주로 수업을 들었고, 시험 유형을 익히기 위해 먼저 수강한 선배들을 찾아다녔다. 공부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은 시간을 투자해 최고 효율을 얻는 것이 나의 꼼수다.(웃음)

음악과 학업을 계속 병행할 생각인지?

음악만 했다면 음악을 한다는 사실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음악 활동을 하지 않는 공백 기간도 중요하다. 그 공백기 동안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대에 대한 갈망이 생기고 팬들의 소중함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내 팬들은 아티스트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편이라 좋다.

학교에서 미국 친구들의 반응을 느낄 때가 있는지?

전혀! 단벌신사라 친구들이 질려하는 편이다.

한국 음식이 매번 그리웠을 것 같다.

그냥 집밥? 어머니가 해주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에 따뜻한 흰쌀밥이 먹고 싶었다. 귀국한 후에 어머니가 자주 해주셔서 지금은 당연한 듯 먹고 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그리울 것 같다.

1_광장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데뷔 때부터 즐겨했던 '버스킹(Busking)'이라서 그런지 차분히 마이크 음량을 조절하고 기타도 체크한다. 2집 앨범을 발표하는 첫 무대, 자,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2_빛바랜 회색 데님 팬츠에 민무늬 티셔츠를 입은 그가 검은색 승합자동차에서 내린다. 보물 1호인 기타를 양 어깨에 멘 채 광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거리 공연이 있는 날, 로이킴은 설레인다.

3_첫 곡은 데미안 라이스의 'Volcano'로 오늘날 그를 있게 해준 곡. 파워풀한 라이브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봄봄봄'을 부르던 중간 휘파람을 불기도 한다. 여세를 몰아 2집 타이틀곡 '홈'을 공개한 후 깜짝 거리공연을 마무리했다.

4_인터뷰가 끝난 시간은 오후 9시 10분."수고하셨습니다!" 또다른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차에 오른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보다 더 성실하고 음악을 위해 고민할 줄 아는 청년,로이킴의 하루는 그렇게 끝났다.

스물둘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을 것 같다

입학해서 한 달 정도 혼자 산 적이 있는데 외로워서 못 살겠더라. 그래서 형들 넷이 사는 기숙사로 옮겨 거실의 소파에서 산 지 8개월째다. 난 사람들에게 들이대고 친밀감을 나타내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모두 친해져 날 방에 떠다니는 흔한 '공기' 정도로 생각들 한다.(웃음) 형들과 저녁 때마다 '위닝 일레븐' 게임을 하고, 매주 목요일에는 한인들과 모여 축구를 하고. 또 같이 밥 먹고 학교를 다닌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사는 것이 좋다.

tvN 예능 <오늘부터 출근>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던데 느낀 점이 있는지?

'세상에는 쉬운 게 없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다들 좋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건데 막상 회사를 들어가면 학창 시절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밤새우며 또 다른 인생 고민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각자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아 시간 활용을 잘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이 나의 업이 됐다는 점에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예능에도 잘 어울리는 캐릭터다.

거부감은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어리바리하거나 허둥지둥할 때 모습이 평소의 모습과 비슷하다. 팬들이 생각하는 나의 음악적 이미지를 깰 수 있어 더 좋다. 중요한 것은 중심이 음악이고 다른 활동 때문에 그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나갈 수만 있다면 다른 활동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가족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부모 중에 누구를 더 닮았나?

노래 실력은 어머니를 닮은 것 같다. 나도 잘 몰랐다가 (가수가 된 후) 가족이 다 함께 노래방에 갔는데 어머니 실력이 흡사 가수 수준이기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외모는 사람들이 내가 구부정하게 걷는 뒷모습이 아버지를 꼭 닮았다고 한다. 일찍 돌아가신 외조부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내가 외조부와 판박이라고도 하고. 말하다 보니 대부분 외탁한 것 같다. 이대로 나가면 아버지가 서운해하실지도 모르겠다.(웃음)

'재벌 2세' '엄친아' 이미지를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집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항상 감사하며 살아왔지만 분명한 것은 재벌이라고 불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만들어진 이미지들이 내가 연예인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지금은 오히려 음악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돼버렸다. 앞으로 그런 이미지 없이도 음악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그것이 평생의 숙제가 될지도 모른다. 조바심을 내지않고 묵묵히 나만의 음악을 할 생각이다.

취재_이충섭 객원기자 | 사진_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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