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의 찬란하게 빛나던 순간

입력 2014. 10. 17. 17:43 수정 2014. 10. 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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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이 여왕이 되던 날, 대한민국은 환호했고 손연재는 눈물을 흘렸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에 만족하지 않고 모두가 인정하는 '프로'가 되기 위해 홀로 헤쳐왔던 시간을 뒤로한 채, 가장 찬란하게 빛나던 순간의 손연재를 만났다.

드레스 아틀리에쿠. 재킷 샤넬. 목걸이, 팔찌 모두 제이에스티나.

늦었지만 정말 축하해요!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쉬는 와중에도 엄청나게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모두가 응원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엔 학교도 다니고, 이런 촬영이나 인터뷰 등 한국에서의 일정도 소화하고, 가끔 쉬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지금까지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홀로 갈아치워 왔어요. 리듬체조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5세의 손연재는 어떻게 체조를 시작할 생각을 했을까요?

정말 우연이었어요. 집 근처에서 리듬체조 어린이 교실이 열렸는데, 첫 수업에 참여한 몇 명 안 되는 어린이 중 한 명이 저였거든요. 그렇게 시작해 리듬체조팀이 있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계속하게 된 거예요. 사실 어떻게 보면 잘 알지 못하고 시작한 거죠. 어린 나이였는데도 제가 흥미를 느끼고 계속하고 싶어 했고, 부모님께서 성심껏 지지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크롭 톱, 데님 오버올 원피스 모두 샤넬. 목걸이, 반지 제이에스티나.

우연이 금메달리스트를 만들었네요! '메달'이라곤 받아볼 일이 없는 사람으로서, 금메달이 목에 걸리는 순간 어떤 기분일지 정말 궁금해요.

솔직히 믿기지 않았어요. 왠지 내일 다시 경기를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거든요.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매일매일 경기하던 게 습관이 돼서 그랬던 것 같아요.

터키 이즈미르 세계선수권 대회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종목 선수로서 세계선수권은 올림픽만큼이나 중요한 무대이지 않나요?

맞아요. 그래서 이번 동메달이 저한테는 굉장히 뜻깊었어요. 시니어 데뷔를 하고 여태까지 세계선수권 메달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더 간절했던 것 같아요. 물론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가장 기쁜 일이지만, 세계선수권 후프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것도 저의 리듬체조 인생에서는 정말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드레스, 재킷, 장갑 모두 샤넬. 양말,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모두가 손연재의 올해 경기 장면을 보며 "발전이 눈에 보인다",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라고 평가했어요. 문외한인 제가 봐도 뭔가 '확신'을 갖고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꾸준한 성장도 성장이지만, 계단을 성큼 올라서듯 자신을 한 단계 넘어섰달까요?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었나요?

저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어떻게 보면 제 리듬체조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였어요. 잘해야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강도 높은 훈련이나 힘든 상황을 의지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좀 더 연습하고, 더 열심히 하다 보니까 자신감도 점점 생기고, 결과적으로 경기력이 훨씬 더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러시아에서의 전지훈련이 실력 향상에 가장 큰 기여를 했겠죠?

네. 한국에서는 전문 코치를 찾기도 힘들고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훈련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러시아는 리듬체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좋고 수준도 높아요. 잘 짜인 시스템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같이 수준이 높아지는 부분이 분명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재킷, 스커트, 블라우스 모두 샤넬. 귀고리 제이에스티나. 블랙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지만 타고난 신체 조건부터 다른 '러시아 언니들'과 함께 훈련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들 것도 같아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그럴 때가 정말 많아요.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난 체형에서부터 차이가 나거든요. 가끔 속상할 때도 있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선수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제가 가지고 있기도 하니까 그런 면을 발전시켜나가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올 시즌에만 10개 이상의 국내외 대회에 참가했어요. 게다가 이번 아시안게임은 세계선수권 직후에 열려 더 힘들었을 텐데,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이번 경기는 정말 체력 관리 차원을 떠난 문제였어요. 어떤 선수가 정신력으로 더 잘 버텨내느냐가 관건이었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똑같은 조건에 놓였기 때문에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모든 선수가 힘들어 보였거든요. 그렇게 힘든데도 잘 버텨내는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고 생각해, 좀 더 강한 마음을 가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경기할 땐 체력적으로 힘든 게 크지만, 러시아에 머물 때는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혼자 싸워야 한다는 게 더 힘겨울 것 같아요. 그 외로운 투쟁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다고 생각하나요?

혼자 있어서 힘든 점은 너무너무 많아요. 하지만 혼자 있었기 때문에 강해진 부분도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같이 있었다면 자꾸 의지하게 되고 그랬을 텐데,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받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버릇이 생기다 보니까, 더 강인한 정신력을 기를 수 있게 된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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