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내로서의 고소영

2014. 7. 2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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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입고 먹고 마시든지 모두 트렌드가 되는 전설의 아이콘. 장동건과 세기의 결혼 이후 '한국의 브란젤리나' 커플로 불리며 매 순간 화제를 모은다. 네 살짜리 아들에 이어 지난 2월엔 둘째 딸까지 태어나 그녀의 삶은 더욱 충만해지고 있다. 출산 후 불과 두 달 만에 여신처럼 완벽한 몸매를 되찾은 고소영을 런던에서 만났다. 남편을 '우리 신랑'이라 부르는 사랑스러운 아내, 두 아이의 지혜로운 엄마, 차기작을 준비하는 여배우로서의 고소영과 삶의 한 모멘트를 잠시 공유해 본다.

고소영의 여신 같은 보디를 조각해 주는 듯한 파우더리 페일 핑크 컬러의 오프 숄더 시폰 드레이핑 이브닝 드레스는 Ralph Lauren Collection.

페일 그레이 페더 베스트와 크리스털 드롭 이어링은 모두 Ralph Lauren Collection.

아이보리 컬러의 원 숄더 비대칭 크레이프 드레스와 웜 그레이 스웨이드 사이하이 부츠는 모두 Ralph Lauren Collection.

고소영의 우아한 실루엣의 몸매를 돋보이게 해주는 페일 핑크 컬러의 오프 숄더 실크 이브닝드레스와 이어링은 Ralph Lauren Collection.

풍성한 볼륨감의 그레이 페더 재킷과 도브 그레이 실크 시폰에 비즈와 크리스털 장식이 더해진 개더 드레이핑 스커트 라인을 덧댄 빈티지 무드의 이브닝 드레스, 스웨이드 부츠는 모두 Ralph Lauren Collection.

클래식한 테일러링 수트를 변형시킨 점프 수트와 지퍼를 내려 슬라우치 부츠처럼 연출한 스웨이드 부츠는 모두 Ralph Lauren Collection.

페일 피치 핑크 페더 베스트와 오트밀 베이지 컬러의 니렝스 드레스는 모두 Ralph LaurenCollection.

런던 근교 베닝턴(Bennington)의 낡은 고성에서 촬영하며, 그녀는 이 아담한 성의 정원에 매료된 듯했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이나 꽃들이 예전보다 예뻐 보이는 것 같아요. 옛날엔 누가 꽃 사주면 '이런 건 낭비'라며 타박했는데, 요즘엔 오히려 꽃 좀 사달라고 그런다니까요." 이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결혼 발표 직전이던 2009년 가을, 장동건과의 깜짝 결혼 발표 시점을 계산해 보면 그녀와 파리에서 촬영할 때 장동건과 한창 열애 중이었고, 프러포즈도 받았을 무렵이라 구체적인 결혼 계획도 세웠을 터. 하지만, 정작 그날 촬영에 함께했던 스태프들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전화통화와 문자는 '누군가'와 정말 많이 나누었고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는 게 곁에서 지켜봤던 스태프들의 후일담. 서울로 돌아온 후 고소영의 화보가 릴리즈되자마자 두 사람은 서프라이즈 결혼 발표를 했고, 우리 화보는 돌연 '웨딩 화보'라는 타이틀로 '본의 아니게'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 엘르 > 사무실은 각종 매체들로부터 걸려오는 문의 전화로 거의 마비 상태였다. 방송기자와 작가들, 각종 연예 매체들은 담당 에디터였던 내게 '알고 있었나?'를 물었고, 대답은 한결같을 수밖에 없었다. '노 코멘트(사실, 정말 몰랐다!).' 그때 같이 있었던 스태프들도 모두 몰랐던 걸까? "신랑이랑 그때 전화통화나 문자는 많이 했지만 둘이 사귄다는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죠. 촬영 끝난 후, 파리에서 마지막 날이었나? 그때 매니저에게만 살짝 귀띔해 주었어요. 귀국 후 머지않아 발표할 거라 그가 알아야 했으니까."

< 엘르 > 커버 촬영을 한 다음 날, 고소영랄프 로렌패밀리와 윌리엄 왕자(HRH The Duke of Cambridge)가 주최하는 특별한 갈라 디너에 초대됐다. 유럽 최대 규모의 암 연구 재단인 로열 마스덴(Royal Marsden)이 전 세계 셀러브리티들을 초대, 암 연구 개발을 위한 기금 모금을 위한 자선 디너를 윈저 캐슬에서 연 것. 케이트 모스, 케이트 블란쳇, 엠마 와슨, 베네딕트 컴버배치, 장쯔이, 카라 델레바인등 세계적인 셀러브리티 중에서 고소영은 한국을 대표해서 참석했다. 왕실이 주최하는 파티다 보니, 드레스 코드는 당연히 블랙 타이. 무엇보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거처하는 성이라 입구부터 철통 보안이었다. 초대장뿐 아니라 여권, 거주지 증명 등 몇 차례의 ID 체크를 거친 후에야 입장이 가능했다.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서 코트 룸에 핸드폰을 맡겨야 할 만큼 내부 촬영도 엄격히 금지됐다. 클러치백을 제외한 모든 물품은 보관 컨시어지에 맡겨야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난관이 있었는데, 고소영은 둘째 윤설의 모유 수유를 위해 일정 간격을 두고 축유를 해야 한다는 것. 그녀가 파티 전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대목은 가장 아름다운 셀럽이 되기 위해 화려하게 드레스업하는 것보다 모유 수유를 위한 축유기 반입이 가능하냐는 점이었다. 다행히 유방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후원해 오고 있는 랄프 로렌이 주최하는 행사다 보니 축유기 반입은 허용됐고, 셀럽들과 인사와 기념 촬영을 끝낸 직후 그녀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당당히 수행해 낼 수 있었다. 그것도 윈저 캐슬에서! 역시 엄마는 여자보다 강하고, 이 순간 윤설이 엄마 고소영은 윈저 캐슬의 그 어떤 왕족 여인이나 셀러브리티보다 강하고 아름다웠다.

디너 연회장으로 향하던 길, 그녀 곁을 지나던 장쯔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소영 씨 반가워요. 이렇게 인사를 나누게 되네요. 당신 남편과 함께 영화 촬영을 했었죠." 허진호감독의 영화 < 위험한 관계 > 에서 장동건과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장쯔이는 고소영에게 둘째 출산 축하 인사와 함께 컨디션은 괜찮은지 세심하게 안부를 물었고, 고소영도 상냥하게 대답했다. 두 사람은 휴대폰을 입구에 맡기기 직전에 함께 셀피 촬영을 하기도 했다. 장쯔이뿐 아니라 일본 배우 제시카 미치바타등이 자신의 근황을 너무 잘 알고 안부를 묻는 것을 고소영은 신기해했다. "사실 전 한류 스타는 아니잖아요. 요즘 활동도 많이 안 하고요. 조금 놀라웠던 건, 윈저 캐슬에 오는 동안 차멀미 한 걸 어디서 들었는지 컨디션 괜찮은지 계속 묻는가 하면, 둘째 아이 낳은 지 두 달밖에 안 됐다는 것도 알고 있고, 아기를 데려왔는지도 궁금해 하더라고요. '둘째는 얼마나 귀여울까!' 이러면서 제 근황을 물어봐 주는 게 고맙고 신기했어요. 단순히 저를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고 근황이나 상황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컨디션보다 이제 작품으로 얘기 나눌 때가 머지않았겠죠?"라고 하자 그녀는 두 번의 긍정 신호를 보냈다. 아주 강하고 경쾌하게. "해야죠, 해야죠(웃음). 지금은 사실 작품이라는 게… 아시겠지만, 제 또래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영화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연륜이 쌓여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을 텐데, 그런 기회는 많지 않고, 그런 시나리오 개발도 많이 안 되니까. 그래서 아예 제가 하고 싶은 영화를 기획 단계부터 완성도 있게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 배우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을 테니까. 지금 한창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 말에는 작품 들어가려고 스스로 많이 채찍질하고 있어요(웃음)."

윈저 캐슬에서의 갈라 디너는 밤 11시가 넘도록 이어졌고, 디너에서 홀짝였던 샴페인과 레드 와인이 뒤섞이면서 적당한 취기와 노곤한 피로감이 두 사람 모두에게 녹아든 가운데, 호텔로 돌아오는 리무진에서 그녀는 간간이 남편에 관해, 육아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이 소소한 대화는 몰려드는 피로감으로 길게 이어지지 못했고, 우린 내일 오전, 산뜻한 브런치 타임에 다시 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튿날, 런던 소호 부근의 허름하지만 깔끔한 일본 라멘집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돈부리, 라멘 등 비록 한식은 아니지만 국물 있고 밥이 있어 친숙한 음식들을 음미하며, 마치 분식집에 모인 여자들처럼 편안한 식사와 인터뷰를 한 숟갈씩 나눴다. 조각조각 이어지는 여배우, 여자, 두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고소영과 계속 이어진 잔여 수다의 기록.

어제 차기작에 관해 잠깐 얘기를 나눴죠. 그럼 차기작은 영화가 먼저인가요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일단은 영화겠죠. 하지만 좋은 작품 있으면 드라마든 영화든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기는 해요. 예전에는 활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일을 했다면, 지금은 저한테 잘 맞는 작품을 하고 싶고, 하나를 하더라도 완벽하게 준비해서 하고 싶어요. 근데 영화도 요즘 우리 신랑 촬영하는 거 보니까, 예전에는 그래도 일정에 여유가 있었는데 요즘은 시스템이 많이 타이트하게 바뀌었더라고요. 드라마의 경우도 정말 두세 달 사전제작 들어가면 석 달 반에서 넉 달 반까지는 집에 거의 못 들어오더군요. 신랑이 드라마 촬영을 할 땐 거의 얼굴을 못 봤어요. 모두들 자고 있을 때 들어와서 다음 날 일찍 씻고 나가야 하니까.

아이들 키우는 것과 작품 모두 완벽하게 한다는 것,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엄마들 보면 캥거루처럼 아이를 키우잖아요. 다 크도록 품에 안고 말이죠. 반면에 외국 엄마들은 비교적 아이들을 드라이하게 키우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아이 갖기 전엔 그렇게 드라이하게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낳아보니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조금 더 드라이해질 필요가 있는데 정서적으로 아직까진 그러질 못하겠어요. 물론 큰아이 유치원 가고 둘째 낳고 나니 조금 여유가 생겼어요. 그래도 쉽진 않죠. 사회적인 정서도 여배우라면 예쁘게 '보여주는 것'에 치중해 있고. 액션영화가 붐이면 다 액션 하고, 사극이 붐이다 하면 다 사극하는 그런 분위기고. 우리 또래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줄어들고. 그건 숙제인 것 같아요. 그래도 최근 김희애선배님이 파격적인 역할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면 응원해 주고 싶어요. 주부들이 대리만족할 수 있는 그런 층이 분명 있는데 말이죠.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장동건 씨의 최근 영화 < 우는 남자 > 를 위한 특별한 내조가 있었다면

항상 작품 할 때 시나리오 같이 봐줘요. 그리고 어떨 것 같은지 얘기해 주죠. 배우 대 배우가 아니라 아내로서. 동건 씨는 사실 그런 거 굉장히 하고 싶어 해요. 조니 뎁이 캐리비안 시리즈를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출연했듯이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 그런데 동건 씨가 지금까지 해왔던 영화는 아이는 볼 수 없는 영화가 대부분이잖아요. 드라마도 마찬가지고. 간혹 TV에서 < 신사의 품격 > 재방송하는 것도 아이랑 같이 볼 수 없어요. 심지어 < 우는 남자 > 에선 킬러로 나오고요. 준혁이에게 아빠가 피 묻히고 나오는 분장 사진을 보여줬더니, 너무 놀라면서 "아빠 많이 아파?"라고 묻는 거예요. "아냐, 가짜 피야. 분장한 거야"라고 얘기해 주죠. 지금 아빠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어렴풋이 이해하는 것 같아요. "가짜지? 아픈 척하는 거지?" 이러면서. 얼마 전에 신랑도 그런 인터뷰를 했던데 배우와 한 집안의 가장 사이에서 딜레마가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고독한 킬러 역할도 하고 싶지만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도 하고 싶다는…. 요즘은 < 런닝맨 > 나오면 최고라며 '런닝맨에 나갈까?'라고 하더라니까(웃음). 얼마 전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데 일곱 살짜리 꼬마가 오더니, "아저씨, 아저씨는 어디에 나오는 사람이에요?" 하고 묻더래요(웃음). 그렇다고 '아저씨는 말이야, 이런 데 나왔고….' 뭐 이렇게 애를 앞에 두고 설명할 수도 없고 해서 당황하고 있는데, "네? 네? 어디 나오셨냐고요." 라며 계속 물어보더래요(웃음). 사실 이런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요? '이제 사람들이 나를 못 알아보네'라는 생각에 쫓기면서 일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냥 나이에 맞게. 자연스럽게….

장동건 씨는 고소영 씨의 활동을 디테일하게 모니터링해 주고 조언해 주나요

저보다 훨씬 더 많이 해주는 것 같아요. 자상하고 관심 있어서라기보다 불안해서랄까(웃음)? 혹시 사고칠까 봐. 내가 사고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나 봐요(웃음). 외국에 나가서도 저는 밖에 혼자 잘 돌아다니거든요. 혼자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하면, 혼자 어딜 가냐며 계속 불안해하는 거예요. 어제도 윈저 캐슬 가기 전에 통화했는데 "자기야, 내 휴대폰 캐슬 입구에서 맡겨야 한대"라고 했더니 너무 불안해 하는 거예요. 디너 끝나고 피곤해서 문자 안 남기고 그냥 잤더니, 전화 좀 하거나 문자라도 남겨놓지 대체 어떻게 된 거냐며 엄청 걱정하는 거예요. 뭐가 되긴 어떻게 돼, 그냥 돌아와서 너무 피곤해 잤는데(웃음)! 모니터링은 진짜 꼼꼼히 잘해줘요. 솔직히 저는 아이들 돌보느라 신랑 일 세심하게 신경 못 써주는데, 동건 씨는 제 행사 참석 사진 하나하나 보면서 어떻게 나왔다고 얘기해 주고. 문자도 자주 해줘요. 그런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휴대폰 문자, 연락해 주는 거 중요하게 생각 안 하는 남자들 많잖아요. 연락 안 되는 남자, 전 제일 싫거든요. 우리 신랑은 그런 경우 거의 없고, 문자 하면 바로 연락해 주죠.

대판 싸운 적도 있나요

아유, 엄청 많죠! 정말 대판 싸운 적, 많죠. 대판 안 싸우는 사람들은 가짜 부부들이야. '우리는 부부싸움 한 번도 안 했어요.' 이런 건 말도 안돼. 왜 싸웠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사소한 것 때문에 많이 싸웠어요. 처음엔 주도권 싸움한다고 그러잖아요. 확실히 한두 해는 대립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남편이 포기한 것 같기도 하고. 서로 싸움을 피해요. 이젠 어떤 부분에서 예민한지를 서로 잘 아니까 양보할 건 양보하고. 너무 세게 나온다 싶으면 아, 여기서는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면서 싸움을 피하는 거죠.

준혁이와 윤설이 태몽은 무엇이었나요

윤설이 가졌을 때 태몽은 엄마가 꿨다고 해요. 꽃밭에 열매가 달린 나무 꿈을 꾸셨다고 해요. 시어머니는 꿈속에 새가 나왔다고. 준혁이는 아주 맑은 물에 참외 꿈이었고. 보통 과일 꿈이면 딸아이 꿈이라는데 그건 컬러에 따라 다르다고 하네요.

엄마아빠가 대스타들이라는 걸 아들 준혁이는 알고 있나요

아는 것 같아요. 뭘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건 아닌데 엄마아빠가 TV에도 나오고,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걸 유심히 들으면서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지난번에 유치원 선생님 만났을 때 선생님께서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다른 부모님들이 준혁이를 보고 "쟤가 누구 아들이래"라고 속삭이더니 준혁이랑 같이 사진 촬영하자고 그랬대요. 그때 유치원 선생님이 얼른 준혁이를 데리고 가셨다고 해요.

준혁이가 만약 커서 연기하고 싶다고 한다면

확실히 그런 '끼'가 있는 것 같아요. 뭐랄까…. 또래보다 감수성도 풍부해서 우린 '얘 또 연기한다'며 놀리기도 하고 그래요. 굳이 본인이 하고 싶다면 안 된다고 할 수 없지만 배우를 시키기 위해 어려서부터 그쪽으로 올인해 가며 키우고 싶진 않아요. 그냥 막연히 저는 준혁이가 창의적인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건축가라든지, 아티스틱한 일을 했으면 좋겠고. 벤틀리, 벤츠처럼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의 뉴 카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된다든지. 그렇게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런 걸 찾아주고 싶어요. 무조건 공부만 시키기보다 아이가 어떤 분야에 관심 있고 뭘 좋아하는지 찾아주고 싶죠. 지금은 로봇을 좋아해요.

요즘 유치원생들 거의 여자친구 있던데 준혁이는 여자친구들한테 인기 많을 것 같아요

준혁이 벌써 세 번 결혼했어요(웃음)! 바람둥이라니까요. 너무 웃긴 게,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결혼하겠다길래 "너 얘랑 결혼하면 다신 결혼 못해. 결혼은 한 사람하고만 하는 거야"라고 하니까 "응!" 대답하더라고요. 그래 놓고, 얼마 후 다른 여자친구가 전학 간다니까 그러면 걔랑 결혼하겠다는 거예요. "너 지난번에 결혼해서 얘랑 또 하면 안돼"라고 하니까 "아니야!"라며 막 화를 내는 거예요(웃음). 너무 귀여워요. 재미있는 게 다섯 살이 되니까 노는 게 확연히 나눠지더라고요. 유치원 수업 후, 여자애들은 발레 하러 가고, 남자애들은 공 차러 가고. 남자애들은 남자들끼리 칼싸움하고, 여자애들은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소꿉놀이하고.

일찌감치 휴대폰이나 게임을 접하는 요즘 아이들은 또래들과 놀 기회가 없어 문제잖아요

준혁이는 정반대예요. 저도 거의 컴맹 수준일 만큼 컴퓨터 잘 다루지도 못하고 안 하니까. 애 아빠도 그렇고. 장난감이랑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해요. 가끔 제가 휴대폰에 집중하고 있으면, "엄마! 전화 하지 마! 그거 하지 마!" 이러면서 못하게 한다니까요. 오히려 장난감 갖고 놀면서, '핑크 레인저! 파워 레인저!' 이러면서 놀고(웃음).

여배우에게 결혼과 출산은 정말 인생에 많은 변화를 주죠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죠. 신기해요. 둘째 아이 낳은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내가 언제 얘를 낳았지?' 싶을 때가 있다니까요. 여자들이 애 낳으면 건망증이 심해진다는데(웃음). 밖에 나와 있다가 집에 가보면 두 아이가 날 기다리고 있고. 그래서 그런 말 있잖아요. 아기는 하늘에서 준 선물이라는 말. 그게 무슨 말인지 확실히 알겠어요. 열 달 동안 배 부르고 출산하며 고통을 겪었던 것, 그리고 출산 후엔 수유하면서 몇 달을 고생하는 것, 모든 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억지로 떠올리지 않으면 잊을 정도가 되죠. 옛날에 할머니가 불러준 노래 있잖아요.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땅에서 솟았느냐' 이런 노래 말이에요. 그런 것처럼 '얘가 갑자기 어디서 나왔지?' 이런 생각이 문득 들면서 신기하고 감사할 때가 있어요. 이래서 하늘이 준 선물이구나 싶어요.

지난해 < 엘르 > 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말했다. "두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일 텐데, 저는 정확히 그 '비트윈'에 있는 것 같아요. 양쪽의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는 편이라고 할까요?" 여배우라는 본연의 모습, 아이콘으로서의 삶도 나란히 이어가면서 말이다.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는 두 번 거듭 '해야죠'라고 대답하는 여배우 고소영. 그 열정의 온도는 지금도 뜨겁다. 자신 있게, 삶을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채워나가는 이 여배우가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쿨하고 사랑스럽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삶의 결정적인 모멘트마다 만남이 있었기에 다음 번에는 또 무엇으로 만나게 될지, 기분 좋은 기대감을 갖게 된다. "다음에 < 엘르 > 와 만나러 갈 땐 스튜디오에 윤설이를 데리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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