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배우, 안재현

2014. 4. 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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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둘러싼 세계가 가속도를 얻어 달리기 시작했는데도, 카메라 밖의 안재현을 도발하기란 쉽지 않다. 뿌리 깊은 목소리로 그는 안재현은 안재현이라고 말한다.

피치 컬러의 슬리브리스 셔츠와 슬림한 타이는 모두 Lanvin. 꽃을 모티프로 한 실버 링과 실버 브레이슬렛은 모두 안재현

이 디자인하는 AA.Gban., Choi

네이비 컬러의 슬리브리스 톱과 샤이니한 블루 톤의 코트는 모두 Dior Homme.

도트 패턴의 블랙 셔츠는 Sandro Homme. 스터드 디테일의 블랙 라이더 재킷과 메탈릭한 실버 팬츠는 모두 Lucky Chouette.

화이트 컬러의 셔츠와 슬림한 타이는 모두 Kimseoryong Homme. 블랙 레더 하이웨이스트 팬츠는 Juun.J.

석 달 전이었다. 1월호 화보 촬영을 위해 만났던 안재현. 촬영이 끝나고 스태프들과 함께 칼국수를 먹으며 그가 곧 출연한다는 드라마에 대한 수다를 나눴다. 개성 있는 마스크의 남자 모델들 사이에서 오히려 도드라졌던 '순정만화' 표 외모, 모델로서는 이례적으로 아이돌스러운 팬덤을 지니고 있던 그의 연예계 진출을 내심 다들 점치고 있던 터였다. 그는 차분한 말투로 자신이 맡은 역할이 '전지현 동생'이라는 작은 역이라고 말했지만, 드라마 < 별에서 온 그대 > 가 커다란 인기를 얻으면서 '전지현 동생'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 또한 예사롭지 않다. 국내는 물론 중화권에서도 매일 섭외 전화가 걸려오고 날아오는 제안서들로 메일함이 꽉 찬다는 매니저의 이야기에서 '달라진'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이 조금 지나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종종걸음으로 들어선 그는 현장 스태프들이 알고 있는 안재현, 그대로의 모습이다. '예의 바르고 스위트한 사람'. 소문 많은 패션계에서 그에 대한 나쁜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기에 오히려 그의 진면목이 궁금했다. 오늘의 사진 촬영 컨셉트도 차분한 그에게서 숨겨진 욕망이나 야성을 끄집어내 보고자 일부러 '와일드'를 주문했다. 그러나 카메라가 꺼진 뒤에 그를 계속 도발하기란 쉽지 않다. 이어진 대화에서 그가 가장 자주 꺼낸 말은 '내 사람들'. 많은 것을 타고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이룬 것의 대부분이 노력에서 나왔다는 것도 알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스튜디오의 남자 어시스턴트들이 쭈뼛쭈뼛 종이를 내밀며 여자친구에게 줄 사인을 청한다. "이런 일 많이 겪어요. 식당에 가면 대부분 남자 분들이 여자친구 대신 사인을 부탁하더라고요." 이렇게 '보기 좋은' 남자를 충동하는 것이 '한결같은 마음'이나 '평온한 행복'이라는 사실이 참 다행이다.

오늘은 모델 안재현이 아니라 신인 배우 안재현이에요

배우라는 말이 아직 어색해요. 안재현은 그냥 안재현이에요. 그저 팬들에게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기대 밖의 관심을 얻게 되니 신기해요. 그런데, 정말 저한테 관심이 생기긴 했나요? 요즘 혼자 다닌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식당에서 아주머니들이 알아보는 걸 보니 달라진 것도 같고.

브라운관에서 자신의 연기를 보는 기분은

잡지 속의 나를 보는 거랑 똑같았어요. 내가 일한 결과물을 모니터링하는 느낌. '천윤재'는 반항기 넘치는 고등학생 역할이었는데, 초반에는 너무 힘을 주다 보니 좀 어색했어요. 감독님과 상의해 가면서, 힘을 빼고 툭툭 말을 내던지는 좀 더 능글맞은 고등학생으로 변했던 것 같아요.

후반부에는 꽤 엉뚱하고 애교도 있던데요

전지현

선배님이 그런 연기를 아주 잘하셨잖아요. 윤재도 '천송이'랑 같은 핏줄이니까(웃음) 그렇게 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 찍는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전지현선배님 어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실은 물어보려던 참이에요

아, 마치 TV 화면을 마주 하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앉아 있을 때는 "와 예쁘다" 감탄하고, 또 서 있을 때는 큰 키랑 날씬한 몸매에 놀라고.

이전에도 연기 제안이 많았지만 거절했던 걸로 알아요

네, 영화건 드라마건 모두 다 거절해왔어요. 지금은 연기력도 부족하고, 마음의 준비도 안 됐다고. 모델 일만 쭉 하고 싶었어요. 연기는 모델로서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준 뒤에 고민할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안이 엄청 많이 들어오긴 했어요. 한 감독님은 네 번이나 저를 불러 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직접 만나뵙고 정중하게 능력이 되지 않아 못하겠다고 말씀드리기도 했어요.

그러다 이번 드라마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장태유

감독님이 예전에 우연히 제 인터뷰를 보고 좋은 인상을 받으셨나 봐요. 캐스팅 연락이 왔는데, 이번에도 인사만 드릴 마음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한 시간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속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너 줄게" 그러시면 저는 "아니에요, 못해요"라며 사양하고(웃음). 나중에 술이나 함께 마시자고 했는데, 그 다음날 정말 조감독님과 함께 찾아오셨어요. "네가 자꾸 준비 안 됐다고 하는데, 그럼 그 준비를 내가 시켜줄게"라며 그 자리에서 드라마 편성 과정부터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해 주셨어요.

결국 마음이 움직였군요

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기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이 정말로 약속을 지켜주셨어요. 카메라 동선부터 연기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주셨죠.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누구 하나 인상 찌푸리는 사람이 없었어요.

영화 < 패션왕 > 의 '원호' 역에 캐스팅된 건

< 패션왕 > 은 제가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바로 연락이 왔어요. 배급사 대표님이 예전부터 저를 점찍어 놓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재현 씨, 우리 같이하는 거죠? 잘 부탁해요." 오디션도 없이 그걸로 끝이었어요. 요즘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어요.

모델이었을 때부터 이례적으로 참 팬이 많아요.

안재현의 어떤 부분이 어필된 걸까요

사실 모델 활동을 시작하고 한동안 일이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 팬이 조금씩 생기면서, 이 직업은 사랑을 받을수록 일도 많아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를 인정해 주고 내가 모델이란 직업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주는 팬들이 너무 고마웠어요. 그래서 팬 카페에 댓글도 달고 이벤트도 열면서 열심히 소통했어요. 200명이던 회원이 2000명, 2만 명이 되고, 지금은 20만 명이 됐어요. 팬들과 함께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패션 모델로 살면서 배운 것, 얻은 것 배운 것은

뭐든지 노력하면 된다는 것, 얻은 것은 주위의 좋은 사람들. 연기자나 모델 친구는 별로 없어요. 대신 회사 식구들부터 포토 형님들과 에디터 누나들, 패션쇼 기획자 같은 분들을 많이 얻었어요. 물론 팬들도 있고요. 팬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전 늘 반가워요. 패션쇼장에서 같이 사진 찍자고 청하면 다 응해주곤 했어요(옆에 있던 매니저가 이제 그러면 집에 못 갈 지경이라고 고개를 흔든다).

'욕망의 불꽃'이 이글대는 타입으로는 안 보여요

네, 아니에요. 돈이나 성공도 물론 중요하죠. 그런데 전 '내 사람들'이 더 중요해요. 내 존재 가치를 알아봐주고, 줄곧 옆에 있어준 사람들이 굉장히 고마워요. 그 사람들과 계속 함께 행복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내가 좀 더 인지도 있고 유명해져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일을 놓을 수가 없어요.

20대 남자가 '사람의 귀함'을 절실히 안다는 게 쉽지 않은데

그런가요? 돈이 없으면 물론 불편하고 짜증나긴 하죠. 하지만 10대나 20대 초반 시절을 떠올려보면, 겨우 몇 천 원 모아서 친구들이랑 게임방에 가거나 간단한 안주 놓고 술 마시던 그때가 더 행복하지 않았나요? 지금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때 그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살 수 없는 거잖아요. 밥에 김치만 있어도 혼자보다 둘이 먹는 게 더 맛있죠.

숨겨진 활화산 같은 욕망은 정말 없나요

당연히 욕심은 있어요. 나이가 들어 40, 50대가 되어도 "저 사람은 언제나 멋있고 그대로야"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외적인 것만 말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이거야말로 정말 커다란 욕심이죠.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럼에도 항상 긍정적이고 다른 이들에게 편안한 '안전지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평소 자신을 많이 성찰하려고 노력해요. ' 안재현의 사람들'이 되려면 저랑 비슷한 사람이 좋아요. 욕심 많은 사람, 우울한 사람…. 다 눈에 보이잖아요. "나는 적대감이 없어요"라는 듯한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겉모습은 전혀 상관 없어요.

연인으로는? 더 바빠지고 유명해지면 연애전선은 휴식인가요

돌아보면, 만났던 여자마다 매력이 다 달랐던 것 같아요.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 사귄 적은 없었어요.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이에요. 풍덩 빠지는 스타일. 일 때문에 연애를 안 하겠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보다 넓은 의미로, '사랑'은 언제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정보다 일찍 경험한 연기 세계는

아직은 숙제 검사 받는 기분이라 뭐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성취감은 있었죠. 컷이 끝나고 40~50명 되는 스태프들이 동시에 "오케이, 좋았어"라고 반응할 때, 그 칭찬 한 마디가 크게 다가왔어요. 처음 시도하는 일은 무엇이든 어렵잖아요. 그런데 정작 첫발을 내디디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많아요. 모두 마음가짐에 달린 것 같아요. 다 '같은' 사람이잖아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왜 안 되겠어요. 노력에 비해 월등히 잘하는 소위 '난 놈'도 있긴 하겠지만, 그런 사람은 0.01%라고 봐요.

음악 방송 < 엠카운트다운 > MC도 맡았어요. 쏟아지는 기회들을 즐기고 있나요

매일 일을 하다 보니 느낄 겨를이 없어요. 4월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거든요. 하루하루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요. 틈틈이 제 주얼리 브랜드 (AA.Gban)와 관련된 일도 하고 있고요. 5월에 또 다른 백화점에 입점하고 일본에서도 판매할 예정이에요. 제품을 구매하신 분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길 잘했어"라고 여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리 바빠도 놓지 않습니다. 그럴 거면 아예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새로운 기회들, 달라진 환경이 안재현의 삶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요

글쎄요, 저는 연기자든 모델이든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가정을 꾸리고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직업. 저는 10대 때부터 빨리 취직해서 돈 벌고 가정을 꾸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직업적으로' 선택한 게 모델이었고, 신인 때를 빼고는 여유롭게 즐기면서 일해왔어요. 연기자도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바쁜 생활 속에서도 마음은 여유로울 수 있는 거니까. 요즘 '먹방'이 대세잖아요. 급하게 먹다가 체하지 말고, 맛있게 먹고 잘 소화시켰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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