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스탕이 돌아왔다.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대표적인 방한 의류인 무스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일모직의 수입 브랜드 띠어리는 올겨울 화보의 메인 이미지로 무스탕 재킷을 내걸었다. 띠어리 여성라인 바잉MD인 김용옥 과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나이 든 소비자에게나 어울린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무스탕을 올해는 광고 사진뿐 아니라 매장 진열에서도 주력 제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는 배우 고준희가 입은 무스탕이 화제가 되면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결국 올해 국내에 정식으로 매장을 열었다.

무스탕은 양이나 양털을 뜻하는 무통(mouton) 의상을 가리킨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겨울 혹한으로 수요가 늘었지만 올겨울에는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수년간 무스탕 유행의 발목을 잡았던 동물애호가들의 반감은 어디로 간 것일까. 패션 관계자들은 '에코 무스탕'으로 불리는 인조 소재 제품의 발달이 오히려 무스탕의 인기를 이끌었다고 말한다. 최근 송자인, 박승건 등 주목받는 신진 디자이너들은 에코 디자인을 표방하면서 다양한 인조 모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더욱이 인조 소재를 만드는 기술력이 좋아지면서 무스탕의 스웨이드 느낌과 거의 흡사한 인조 무스탕이 시중에 다양하게 나와 있다. 자연스럽게 무스탕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줄었다.

서로 어울리는 소재를 잘 고르고 섞어 쓰는 '소재의 변주'가 패션 디자이너들의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른 것도 무스탕의 유행과 무관하지 않다. 가죽과 모피, 무스탕 등은 계절에 상관없이 세계 주요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 단골 소재가 됐다.

당연히 디자인도 예전의 무겁고 투박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다채로워졌다. 길이 면에서는 짧은 점퍼 스타일의 블루종, 엉덩이를 덮는 하프 재킷 등으로, 디자인적으로는 가죽의 결을 살려 오래된 느낌을 낸 빈티지 스타일부터 정장에도 어울리는 현대적인 스타일까지 다양하다. 특히 가공 기술이 좋아지면서 가죽 소재로도 인기를 끈 라이더 재킷(오토바이를 탈 때 입는 짧은 재킷) 모양의 무스탕도 올해는 눈에 많이 띈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최혜련씨는 무스탕 복귀의 배경을 "대중이 옷 입기를 즐길 줄 알게 됐다"는 데서 찾는다. "이전에 무스탕이라고 하면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옷차림을 갖춰 입어야 어울린다고 여겼지만 대중이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패션이나 격식을 갖춘 정장과 캐주얼한 의상도 자유롭게 섞어 입는 '믹스 앤드 매치' 스타일에 익숙해지면서 무스탕도 어렵지 않게 다른 옷과 맞춰 입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무스탕을 입을 때도 체크무늬 바지, 프린트 셔츠 등과 같이 입어 캐주얼한 스타일로 연출할 것을 제안했다.

복고 스타일의 귀환에서도 무스탕 유행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980~90년대에 등장했던 몸에 꼭 맞는 것보다 훨씬 큰 스타일의 오버사이즈 패션이 다시 화제가 되듯 1990년대 초중반 등장했던 무스탕도 다시 주목받게 됐다는 이야기다. 정두영 반하트 디 알바자 실장은 "최근 다운 재킷 공급이 지나치게 늘면서 색다른 방한 의류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커졌다"며 "재킷이나 코트 형태뿐 아니라 무스탕을 칼라 등에 부분적으로 활용한 옷 등으로 무스탕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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