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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원 노숙 알바? H&M '밤샘 줄서기' 무슨일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 '한정판' 위해 수백명 몰려… 온라인선 고가에 재판매도
머니투데이 | 2012.11.15 18:31
[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명품 브랜드 디자이너 '한정판' 위해 수백명 몰려… 온라인선 고가에 재판매도]





ⓒ이명근 기자

지난 14일 밤 8시30분 서울 중구 명동 H & M 눈스퀘어점 앞. 두터운 패딩점퍼로 무장한 20∼30대 젊은 남녀 100여명이 차가운 바닥에 박스, 돗자리 등을 깔고 줄지어 앉아 있다. 캠핑용 간이의자를 들고 나온 사람도 있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고, 제자리 뛰기를 해보지만 칼바람에 꽁꽁 언 몸은 좀처럼 녹지 않는다. 30분이 지나자 대기줄 맨 마지막에 서 있던 연인 뒤로 30여명이 더 모여 들었다.

15일 새벽 5시. 명동 H & M 매장 앞 대기인원이 300명으로 늘었다. 무릎에 담요를 덮고 게임하는 사람부터 침낭을 펴고 잠이 든 사람까지. 길거리에서 밤샘 줄서기한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 & M 매장 앞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엔 추위를 피하려고 텐트를 친 사람도 등장했다.

오전 7시30분. 대기자가 100여명 더 늘어 H & M 매장 맞은 편 하나은행 앞까지 점거했다. H & M 직원들이 밤새 줄을 선 고객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도너츠를 나눠주고 입장 순서를 정한다. 선착순 총 420명을 30명씩 14개 그룹으로 나눠 색깔이 다른 팔찌를 채워 10분씩 쇼핑하게 하는데 매장 문을 열기도 전에 팔찌가 동났다.





ⓒ이명근 기자

스웨덴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H & M의 명품 콜라보레이션(협업) 한정판 제품을 사려고 고객들이 구름떼처럼 몰렸다. 15일 H & M이 전 세계 매장에서 동시에 판매를 시작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with H & M 컬렉션'을 구입하려고 밤새 수백명이 몰리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

마르지엘라는 지난 2009년 은퇴한 프랑스 디자이너로 '패션피플' 사이에선 교과서로 불리는 인물이다. H & M이 마르지엘라의 23년간 컬렉션을 2012년식으로 복원해 전 세계 2600개 매장 가운데 230곳에만 제품을 내놨다.

한국에선 H & M 명동 눈스퀘어점, 압구정점, 인천 신세계점, 신세계 센텀시티점 등 4곳에서 판매됐다. H & M에 따르면 이날 개점시간인 오전 8시 4개 매장 앞 대기인원은 총 1200여명. 하루 전날인 14일 오전 9시부터 꼬박 23시간을 줄서서 기다린 남성 고객이 가장 처음 매장에 들어섰다. 쇼핑시간이 10분으로 제한돼 있고 아이템별로 1개만 살 수 있지만 대부분 고객이 양 팔 가득 제품을 들고 나왔다. 이날 가장 많은 제품을 산 고객은 20여개 제품, 430여만원 어치를 구매한 20대 여성이다.

◇명품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뭐기에

H & M은 SPA 업계 최초로 명품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 2004년 샤넬을 시작으로 로베르토 카발리, 꼼 데 가르송, 지미 추, 랑방, 베르사체, 마르니 등 디자이너와 작업을 진행했다.

H & M은 일본의 유니클로, 스페인의 자라 등에 비하면 SPA 후발 주자지만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위상이 높다. 자라보다 저렴하고 유니클로보다 트렌드에 민감한 브랜드로 완전히 자리잡은 것도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 덕이라는 분석도 있다.

H & M은 매년 1∼2회 디자이너 한정판 제품을 내놓는데 대부분 매장에서 판매 첫날 오전에 동이 난다. 이번에도 여성용 가죽 라이더재킷과 장갑이 달린 클러치, 오버사이즈 코트, 남성용 카멜색 롱코트, 시계줄 팔찌, 하이탑 스니커즈 등 일부 제품이 판매한지 2∼3시간만에 품절됐다.





ⓒH & M

◇옷 사려고 밤샘 줄서기 '왜'

H & M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소장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는 고객들이 많아서다. 정해진 H & M 마케팅실장은 "이번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비롯해 마르니, 베르사체 등은 패션피플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는 브랜드"라며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인 만큼 판매 전부터 스타일리스트와 패션잡지 에디터, 모델 등으로부터 구입 문의가 쇄도한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낮은 것도 인기 요인이다. 샤넬, 베르사체, 랑방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은 수백만원을 호가하지만 H & M과의 협업 의류제품은 10만∼40만원선이면 구입할 수 있다. 유명 디자이너 제품을 싼 값에 구입했다는 자기만족형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이다. 밤샘 대기줄에 중년층보다 자금력이 약한 20대 초반 젊은 고객들이 많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어렵게 구한 한정판 제품을 온라인 의류쇼핑몰, 중고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되파는 재판매자들도 많다. 명동 H & M을 찾은 한 남성고객은 "H & M의 명품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온라인상에서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며 "하룻밤 고생하면 수십만원 이상 남길 수 있는 짭짤한 아르바이트"라고 귀띔했다.

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 c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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