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 선스크린, 믿을 만한가

2013. 6. 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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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성분표 읽어주는 여자

태양이 뜨거워지자 화장품 회사들이 일제히 뿌리는 타입의 자외선차단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별다른 주목을 못 받았던 비인기 품목을 갑자기 띄우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장품 회사들은 이것이 로션형보다 바르기 편하고 메이크업 위에 수시로 덧바를 수 있으며 아이들에게도 쉽게 바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끈적거리는 느낌을 개선했고 가스도 충전하지 않았으므로 자외선차단제의 모든 단점을 해결한 획기적 제품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이 제품의 도포성이다. 자외선차단제는 반드시 두껍게 발라야 표시된 지수만큼의 자외선 차단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외선 차단 효과 측정방법 및 기준'에 의하면 1㎠당 로션형은 2.0㎎을 발라야 하고 스프레이형은 2.0㎕를 발라야 한다. 이것을 얼굴 면적(350~450㎠)으로 환산하면 로션형은 1g, 스프레이형은 1㎖에 가까운 양을 발라야 한다. 로션형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에 가까운 양을 발라야 한다는 답이 나오는데 스프레이형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노즐을 얼마나 누르고 있어야 1㎖의 양을 얼굴에 고르게 분사할 수 있을까? 홈쇼핑의 쇼핑호스트들이 말하는 것처럼 '단 1초'만 누르고 있어도 되는 걸까?

자외선차단제에 있어서 바르는 양은 대단히 중요하다. 양을 적게 바르면 차단지수가 단순히 1, 2포인트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시광선의 물리적 메커니즘 때문에 반만 바르면 제곱근으로, 3분의 1만 바르면 세제곱근으로 떨어진다. 예를 들어 SPF 30을 반만 바른다면 5.5가 되고 3분의 1만 바른다면 3.1 정도가 된다. 이 정도면 거의 맨얼굴로 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설사 충분히 뿌렸다 해도 과연 모든 부위에 골고루 도포되었을지도 걱정이다. 스프레이의 특성상 상당량이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만약 도포가 안 되거나 얇게 된 부위가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벌거벗은 피부를 햇볕에 맡기는 셈이 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권위 있는 환경단체 이더블유지(EWG, Environmental Working Group)는 수년 전부터 스프레이 선스크린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해왔다. 미국 식품의약청(FDA)도 2011년 화장품 회사들에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한 내용물이 눈과 코로 들어갈 경우 건강상의 위험이 없는지도 검증을 요구했다.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특히 아이들의 경우 뿌리는 사이에 눈을 뜨거나 흡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를 업계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이더블유지의 2013년 선스크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해변 및 스포츠용 자외선차단제의 4분의 1이 여전히 스프레이형이다. 국내 기업들도 올해 들어 스프레이형 제품을 띄우지 못해 안달이다. '1초 선스프레이', '즉각적인 차단 효과' 등 현란한 말로 포장한다.

스프레이형 제품을 이미 구입했다면 자신이 바르는 양이 적당한지 테스트부터 해보길 바란다. 어느 정도 뿌려야 1㎖가 되는지 감을 잡아야 한다. 공기 중에 흩어지는 양을 고려하여 그 이상으로 충분히 뿌려야 한다. 또한 많은 제품에 향료는 물론이거니와 알코올(에탄올, 변성알코올)과 부탄, 프로판 등의 가스 성분이 들어 있다. 피부와 호흡기에 좋을 리가 없으니 반드시 성분표를 확인하고 구입하자.

최지현 화장품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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