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움주의! 한여름 밤 공포 체험 떠나볼까

양보라 2017. 8. 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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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화암동굴 안에서 으스스한 탐험
연기자 70명 나오는 합천영상테마파크
장생포고래마을에선 공포 미션 수행도
'귀신 이야기'가 사라진 여름은 어쩐지 좀 시시하다. 공포 호러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에서 서늘하고 오싹한 여름을 즐겨보자. 귀신이 출몰하는 고스트파크로 변신한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사진 합천군청]
‘납량 특집’의 실종이다. 여름이면 늘 TV에서 방영하던 공포 드라마도, 극장가에 줄줄이 걸리던 호러 무비도 자취를 싹 감췄다. 사람들은 괴담(怪談)이 식상하고 시시하다고 한다. 하지만 담력을 과신하는 사람도 큰코다칠 만한 여행지가 있다. 공포 체험장이다. ‘귀신의 집’처럼 실내 공간이 아니라 야외 공간에서 불쑥불쑥 살아있는 처녀귀신이나 홍콩할매가 등장한다. 찜통더위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고전적인 피서’를 즐길 만한 공포체험장 3곳을 꼽았다.

━ 전국구 스타로 뜬 오싹한 동굴

강원도 정선 화암동굴은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공포 체험장으로 변신한다. 컴컴한 동굴을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탐험하는 야간 이벤트가 열린다. [사진 정선군청]
동굴은 여름에 진가를 발휘하는 여행지다. 동굴 내부 온도가 사계절 내내 섭씨 10~15도 사이로 유지되는 까닭에 무더위에 시달리다가도 동굴 안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시원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래서 동굴은 여름에 가장 인기 있다. 하지만 한해 35만 명이 방문하는 강원도 정선 화암동굴에 가기 위해 유독 여름철에 더 치열한 ‘예약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선 시간. 평소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하지만 여름 한 철 화암동굴은 ‘야간 개장(오후 7~11시)’을 실시한다. 여름밤, 동굴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공포 체험’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걸어가야 하는 무시무시한 이벤트다. 담력을 시험하기 위해 도전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다. 당연히 임신부와 노약자는 출입을 막는다. 동굴 곳곳에 귀신으로 분장한 연기자가 튀어나와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한다.
화암동굴의 명물로 떠오른 공포체험. 하루에 딱 400명만 입장할 수 있다. [사진 정선군청]
연기자 중 ‘광부’로 분장한 사람도 있다. 화암동굴이 일제강점기 금을 채취하던 광산이라는 점을 알리는 장치다. 인공적으로 판 광산을 확장하던 중 천연 석회동굴이 발견되면서, 화암동굴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금광과 석회동굴이 연결된 구조를 갖게 됐다. 그래서 화암동굴은 길이만 2㎞에 육박한다. 2000년 화암동굴을 ‘동굴테마파크’로 개방한 정선군은 내부 공모를 통해 여름밤 공포 체험이라는 이벤트를 발굴했다. 2007년부터 해마다 한 달 남짓 공포체험을 실시하는데 야간 입장객은 하루 딱 400명으로 한정했다. 입장 제한이 있다 보니 예약이 치열한 것도 사실이다. 200명은 홈페이지(jsimc.or.kr)로 신청을 받고, 200명은 현장에서 접수받는다. 8월 18일까지. 어른 1만2000원, 어린이 5000원.
━ 디테일 살아있는 호러파크
근현대사 시대물의 단골 촬영지인 경남 합천 영상테마파크. [사진 합천군청]
경남 합천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80년대 서울 길거리를 충실히 재연한 국내 최고의 오픈 세트장이다. 여행객이 합천영상테마파크에 들어서자마자 놀라는 점은 두 가지다. 우선 세트장의 규모. 8만3000㎡(약 2만5000평)에 이르는 널찍한 부지 전체가 촬영장으로 쓰인다. ‘완성도’ 또한 인상적이다. 경성역, 서울의 달동네 등을 그럴 듯하게 꾸며 놨다. 혹자는 합천영상테마파크를 두고 ‘살아 있는 세트장’이라고도 부르는데, 그도 그럴 것이 2004년 개장한 이후 영화 ‘써니’ ‘암살’ ‘전우치’, 드라마 ‘각시탈’ ‘에덴의 동쪽’ 등 50편이 넘는 영화와 80편 이상의 드라마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촬영이 거듭되면서 합천영상테마파크가 끊임없이 개보수 되고 있다는 얘기다.
고스트파크는 전문가의 손길로 '디테일'을 살렸다. 실감나는 특수분장을 한 고스트파크의 처녀귀신. [사진 합천군청]
전국 어느 여행지든 휴가철엔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지만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여름철에 외려 한산하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듯 둘러보는 여행지이다 보니 찜통더위에는 구경에 제약이 따르는 탓이다. 이에 합천군청이 묘안을 짜냈는데, 여름밤 야간 개장(오후 7시~자정)을 실시하고 테마파크 전체를 공포 체험장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2015년부터 여름철마다 돌아오는 야간개장 시기에는 테마파크의 이름을 ‘고스트파크’로 바꾸고 드라큘라·처녀귀신·좀비 등으로 분장한 연기자 70여 명을 곳곳에 배치한다. 참가자는 ‘좀비 감옥’ ‘악몽 교실’ 등 6개의 어트랙션을 돌아다니며 탈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방송미술 전문가인 SBS A&T 제작팀이 연기자 분장과 소품 준비를 전담해 시쳇말로 ‘디테일’이 살아있다. 8월 15일까지. 어른 3만원, 어린이 1만원. 8월 7~9일은 19세 이상 성인만 출입할 수 있는 19금 호러파티가 준비됐다. 주류를 판매하고, 디제잉 파티를 연다. 1인 3만원.
성인만 출입할 수 있는 합천영상테마파크 호러파티. [사진 합천군청]
━ 고래마을에서 공포 미션 수행
고래문화특구인 울산 장생포에 조성된 고래문화마을. [사진 울산 남구청]
울산은 고래와 인연이 끈끈한 도시다. 신석기시대 선사인이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이 표현돼 있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바로 울산에 남아있다. 1970년대 울산에서 가장 번영했던 동네인 장생포 역시 고래 산업으로 성장했다. 1899년 러시아가 장생포를 포경기지로 삼으며 포경산업 중심지가 됐고, 1970년대 연평균 900마리의 고래를 잡으며 전성기를 맞았지만 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상업 포경을 금지한 뒤로 동네는 빠르게 쇠락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래는 문화 콘텐트로서 장생포를 먹여 살린다. 울산 남구는 고래 관련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장생포동 전체와 매암동 일부 등 1.64㎢(약 50만 평)에 고래문화특구 ‘장생포고래문화마을’을 조성했다. 지난해 90만 명이 다녀갔다. 투명 아크릴 터널을 통과하며 돌고래의 유영 장면을 볼 수 있는 장생포돌고래생태체험관, 360도 원형 스크린을 통해 귀신고래의 여정을 관람할 수 있는 입체영상관 등이 인기다.
야간 공포 체험이 열리는 장생포 옛 마을. [사진 울산 남구청]
장생포고래문화마을에 특히 관람객이 북적이는 장소가 있는데, 포경 작업이 한창이던 시대를 재연한 옛 마을이다. 다방·이발소·책방 등 안에 당시 사용했던 물건을 놔뒀다. 2017년 처음으로 고래문화마을 공포축제도 운영된다. 평소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까지 개방했지만, 축제기간(8월 14~20일)에는 오후 11시30분까지 운영시간을 연장한다. 축제 참가자에게는 몇 개의 미션이 주어진다. 캄캄한 고래문화마을을 누비며 귀신과 ‘인증샷’을 찍고, 학교 교실에서 고래 사냥도구 등을 찾아와야 한다. 미션을 모두 수행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참가자가 한꺼번에 입장하는 게 아니라 4~5명씩 그룹을 이뤄 시간차를 두고 마을로 들어선다. 적막하고 깜깜한 마을에 외따로 떨어진 듯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현장접수만 받는다. 1인 1000원.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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