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캠핑카 여행, 이렇게 준비했다

한성은 입력 2016. 12. 12. 20: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타박타박 아홉걸음 세계일주 33] 북유럽을 캠핑카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오마이뉴스 글:한성은, 편집:박혜경]

예~ 소방관 아저씨 내 머릿속에 타는 이 불 좀 꺼주세요 
예~ 소방관 아저씨 착한 나는 뒤집어진 이 세상이 힘들어 

뻥하고 터지는 저 거품 같은 이름들 
권위는 국 끓여도 국물도 안 우러나와 
미친개도 피해 가는 미친 분도 뻔지르르 
사람은 겉만 봐선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물론이지

- 스푸키 바나나, '소방관 아저씨' 노랫말 중에서

한국에서 연일 촛불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이곳 프랑스에서도 접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방송을 보며 '이런 상황에서 팔자 좋게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게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머릿속이 타는 것 같다. 이렇게 타는 머릿속을 헤집고 북유럽의 청명했던 하늘을 떠올려야 한다니. 좋은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북유럽 캠핑카 여행 준비를 위한 모든 것

 캠핑카를 타고 북유럽을 여행하는 것은 우주여행만큼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지만 결국 해냈다
ⓒ 한성은
캠핑카를 타고 차창 밖으로 펼쳐진 멋진 경치를 보며 이 길의 끝까지 달려가는 꿈 같은 여행. 누구나 한 번씩은 생각해보지 않을까? 직장을 다니고 있던 때는 상업용 우주비행선 스페이스 엑스를 타고 대기권 밖으로 우주여행을 떠나는 것만큼이나 현실감이 없던 그 여행을 지난여름에 다녀왔다. 다시 돌이켜봐도 그저 꿈만 같던 31박 32일의 여정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준비할 때, 처음부터 캠핑카 여행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여행 일정에 북유럽은 꼭 넣고 싶었다. 드넓은 자연 속에서 그들이 사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그리고 명색이 세계일주인데 유럽 대륙의 북쪽 끝 노드캅(Nordkapp)은 가봐야 하지 않겠냐는 호기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고 있으니 도저히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물가 때문이었다. 스톡홀름에 사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서유럽에서 북유럽으로 가는 비행기표 값이 스톡홀름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차비와 같다고 했다. 찾아보니 실제로 별 차이가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있는데, 우연하게 캠핑카를 이용해서 북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게 됐다. 그 순간 아르키메데스가 어떤 기분으로 '유레카'를 외쳤는지 알 수 있었다. 바람 앞의 촛불이 횃불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바람이 분다고 촛불이 꺼지지는 않는 것이다.

북유럽이라는 지역과 캠핑카라는 여행 방법은 찰떡궁합이었다. 그날부터 북유럽 캠핑카 여행 준비에 들어갔다. 당장 어디서 어떻게 차를 빌려야 하는지도 몰랐으므로 준비할 일들이 산더미 같았다. 캠핑카 여행에 대해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끌어모아서 머리를 싸매고 책상 앞에 앉았다.

연애할 때 가장 설레는 순간은 연애가 시작되기 직전이고, 여행할 때 가장 설레는 순간은 여행 준비를 할 때다. 수수료를 얼마든지 낼 여력이 된다면 한국에서 대행사를 통해 모든 것을 쉽게 준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도 그만둔 마당에 남는 것은 시간이었고, 나에게 없는 것은 오직 돈 뿐이었다. 그때부터 온갖 언어가 떠다니는 웹사이트들을 헤엄쳐 다니기 시작했다.

큰 사고 없이 다녀 왔다면 거짓말이지만, 몸 성히 다녀온 것은 사실이다. 나처럼 북유럽 캠핑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내가 배우고 느낀 점들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했다.

[북유럽 캠핑카 여행의 장점] 시간 & 경비 절약

 북유럽이라는 지역과 캠핑카라는 여행 방법은 찰떡궁합이었다.
ⓒ 한성은
북유럽을 캠핑카로 여행하는 데는 단순히 여행 경비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국토가 남북으로 길고 북쪽 지역으로 갈수록 인구 밀도가 확연하게 낮아진다. 그러다 보니 여행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리고 지역적 특성상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계속되고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는 흑야가 계속된다. 대중교통의 운행 시간도 이에 맞춰서 변하고 운행 여부도 달라진다. 해당 내용을 모두 확인하고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교통 보다는 자기 차량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북유럽도 공통적으로 손꼽는 여행 명소들이 있지만, 각자의 여행 목적에 따라 여행 경로가 다를 것이다. 북유럽의 경우 대부분 때 묻지 않은 그들의 자연경관을 만끽하기 위한 여행 경로를 많이 선택하는데 대부분 목적지가 대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같은 이유로 한 지점에서 다음 지점으로 이동하는 데도 대도시를 거쳐서 가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캠핑카를 이용하면 원하는 여행 경로를 가장 짧은 시간에 돌 수 있다. 물가 비싼 북유럽은 하루하루 보내는 것이 곧 여행 경비와의 싸움이다. 가능한 짧은 시간에 여행을 마치는 것이 여행 경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노르웨이 트롬쇠 캠핑장에서 만난 오로라
ⓒ 한성은
그리고 캠핑카를 이용하면 여행 경로를 유동적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오로라를 떠올릴 텐데 오로라,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름에도 백야 기간을 제외하면 얼마든지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오로라는 일 년 내내 하늘에 떠 있는데 낮에는 밝아서 안 보이는 것이다. 깜깜한 밤이 되면 여름에도 얼마든지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오로라하면 겨울을 떠올리는 이유는 겨울에 깜깜한 밤이 길기 때문이다.

오로라를 보는 데 있어서 계절보다 중요한 것은 날씨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하늘이 흐리면 오로라를 볼 수 없다. 캠핑카를 이용하면 오로라 지수(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들이 아주 많다)가 높은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역시 예산 문제다. 일반적으로 교통비, 숙박비, 식비가 여행 경비의 대부분인데 캠핑카는 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캠핑카를 빌리는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캠핑카는 일반적으로 4~6인이 탈 수 있다. 전체 여행 경비를 4명이나 6명이 나눈다면 혼자 다닌 것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북유럽을 여행할 수 있다. 

[북유럽 캠핑카 여행의 단점] 캠핑장 & 주차장

어떤 일이든 항상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캠핑카 여행도 다르지 않다. 캠핑카 안에는 주방도 있고 침대도 있으며 화장실도 있다. 그리고 간단한 샤워까지 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시설이 비좁고 불편하다. 편안한 호텔방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다. 일단 캠핑카가 일반 차량보다 크기가 커서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특히 차량의 높이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좌우 폭이 넓은 것과 앞뒤 길이가 긴 것은 어느 정도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여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높이는 운전석에 앉아서는 전혀 가늠할 수 없어서 작은 터널을 지나야 할 때면 늘 긴장됐다. 그리고 결국 노르웨이 트롬쇠에서 큰 사고를 쳤다.

차량 크기는 여행 일정에도 영향을 준다. 커다란 캠핑카를 몰고 도심에 들어가면 이동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주차하는 것이 몹시 어렵다.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도로가 좁고 일방통행이 많다. 복잡한 도심에서 후진이라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아주 난처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도심의 주차장이 대부분 지하에 있었다. 이런 지하 주차장은 캠핑카가 들어갈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후에는 대도시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캠핑장에 차를 세워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녔다. 이케아(IKEA) 같은 대형 쇼핑센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대형 슈퍼마켓 역시 도시 외곽에 주로 있다는 것이 문제다.

 캠핑카를 타고 다니더라도 가끔 캠핑장에 들러 재정비를 해야한다.
ⓒ 한성은
캠핑카를 이용하면 주유비를 제외하고 다른 부대비용이 전혀 생기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여행 중 적어도 사흘에 한 번 정도는 캠핑장에 꼭 들어가야 한다. 캠핑카는 집과 같다. 그래서 상수, 하수, 오물, 전기 등을 주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캠핑카 하부에 커다란 물통과 오물통이 있어서 상수를 다 쓰면 다시 채워야 하고, 하수가 가득 차면 비워줘야 한다. 화장실 역시 화학약품 전용 화장실에 비워야 해서 캠핑장 이용을 피할 수 없다.

다만 전기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220v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주로 노트북이나 카메라 충전)에는 외부에서 전기가 공급되어야 했지만, 나중에는 다양한 요령이 생긴다. 냉장고도 전기를 사용하지만, 운전 중이 아닐 때는 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북유럽은 캠핑카 여행 인프라가 워낙 잘 갖춰져 있어서 호텔은 없어도 캠핑장은 있다. 도로변에 휴게소보다 많은 것이 캠핑장이다. 게다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상·하수 시설을 찾아서 이용할 정도의 내공이 쌓이면 캠핑장을 찾는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

마지막 문제는 역시 사람이다. 이런 좁은 공간에서 장기간 지내다 보면 일행들 간에 갈등도 자주 생길 수밖에 없다.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며 즐겁게 여행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그러다 보면 서로 역할 분담이 잘 돼야 하는데, 아무리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이라 하더라도 사람이다 보니 불편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마음이 힘들면 몸이 힘든 것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는 것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

[캠핑카를 빌리는 방법] 크기보다 시기가 가격에 영향

한국에서 유럽의 캠핑카를 빌리는 것은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캠핑카 렌트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기 회사 차량을 직접 렌트를 해주는 회사가 있고, 여러 회사를 중계해 주는 회사가 있다. 렌탈 중계 회사는 단순히 연결만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결제부터 보험까지 모두 처리를 한다. 차량 업체는 단순히 차량만 제공하는 것이다.

유럽에는 캠핑카 회사가 정말 많다. 캠핑카 여행이 보편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련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중계 업체를 이용하는데 나 역시 미국에 본사가 있는 회사(www.ideamerge.com)를 이용했다. 물론 다른 회사도 많다. 중계 업체를 통하면 여러 회사의 차량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편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중계 업체인지 직접 렌트를 해주는 회사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출발 전에 차량 옵션과 관련해서 독일에 있는 렌탈 사무실에 연락을 했었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아 미국 회사로 연락을 한 적이 있다. 그때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캠핑카 크기는 크면 클수록 좋겠지만, 차량 크기가 커지면 주유비가 상대적으로 증가한다. 유럽의 경윳값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보통 리터당 1유로(1300원) 정도였다. 다만 차체가 워낙 무거워서 연비가 형편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탔던 Fiat 차량은 리터당 10km 정도를 달려서 좀 놀랐다. 렌트비가 인원수에 정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이 아니니 차량 내부 사진을 보고 선택하면 된다.

렌트 비용은 캠핑카 크기가 아니라 렌트 시기가 중요했다. 독일을 기준으로 도시마다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이 조금씩 달랐다. 성수기와 비수기의 가격 차이는 거의 2배 정도였다. 그리고 독일의 경우 31일 이상 렌트를 하면 면세 혜택이 있었다.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 세금도 꽤 많아진다. 내가 북유럽을 31박 32일로 여행했던 이유도 단순히 면세 때문이었다.

캠핑카 종류는 정말 많았다. 예산과 상황에 맞는 차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중에서 마음에 쏙 드는 차량이 있어도 원하는 날짜와 장소에 없을 수가 있다. 그럴 때는 도시를 바꿔서 검색하거나, 날짜를 바꿔서 검색하는 것보다 회사에 직접 문의 메일을 보내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 반대로 홈페이지에서 검색이 된다고 해서 반드시 그 날짜에 렌트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캠핑카 보험에 관하여] 수리비 폭탄 피하려면 '재보험'은 필수

 북극권으로 들어가면 도로를 점령하고 걸어가는 순록 무리를 자주 볼 수 있다.
ⓒ 한성은
 갑자기 나타나는 도로 위의 양떼들 때문에 운전할 때 늘 주의해야 한다.
ⓒ 한성은
캠핑카를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던 것이 보험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캠핑카를 렌트하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것이 CDW(Collision Damage Waiver)보험이다. 우리 말로는 '차량사고 고객부담금 한도보험'이라고 한다. 이는 차량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객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험이다. 쉽게 말해 큰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하는 보험인 것이다.

문제는 CDW가 여행 중 발생하는 소소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칠리아에서 자동차 앞범퍼가 살짝 긁혔을 때 CDW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CDW만 가입한다는 것은 일반 이용자 처지에서는 무보험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물론 큰 사고가 났을 때에는 CDW로 본인부담금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Full Cover 보험이라고 더 비싼 옵션이 있었지만, 이는 예약변경 및 결제취소에 대한 추가 비용 지불 면제 등 실질적인 차량 보험은 아니었다.

그런데 렌트카 보험 중에 CDW가 보상해주지 않는 것(사실 여행 중 일어나는 대부분의 경미한 사고들)을 보장해주는 보험이 있었다. '본인부담금 완전면책보험'이라는 이름의 보험인데, 흔히들 재보험(보험에 대한 보험)이라고도 불렀다. 일반 승용차는 이 보험의 가격이 아주 저렴했는데 캠핑카는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나는 시칠리아에서 앞범퍼 5cm 정도 긁힌 거로 이틀 동안 가슴앓이를 하고 소화 불량에 걸리는 새가슴이기 때문에 '본인부담금 완전면책보험'도 가입했다. 해당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보험회사들이 많아서 캠핑카 렌트 계약을 마친 후 다른 회사에 추가로 가입을 했다. 이는 결국 흔히 말하는 '신의 한 수'였다. 운전 부주의와 불운이 겹쳐 차량 반납 시 수리비가 200만 원이나 나왔으나 추가로 든 보험 덕분에 수리비가 전액 면제됐다. 이후로 누군가 렌트카 여행을 준비한다고 하면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종류의 보험은 반드시 가입하라고 권하고 있다.

[유럽에서 내비게이션 사용하기] 유용한 앱 3가지
  
 북유럽에서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곳까지 쉽게 찾아 갈 수 있다.
ⓒ 한성은
정작 마음을 먹고 캠핑카 여행을 떠나려고 해도 걱정은 또 있었다. 도로 표지판도 읽을 수 없는 낯선 나라에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과연 운전을 해서 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야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좁은 골목길까지 알려주지만, 유럽에서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도로 사정이 열악한 정도로 따지자면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할 바가 안 되었다. 유럽 대부분의 도시는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시내 도로는 당시 마차가 다니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좁은 일방통행 도로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유럽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내비게이션은 필수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도로 위에서 그야말로 눈뜬장님이 된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내비게이션은 톰톰(Tomtom)이다. 이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유럽 전역을 어렵지 않게 찾아다닐 수 있다. 최근에는 한글로 언어 설정이 가능한 업데이트가 있었다고 한다. 톰톰은 렌트카 회사에서도 대여를 해주고 요즘은 한국에서도 톰톰 내비게이션을 빌릴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날짜 단위로 계산을 하다 보니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 부담이 컸다. 차라리 하나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길을 찾아다녔다. 내비게이션은 기본적으로 GPS 신호를 이용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더라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지도 정보가 없으면 GPS가 위치를 알려줘도 무용지물이다. 이럴 때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원하는 지역의 지도를 미리 내려받아 놓으면 인터넷이 안되는 상황에서도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내가 사용했던 내비게이션 앱은 세 가지였다. 주로 스마트폰에 특화된 내비게이션 앱 'Sygic'(유료)과 여행 앱의 신이라 불리는 'Google Map'(무료)을 사용했다. 그리고 오프라인 지도 서비스에 특화된 'Maps.me'(무료)를 수시로 참고하며 다녔다. 세 앱이 가진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서 적절히 섞어서 쓰면 비싼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어디든 다닐 수가 있었다.

각 앱의 특징을 간단히 설명하면 'Sygic'은 오프라인 도로 지도와 함께 과속카메라, 제한속도 알림, 차량용 블랙박스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단점은 도로 지도에 특화되어 있어서 각 도시의 세부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Google Map'은 온라인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고자 하는 지역을 미리 다운로드 받아 놓아야 한다. 그런데 제공하는 정보가 워낙 많아서 전체 경로를 모두 담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출발 전에 인터넷을 이용해 경로 정보를 미리 로딩해 놓고 출발했다. 오프라인이 되어도 앱을 종료할 때까지 해당 경로를 계속 안내하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Sygic'과 'Google Map'의 장점을 적절히 섞어 놓은 앱이 'Maps.me'였다. 물론 같은 이유로 단점도 적절히 있다.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GPS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 아이폰은 GPS 기능이 있지만, 아이패드는 와이파이 전용 모델이라서 GPS 기능이 없었다. 아이폰 하나로만 내비게이션을 켜놓고 중간중간 다른 지도를 펼치고 차에서 내려 사진도 찍고 하려니 조금 불편했다. 운전 중에 작은 화면을 보며 길을 찾아가는 것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아이패드를 셀룰러 모델로 사지 않은 것이 후회됐던 순간이었다.

고생은 잠깐이고 감동은 영원하다

 북유럽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여행 준비는 아무것도 아니다. (노르웨이 레이네 마을)
ⓒ 한성은
이 외에도 준비해야 할 것은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독일에서 덴마크로 가는 페리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야 했고(물론 육로 이동도 가능하다), 스웨덴에서 핀란드로 가는 페리는 한국 대행사를 통해서 예약해야 했다. 캠핑카 안에 침구류나 식기 등이 완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추가로 대여를 할 것인지, 출발 전에 구입을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했다.

정리를 하고 보니 참 힘들었던 여행 준비가 새삼 떠오른다. 영어로 된 보험 약관을 받아들고 단어마다 사전을 찾으며 읽었었다. 독일과 미국으로 전화도 하고 메일도 보내고 좌충우돌 난리였다. 이 글이 캠핑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했던 고생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 여행 준비지만, 여행 중 내가 받았던 감동을 생각하면 내일 당장 다시 하라고 해도 나는 얼마든지 기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차창으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 쏟아지는 별들, 파도처럼 넘실대는 푸른 오로라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블로그 '타박타박 아홉걸음(http://ninesteps.tistory.com)'에도 동시에 게재되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