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따라 걷기 | 정읍사문화제+정읍사오솔길] 백제 유일 현존 가요 '정읍사'로 축제 열고 길속에 정절 녹이고..

글·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2015. 11. 3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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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유일 현존 가요 '정읍사'로 축제 열고 길속에 정절 녹이고..10월 30일~11월 1일 3일간 행사.. 자전거길 연결된 15km 타고 걸어글·박정원 부장대우 jungwon@chosun.com사진·이신영 기자 sylee1120@chosun.com

정읍사(井邑詞), 많은 사람들이 정읍에 있는 사찰쯤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찰이 아니라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다. 그것도 집 나간 남편을 기리는 여인의 애절한 망부가(望夫歌)다. 옛 백제 여인의 망부가가 정읍사인 것이다. 구전되어 온 내용을 조선시대 들어 한글로 만들어 악학궤범에 실려 연주되기도 했다. 

[월간산]내장산을 배경으로 정읍사오솔길을 가고 있다.

사실 정읍이라 하면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이 있는 고장이지만 정읍시민들에게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정절을 상징하는 정읍사에 대한 자부심을 매우 강하게 가지고 있다. 또한 가사문학의 효시인 정극인의 <상춘곡>의 발원현장으로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외에 동학혁명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정읍의 자연경관적 측면은 내장산 단풍이지만 정신사적인 측면은 정읍사에 이어온 여인의 정절을 자랑거리로 삼고 있다.

[월간산]정읍사문화제 시작을 알리는 채수의례를 하기 위해 심한 가뭄이 와도 물이 마르지 않는 천년의 우물에서 채수하고 있다. (사진:정읍시청)

정읍사는 백제시대 어느 행상인의 아내가 장사를 나간 남편의 안전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다. 고전학자들은 정읍사를 노래한 주인공이 어느 특정인의 아내라기보다는 당시 일반적인 백제 여인의 일상을 담은 내용이 구전으로 전해져 온 것으로 추정한다. 정읍사는 모두 3장6구로 구성된 시가다. 제1장은 달에 남편의 안녕을 청원하고, 제2장은 남편의 야행에 대한 염려를 한다. 제3장은 남편의 무사귀가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월간산]정읍사문화제 채수의례를 하는 동안 궁중음악인 수제천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잠시 고교 시절 기억을 되살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월간산]정읍사에 나오는 백제여인의 영정 앞에서 제례 준비를 하고 있다.

‘하 노피곰 도드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후략)’로 나가는 바로 그 노래다. ‘달이 높이 솟아올라서, 멀리 멀리 비추어 주소서’ 하는 내용이다. 그 뒤는 후렴구다.

[월간산]정읍사오솔길은 어디서나 소나무숲이 우거져 햇빛을 가려 준다.

정읍사공원서 부부·가족사랑 주제로 열려

[월간산]지난 4월 개장한 정읍사공원에 정읍사 정신을 대변하는 망부상이 조각돼 있다.

정읍시에서는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인 정읍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작업을 분주히 하고 있다. 그 첫 작업이 축제를 겸한 문화제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1990년 첫 정읍사문화제를 개최한 이래 명칭과 장소에 곡절을 겪으며 2015년 4월에 숙원사업이던 정읍사공원을 개장하면서 새 전기를 맞았다. 이곳에 남편을 기다리는 백제 여인의 동상을 건립하고, 내장산단풍축제 때 열리던 정읍사문화제를 올해 처음으로 정읍사공원으로 옮겨 치른다.

[월간산]백제가요 정읍사오솔길 이정표는 길을 잃지 않도록 일정한 간격마다 방향을 가리켜 준다.

정읍사문화제를 처음 개최했을 때 몇 년 동안 시민들의 호응은 별로 없었다. 이에 시에서는 1996년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내장산에서 단풍축제와 같이 열었다. 몇 년간 동시에 개최하면서 단풍축제인지 정읍사문화제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혼잡했고, 정읍사의 정신을 살리지 못하면서 정체성에 혼란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와중에도 정읍사 여인 일대기를 완성하고, 정읍사 망부상 부조를 건립하고, 정읍사 가무악극을 제작하는 등 정읍사 관련 내용과 행사의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월간산]정읍사오솔길 1코스에 두꺼비같이 생긴 바위가 눈길을 끈다.

다시 2003년부터 정읍사문화제를 단일행사로 분리했다. 하지만 2004년에 정읍사부부사랑축제로 명칭을 다시 바꾸어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시장 당선자에 따라 정읍사문화제가 휘둘려 정체성에 혼란만 가중시켜 온 것이다. 2009년까지 내장산단풍부부사랑축제란 이름으로 문화제를 계속 열었다. 이후 현 시장이 당선되면서 다시 정읍사문화제로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다.

[월간산]두꺼비바위 인근에 사랑이 끊어지지 않도록 쇠줄에 자물쇠를 채우고 있다.

올해 정읍사문화제는 10월 30일부터 11일 1일까지 3일간 정읍사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사실 올해가 홀로서기 첫 시험대인 셈이다. 내장산 단풍객은 연 100여 만 명에 이르지만 별도의 장소인 정읍사공원에서 치르는 첫 행사에 과연 얼마나 방문객들이 찾을지 미지수다.

[월간산]정읍사오솔길 1코스 끝 지점 부근에 있는 시누대숲길로 걷고 있다. 시누대가 100m가량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올해 문화제의 주제도 정읍사 여인의 정신을 살려 부부의 애틋한 사랑과 가족사랑으로 정했다. 10월 30일 채수의례로 문화제의 막을 올린다. 채수하는 우물은 정읍시에서 특별 관리한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 우물이라고 시 관계자는 자랑한다.

[월간산]정읍사오솔길 1코스를 지나 내장호수로 가는 2코스를 가고 있다.

여기서 잠시 정읍이란 도시의 유래와 우물에 관한 사연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제시대 정읍의 지명은 정촌현. 정촌현이 있었던 마을 이름이 정해(井海)다. 샘이 바다를 이룬 마을이란 뜻이다. 사람들은 이 마을을 샘바다 또는 새암바다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정해마을에는 그 당시부터 사용하던 큰 우물이 있었다. 이 우물에서 정촌이 시작됐고, 정읍이라는 명칭이 유래했다. 그리고 그 우물 옆에 300년 이상 몸을 붙여 자라는 나무 두 그루, 즉 연리목이 있다. 정해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부부나무’라고 불렀다. 남편을 그리다 망부석이 된 백제 여인이 수백 년의 세월을 지나 임을 보낸 그 자리에 나무로 환생했다고 정읍시민들은 믿고 있다.

[월간산]자전거를 타고 정읍사오솔길 3코스인 정읍천변을 달리고 있다.

백제시대부터 정해마을에 있었던 그 우물에서 바로 채수의례를 치르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복장을 한 칠선녀가 목욕재계를 하고 조심스럽게 물을 퍼서 항아리에 따른다. 철 항아리에 따른 물을 신줏단지 모시듯 들고 망부사에 정중히 올린다. 정읍사 여인제례가 시작된다. 이와 동시에 백제시대 궁중음악에 해당하는 ‘수제천’이 연주된다. 우리의 전통음악, 즉 국악이다. 수제천은 하늘처럼 영원한 생명이 깃들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다. 향피리가 주 선율을 이끌어가며, 그 사이의 공간을 대금과 소금이 메운다. 또한 현악기인 해금과 아쟁이 은은하게 피리의 소리를 받쳐준다. 가냘프면서도 장엄한 음 사이를 장구와 북이 어우러지고 다양한 악기들이 어울리고 섞여 마침내 장중하고 느린 천상의 완벽한 음률을 완성해 낸다.

[월간산]월영마을을 지나 황금들녘 사이 정읍사오솔길을 걷고 있다.

국악 전문가들은 “한 박 한 박의 길이가 일정하지 않아 서구적인 음악의 감각을 초월한 환상의 신비감마저 자아낸다”고 한다. 기다림과 사랑의 열정으로 빚어낸 한(恨)과 슬픔이 응결된 결정체라고 강조한다. 수제천은 1970년 프랑스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음악제 전통음악 부분에서 최우수 악곡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 정읍에서는 우도농악과 수제천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본격 작업을 하고 있다고 시관계자는 전했다.

[월간산]

채수의례와 정읍사 여인제례를 마치면 전야제 거리퍼레이드가 벌어진다. 정읍시내를 한 바퀴 돌며 본격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둘째 날부터 본격 시민을 위한 축제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연날리기 체험행사, 가족사랑 작은음악회, 망부상 및 경관조명 점등행사, 시립예술단 국악·농악·합창 특별공연, 정읍사 가요제, 소망풍등 날리기, 가족사랑 작은음악회 등 풍성한 행사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이와 동시에 전국민속소싸움대회와 시민어울마당도 연계행사로 개최한다. 정읍은 한우생산이 전국 최고일 정도로 원래 소문난 한우고장이다. 시내를 한 바퀴 돌면 축사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소싸움 하면 청도를 떠올리지만 정읍도 올해 벌써 19회째를 맞고 있다. 아직 한우생산과 소싸움에 대한 브랜드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전국 지명도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중단하지 않고 계속 이어간다면 머지않아 정읍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시 관계자는 기대하고 있다.

정읍시 관광과장으로 정년퇴직한 정읍문화제 제전위원회 김준식 사무국장은 “축제 기간 중 부부나무 밑에서 실제 전통 혼례로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며 “남편을 기리는 정절의 상징인 정읍사의 여인같이 애틋한 부부사랑을 기원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문화제 기간 중 정읍사의 여인같이 부녀자의 길을 걸어온 여인을 매년 1명씩 선정, 상금 500만 원과 함께 부도상(婦道賞)을 시상한다.

정읍사오솔길은 천년고개서 출발

정읍사는 백제가요로서 문화제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정읍사오솔길을 조성, 길 속에 정읍사 여인의 정신을 되살렸다. 새로 조성한 정읍사공원이 그 출발지점이다. 정읍사오솔길은 모두 3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1코스는 정읍사공원~천년고개~두꺼비바위~월영습지~월영마을로 이어지는 6.4km, 2코스는 1코스 끝 지점에 있는 내장호수변을 한 바퀴 도는 4.5km, 3코스는 동진강의 발원지이자 생태의 젖줄인 정읍천변을 자전거로 도는 6.2km 구간이다. 이 길을 직접 조성하면서 이름을 붙이고, 스토리텔링 작업을 한 정읍미래발전연구원 안수용 이사장이 안내했다.

정읍사공원의 망부석을 향해 간다. GPS가 나타내는 고도는 불과 59m. 과연 정해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해발이 낮다. 망부상 옆에는 정읍사에서 말하는 달덩이 같은 등을 달의 대용으로 조성했다. 밤에 등불을 켜면 망부석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공원 오솔길을 빠져나와 도로로 접속해서 고갯길로 조금 올라가면 우도농악전수관이 나온다. 그 맞은편 야산으로 정읍사오솔길은 연결된다. 고개는 이름 하여 천년고개.

‘천년고개는 아양동고개, 아요현, 장구넘이재, 서낭당고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부근에 있는 아양산은 코끼리를 닮았다고 하여 코끼리산, 또는 애장터가 있다 하여 애산이라고도 부른다. 아양산 중턱에 정읍사공원이 있으며, 먼 곳을 바라보는 백제여인의 망부상이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고 있다.

천년고개에서 시작하여 월영마을까지 이어지는 6.4km의 산길은 정읍사오솔길 중에서도 가장 정감 있는 도보길이다. 이 길은 부부사랑을 주제로 7가지의 구간별 세부명칭이 부여되어 있어, 탐방객들은 정해진 주제에 따라 오솔길을 체험하면서 부부애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백제 정읍사 이야기, 머리 얹은 바우, 옥녀봉 등을 비롯한 여러 전설을 만날 수 있고, 또한 산중 습지와 다양한 식물군락을 볼 수 있다.’

안내판에는 고갯길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정읍사오솔길에 일부 내용까지 간단히 안내하고 있다.

오솔길로 들어선다. 평일인데도 제법 정읍시민들이 찾는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친구끼리 걷는 사람, 혼자 걷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안 이사장은 “옛날 사람들이 다니던 길을 찾아 새로 조성했지만 이 길이 원래 어떤 사람이 다녔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1960년대까지 산에서 15가구가 거주했다고 한다. 아마 그들이 주로 다니면서 길을 만든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오솔길의 끝은 내장산으로 이어진다.

정읍사오솔길은 숲속 오솔길로 이어진다. 길은 푹신하고 나무는 햇빛을 완전히 가려준다. 여름에도 제법 사람들이 찾을 것 같다. 제1구간 ‘만남의 길’이 시작된다. 부부의 인연을 맺는 첫 만남이라는 의미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외길일 뿐만 아니라 이정표도 일정한 간격으로 눈에 띄기 쉽게 세워져 있다.

제2구간 ‘환희의 길’이다. 만남을 통해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며 얻는 환희의 감정을 확인하는 구간이다. 환희의 길 중간쯤 남사면조망대를 만날 수 있다. 저 멀리 입암산, 방장산, 삼성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산봉우리 사이가 바로 전남과 전북을 잇는 주요 고갯길인 새재와 갈재다.

하얗게 활짝 핀 구절초가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길 중간 중간에 구절초가 군락을 이룬다. 옥정호구절초축제가 정읍의 대표축제 중의 하나이기도 한 탓인지 정읍에서는 구절초를 쉽게 볼 수 있다.

제3구간 ‘고뇌의 길’이다. 사랑하다 보면 고뇌도 따르게 마련. 고뇌까지 감싸 안으며 같이 걸어가라고 말한다. 북사면조망대는 그 중간쯤 있다. 정읍의 진산 칠보산이 바로 앞에 길게 뻗어 있다. 칠보산 아래 금붕동 금북마을의 옥녀봉은 풍수지리상 옥녀탄금형에 해당한다고 한다. 일종의 명당이다. 옥녀봉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면 맞은편 종산에서 ‘둥둥’ 쇠북을 울려 화답한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사랑의 단계별 7개 구간으로 나눠

야트막한 야산으로 연결된 길 한편에서 두꺼비 머리같이 앞쪽으로 휜 바위가 눈길을 끈다. 두꺼비바위다. 주민들은 ‘머리 얹은 바위’라고 말한다. 예전에 여자들이 시집갈 때 머리 얹은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제4구간 ‘언약의 길’ 안내판이 있다. 사랑의 고뇌를 떨쳐버리고 새롭게 사랑을 맹세하는 사랑의 언약길이다. 자물쇠를 채울 수 있도록 쇠줄도 옆에 쳐 있다. 제5구간 ‘실천의 길’도 머지않아 나온다. 한 번 맹세한 사랑은 희생과 나눔으로 아름다움을 지켜가며 실천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햇빛에 노출된 길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소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운다.

제6구간 ‘탄탄대로의 길’. 월영마을이 머지않은 듯 구간 간격이 조금씩 좁아지는 듯하다. 사랑도 탄탄대로로 정읍사 여인같이 천년의 사랑으로 이어가길 바란다는 의미다.

 

구절초 대형군락이 방문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야생화와 어울린 구절초는 눈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호사를 누리게 한다. 마침 그 옆에는 정자쉼터가 조성돼 있다. 잠시 쉬어간다. 구절초는 대표적인 가을 야생화로 들국화의 일종이다. 오월 단오에 다섯 마디의 줄기가 음력 구월 구일이 되면 아홉 마디가 된다 하여 구절초라 불렸다고 한다. 예로부터 민간에서 약초로 쓰였다.

곧이어 2014년 7월 환경부 고시로 지정된 월영습지보호구역으로 연결된다. 안 이사장은 “길을 조성할 때 ‘산 속에 살던 화전민들이 떠난 뒤 논밭으로 쓰던 땅들을 매입해서 잘 가꾸면 훌륭한 명소가 될 것’이라고 정읍시에 수차 얘기했으나 그대로 방치해 둬 사유지로 관리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습지보호구역 안내판에는 ‘산 정상부 일대에 곡저분지에 형성된 저층형 산지습지로, 평지와 산지의 특성을 모두 가지는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양한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으로 자연경관과 생태적 측면에서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멸종위기종 1급인 구렁이와 수달, 2급인 말똥가리와 수리부엉이,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과 천연기념물 제323-2호인 붉은배새매 등 6종의 법적보호종을 비롯해총 276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보호 및 관리가 필요한 지역’이라고 적혀 있다.

마지막 제7구간 ‘지킴의 길’이 시작된다. 늘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사랑의 길을 지켜가자는 의미의 길이다. 삼거리가 나온다. 곧장 가면 내장터널로 연결되지만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안 이사장은 “내장터널로 갈 수 있지만 곧바로 도로도 떨어져 위험해서 월영마을로 연결했다”고 밝혔다. 나무의자 쉼터도 조성돼 있다.

월영마을 가는 길은 갑자기 가파르게 떨어진다. 잠시 조심스럽게 걷다가 이내 완만하게 이어진다. 갑자기 시누대숲이 등장한다. 이색적이다. 그 속으로 들어간다. 대숲터널이다. 안 이사장은 “시누대숲터널이 조금만 더 길면 뭔가 명소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짧아서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오솔길 거의 끝 지점에 이르러 뚜렷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안 이사장은 “겨울에는 눈터널이 형성돼, 매우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자전거 타고 정읍천변으로 원점회귀

월영마을이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매우 평화로운 마을이다. ‘이렇게 안정적일 수 있나’ 싶을 정도의 포근한 느낌을 준다. 마을로 내려오자마자 한옥이 맞는다. 감나무와 석류나무도 자기를 보고 가라는 듯 눈에 띈다. 감과 석류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려 있다. 가을을 느끼게 한다.

마을 앞 들길을 가로질러 문화광장에 도착한다. 문화광장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1시간당 1,000원이다. 내리는 곳과 연계해서 대여와 반납이 가능하다. 하루 10시간 초과할 수 없다고 한다.

2코스는 내장호수를 한 바퀴 돈다. 걸어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도 가능하다. 호수 초입까지 가다가 단조로워 보여 다시 돌아와 자전거를 타고 3코스로 곧장 달린다. 정읍천변으로 자전거길이 잘 조성돼 있다. 자전거로 정읍사공원으로 원점회귀했다. 지금 전국은 자전거 붐이 일고 있다. 걷기와 연결된 자전거 타기가 대세가 된 분위기다.

안 이사장은 “정읍사오솔길은 정읍사 여인을 상징하듯 부부나 연인이 와서 정겹게 걷는 길”이라 강조했다. 정읍사 여인의 정절을 떠올리며 걷는 정읍사오솔길을 정읍에 가면 꼭 걸어보시라.

정읍사 오솔길

전북 정읍시 초산동

• 교통 •

서울에서 승용차로 경부고속도→ 천안논산고속도→호남고속도를 거쳐 정읍IC에서 빠져나와 고창·정읍 방면으로 가다 정읍사로로 찾아가면 된다. 고속버스는 강남고속터미널 호남선에서 오전 6시30분 첫 출발하며 하루 21회 운행한다.
3시간 내외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 호남선 02-6282-0600, 정읍고속버스터미널 063-535-4241, 정읍시외버스터미널 063-535-6011.

•숙식(지역번호 063)•

정읍의 별미는 한우. 산외한우마을(537-5855)에서는 매일 도축해서 신선한 한우를 제공한다. 웰빙식품으로 우렁이쌈밥도 유명하다. 국화회관(536-5432 또는 010-3675-5432)의 우렁이쌈밥은 외지인들도 즐겨 찾는다.
숙박시설은 대부분 모텔과 펜션. 흙이랑꽃이랑(010-2352-9496), 들길따라서(538-4765). 문의 정읍시 관광기획팀 539-5231~4, 정읍종합관광안내센터 536-6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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