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앙코르와트, 씨엠립

글 사진 전영광 2015. 2.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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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그마가 담는 세상

난롯가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면 자연스레 캄보디아를 떠올린다. 캄보디아는 언제나 따듯하다. 바이욘의 미소를 닮은 그들의 순박한 얼굴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물들인다. 찬란한 문화유산 앙코르와트,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한 도시 씨엠립(Siem Reap)의 잔잔한 삶을 만나러 간다.

톤레삽 호수. 한 두 그루씩 보이던 맹그로브 나무는 어느새 숲을 이룬다.

앙코르와트

앙코르와트는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 어둠이 가득한 새벽, 눈을 부비며 툭툭이에 몸을 싣는다. 앙코르 와트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어둠을 향해 반듯하게 뻗은 길은 고요함으로 가득하다. 툭툭이의 소음이 고요한 새벽을 가르는 사이, 잠이 덜 깬 여행자는 여전히 꿈속을 여행한다.

툭툭이가 멈춰서고 희미한 달빛에 의지한 채 긴 회랑을 걸었다. 앙코르 와트의 반영이 아름답게 담기는 해자 주변으로는 벌써 사람들이 가득하다. 해가 떠오르기까지 얼마나 기다렸을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한 곳으로 향한다. 조금씩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그리고 붉은 태양이 앙코르와트 5개의 탑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아름다운 풍경에 여전히 꿈을 꾸는 것만 같다.

앙코르와트 5개의 탑 사이로 태양이 떠오른다. 일출을 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그 순간만을 기다려 온 사람들의 흥분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나같이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든 사람들은 동쪽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인종도 생김새도 각양각생인 사람들. 이 하나의 풍경을 마주하기 위해 달려왔을 저마다의 사연들을 상상하니 더 가슴 벅찬 아침이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또 다른 사원으로 향한다. '따 프롬'에서 사원 위로 자라난 거대한 스펑나무를 보며 위대한 자연의 힘을 느끼고 '바이욘'에서 크메르의 미소를 만난다. 그리고 '프놈바켕'에서 따스한 일몰을 감상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사진가들의 지난한 노력 덕분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가보면 사진으로 보던 것 보다 못한 곳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앙코르 유적지의 감동은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이다. 파란 하늘 그리고 울창한 대지 사이에 숨겨진 거대한 사원들은 그야말로 신비롭다.

'따 프롬'에서 사원 위로 자라난 거대한 스펑나무를 만날 수 있다.

톤레삽 호수

웅장한 앙코르 유적에서 과거 인도차이나 반도를 호령하던 크메르의 영화를 볼 수 있다면 톤레삽 호수에선 오늘을 살아가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어제보다 오늘이 소중하기 때문일까? 유적지 보다는 그곳의 일상을 엿보기 좋아하는 취향 때문일까? 씨엠립을 찾을 때면 톤레삽 호수를 찾는 그 시간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동남아시아 최대의 호수라는 톤레삽 호수. 건기에는 면적이 2700㎢ 이지만 우기에는 메콩강이 역류하면서 그 면적이 1만6000㎢까지 이른다. 캄보디아 국토의 15%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이곳에서 나는 풍부한 수산물이 캄보디아 사람들의 식탁을 책임진다. 호수의 가장자리로는 물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모여 수상마을을 이룬다. 씨엠립 주변의 수상마을은 총 크니어(Chong khneas), 메지레이(Mechrey)등 여러 곳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맹그로브 숲이 아름다운 캄퐁 플럭(Kampong Pluk)을 찾았다.

진한 노을빛으로 물든 톤레삽 호수.

흙먼지가 가득한 나루터에서 나룻배는 힘겨운 소리를 내며 출발한다. 나루터라기보다 논두렁 같은 모습이다. 낮은 수심에 힘겹게 나아가던 배가 안정을 찾을 무렵 물 위로 솟은 수상가옥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기의 범람에 대비해 높다란 장대 위로 올린 집, 그리고 그 위에서 잔잔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 이방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생경할 뿐이다. 그들에게 비춰진 우리의 모습도 그렇겠지만.

수상마을을 지난 배는 계속해서 톤레삽 호수를 향한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낮다. 뺨을 스치는 바람이 뜨거운 공기를 밀어낸다. 한 두 그루씩 보이던 맹그로브 나무는 어느새 숲을 이룬다. 이국적인 풍경에 여행자의 마음은 다시 설렌다. 맹그로브 숲을 지나면 드디어 바다와 같은 톤레삽 호수와 만난다. 끝없이 펼쳐진 시원스런 수평선, 그림처럼 걸린 구름들, 말없이 감동에 젖는 사이 하늘은 이내 진한 빛으로 물든다. 톤레삽의 노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우기의 범람에 대비해 집들이 높다랗게 올려져있다.

캄보디아는 변화하고 있다. 거리를 메운 교복 입은 아이들.

올드마켓

뜨거운 태양이 물러가고 선선한 밤공기가 유혹하는 시간, 씨엠립은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는 야시장과 여행자의 거리가 마주하고 있는 올드마켓이 자리하고 있다.

해마다 커져가는 야시장의 풍경은 제법 활기찬 모습이다. 우스꽝스러운 문구가 적힌 티셔츠에서부터 코끼리와 앙코르와트가 그려진 기념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물건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유혹한다.

야시장 건너편에 자리한 펍스트리트는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행자의 거리다. 외국인들을 위한 펍이 늘어선 거리는 방콕 카오산 로드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달뜬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리 초입에는 안젤리나 졸리가 '툼레이더' 영화 촬영 당시 즐겨 찾았다는 '레드 피아노'가 자리하고 있다.

여느 가이드북에나 다 오른 유명세 덕분인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하다. 영화의 이름을 딴 칵테일까지 팔고 있는데 맛은 그냥 그렇다. 이 거리에선 역시 시원한 앙코르 맥주가 최고다. 앙코르와트가 캄보디아를 대표하듯 앙코르 와트가 그려진 앙코르 맥주는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술이다. 선선한 밤공기와 함께 마시는 앙코르 맥주는 또 다른 감동이다.

앙코르 와트가 그려진 앙코르 맥주는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술이다.

비욘드 앙코르와트

압도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앙코르와트, 그 찬란한 유산에 가려져 씨엠립의 오늘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그 유적지 너머에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자리하고 있다. 씨엠립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도시다. 앙코르 유적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그들의 일상과 마주할 수 있다.

다시 찾은 캄보디아는 참 많이 달라졌다. '원 달라' 외치며 구걸하던 아이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모습이 그 자리를 메웠다. 관광객을 태운 툭툭이가 가득 하던 도로에는 스쿠터가 소음을 내며 질주한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이다. 덕분에 그들과 우리의 거리는 많이 좁혀졌다. 과거의 영화, 앙코르와트 위에서 멈춰 있던 그들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일출 때 아름답게 담긴 앙코르 와트의 반영.

글 사진 전영광 / webmaster@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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